밀라노 디자인 위크 핫 키워드

밀라노 디자인 위크 핫 키워드

밀라노 디자인 위크 핫 키워드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만난 핫 키워드 4가지를 소개한다.

 

1. 부티크 호텔 같은 집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소위 빅 브랜드로 불리는 모오이 Moooi, 프리츠 한센 Fritz Hansen, 디젤 홈 Diesel Home 등의 브랜드는 올해 약속이라도 한 듯 호텔 컨셉트의 공간을 연출했다. 피곤하고 불안정한 세상으로부터 잠시라도 떠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은 결국 ‘집’으로 향한다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반영, 현실 도피성 심리를 ‘호텔 같은 집’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먼 곳으로 휴가를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운 일탈이 있는 ‘호텔 같은 집’은 향후 몇 년간 이어질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오이의 전시장 모습

 

프리츠 한센이 연출한 프리츠 호텔

 

 
2. 미래지향적인 광택 가구

10 꼬르소꼬모에서 열린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 Pierre Cardin의 <레스 스쿱투레스 우틸리타이레스 Les Scuptures Utilitaires> 전시에서는 패션 디자이너이기 전 건축학도였던 그가 만든 20여 점의 목제 캐비닛을 선보였다. 1970년대 제작된 이 가구들은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스페이스 룩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전통적인 래커와 목제 캐비닛을 기하학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결합되었다. 미래형 가구의 모습이 담겨 있어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기 충분했다. 엠메모빌리 Emmemobili는 올해 광택 있는 테이블, 캐비닛 등을 대거 출시해 모던 가구가 즐비한 전시장에서 단연 돋보였다. 로산나 오를란디Rossana Orlandi에서 만난 스칼렛 스플렌더 Scarlet Splender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테오 시빅 Matteo Cibic이 디자인한 광택 가구와 소품을 출시했다.

피에르 가르뎅 전시

 

엠메모빌리 테이블

 

 

에르메스 ‘옥타고날’ 박스

 

 

 

3. 뉴 아이콘, 키치 아이템

올해 패션 트렌드 중 하나인 키치 Kitsch. 1960~70년대 유행했던 히피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한 키치는 인테리어 아이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패션에 구찌 고스트 Gucci Ghost 라인이 있다면 가구 브랜드에서는 이탈리아 브랜드 키부 Qeeboo와 셀레티 Seletti가 대표적인 예가 될 듯. 키부에서는 올해 ‘엑스트라오디너리 오브젝트 Extraordinary Objects’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스튜디오 욥 Studio Job과 협업한 상어 모양의 우산꽂이, 해골 모양의 스툴 겸 조명, 킹콩 램프 등을 선보여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늘 유쾌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 셀레티는 블로 Blow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입술, 소시지 모양의 네온 라이트를 비롯해 달걀 프라이 모양의 러그, 바나나 모양의 조명을 선보였다. 키치 아이템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트렌디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음을 염두에 둘 것.

셀레티 ‘바나나’ 램프

 

키부의 ‘킹콩’ 램프

 

 

 

4. 소재의 한계에 도전하는 아웃도어 가구

로 피에라 전시장에서 만난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중 집중 조명을 받은 곳은 필리핀 디자이너 케네스 코본푸 Kennth Cobonpue의 전시장. 자연 소재에 혁신적인 디자인의 적용과 전통 수작업 방식으로 만든 아시아의 에스닉이 담긴 그의 가구는 새로운 디자인을 갈망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기 충분했다. 햇빛 차양막 모빌솔을 개발해 화제를 일으킨 벨기에 엄브로사Umbrosa는 벽이나 식탁 위에 유연하게 설치할 수 있는 커다란 우산처럼 생긴 ‘스펙트라Spectra’ 등 흥미로운 제품군을 다수 선보였다. 독일의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데돈에서는 ‘하이드웨이 비치 Hideway Beach’를 컨셉트로 한 시원한 아웃도어 공간을 연출해 답답하고 후끈거리는 전시장에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한편 모로소 Moroso에서는 영국 디자이너 벤자민 휴버트가 만든 아웃도어 가구 ‘텐트 Tent’의 프로토타입이 큰 화제를 모았다.

데돈 전시장

모르소 ‘텐트’ 체어

에뮤의 아웃도어 체어

 

 

 

INTERVIEW – 낭비 없는 디자인, 벤자민 휴버트


 모로소와의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2013년 탈마 Talma 암체어를 디자인하며 시작되었다. 독창적인 텍스타일을 분석하고 발전시킨 체어였다. 다른 소파나 암체어와 달리 탈마는 패드를 덧댄 엠보 커버를 메탈 프레임으로 망토와 같이 감싸는 형태다. 엄청난 양의 주입 성형 폼, 폴리우레탄을 사용하지 않아 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3kg밖에 되지 않아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내가 지향하는 가볍고 적은 양의 재료를 사용한 전형적인 프로젝트였다.

당신이 생각하는 모로소는 어떤 브랜드인가? 새롭고 매력적인 것을 찾아 실험적으로 도전하는 브랜드.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는데 모로소와 작업할 때는 어떤 부분을 가장 먼저 고려하나? 모로소는 텍스타일을 이용해 새로운 방식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모로소는 가구 브랜드이면서 패션 브랜드이기도 한 듯하다. 모로소의 수장 파트리치아 모로소는 독특한 텍스타일을 구성하는 데 있어 나와 같은 열정을 가졌다.

텐트는 어떤 가구인가? 3D 메시 소재를 이용해 디지털 니팅 기술로 제작됐다. 의자에 사용하는 천은 이음새가 전혀 없이 단 한 장만 사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긴 베어링 스틸 프레임을 베이스로 텐트를 치듯 패브릭을 입혔다. 100% 재생 가능한 나일론 메시와 통풍과 방수가 가능한 쿠션과 시트는 실내와 실외에서 사용 가능하다.

제작 과정에서 낭비가 전혀 없었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이 그런가? 텐트 체어의 모든 공정은 기계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수공예 바느질이라든가 추가적으로 조립하는 공정이 전혀 없다. 재료를 전혀 낭비하지 않으며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200만 루프의 실을 사용해 3시간 반 정도면 제작이 가능하다. 재료 낭비와 노동력을 줄이는 큰 의미를 가진 프로젝트였다.

디자인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는가?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단순히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것에 치중하지 않고 신중히 고민해서 선택하고 과학 기술을 활용한 카본 우드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자 한다. 먼저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큰 영감이 분명하다.

올해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항공사와 관련한 니즈를 연구하고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 알루미늄 같은 가벼운 재료나 장시간의 비행으로 신체에서 느끼는 피로를 감지하는 센서 같은 것들이다. 디지털 니팅을 이용해 시팅 Seating을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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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Milan Design Week

2017 Milan Design Week

2017 Milan Design Week

지구상 가장 큰 디자인 축제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만난 다양한 이슈를 소개한다.

REVIEW
지난 4월 2일부터 9일까지 축복받은 화창한 날씨 속에서 성대하고 화려하게 치러진 2017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다녀왔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크게 외곽에 위치한 로 피에라 Rho Fiera 전시장에서 열리는 이 살로네 I Salone와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푸오리 살로네 Fuori Salone로 나뉜다. 이탈리아 건축가 마시밀리아노 푹사스 Massimiliano Fuksas가 설계한 외계 행성 같은 21만㎡ 넘는 로 피에라 전시장에는 3000여 개가 넘는 참가 업체가 24개의 전시관에 나뉘어 전시된다. 한마디로 세계를 주도할 최고의 디자인 브랜드들이 펼치는 경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격년으로 열리는 조명 전시회 ‘에우로 루체 Euro Luce’가 열려 LED 조명의 진화라는 큰 흐름을 볼 수 있었다. 3년 전에 비해 조명들은 대체로 심한 다이어트를 한 듯 가늘어졌고 자연을 형상화한 시적인 디자인, 여성의 주얼리나 리빙 소품처럼 디자인된 제품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였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등용문인 살로네 사텔리테 Salone Sattellite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사텔리테를 거쳐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한 이들의 작품을 전시해 그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람회장에서 발품을 팔아야 하는 바이어나 유통업체 관계자 중 상당수가 이 기간 치솟는 비싼 숙박비를 감수하며 일주일 가까이 머문다. 그 이유는 바로 밀라노 시내 구석구석에 알짜배기 구경거리인 푸오리 살로네가 있기 때문. 두오모 산 바빌라, 포르타 누오바 이솔라&브레라, 포르타 베네치아, 카도르나&티치네세, 포르타 로마나, 람브라테&센트럴 스테이션, 토르토나 포르타 제노바&나빌리 이렇게 7개의 거리에서 열리는 전시들은 개성 만점의 인테리어가 돋보여 전시 공간만 봐도 흥미로운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거리 축제 ‘디자인 프라이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전시는 패션 브랜드 질 샌더 Jil Sander와 협업한 넨도 Nendo의 ‘오브젝트텍스타일 ‘Objectextile’. 물체 Object와 직물 Textile의 합성어로 만든 전시 제목에 걸맞게 픽셀, 줄무늬 등의 패턴을 이용한 아주 간단한 표현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 이 전시를 보기 위해 2시간여를 기다린 사람도 허다했다.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전시도 기억에 남는다. 트리엔날레 뮤지엄에서 열린 ‘디자인 포 칠드런 Design for Children’과 패션 브랜드 마르니가 연출한 ‘마르니 플레이 랜드 Marni Play Land’는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자극하고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에르메스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벽지도 출시했으며 마지스 Magis와 카르텔 Kartell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린이 가구를 선보여 키즈&키덜트 문화가 접목된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는 흐름도 감지되었다. 올해는 한국 디자인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넨도의 <젤리 피시>.

디자이너 마크 앙쥬의 ‘르 레퓨지’.

LG는 일본 디자이너 도쿠진 요시오카 Tokujin Yoshioka와 협업해 ‘미래의 감각’을 주제로 대형 LED로 만든 의자 설치 작품을 선보여 밀라노 디자인 위크 디자인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디자이너 김백선은 세계적인 수전 브랜드 판티니 Fantini와 협업해 먹과 벼루에서 영감을 받은 특별한 수전을 선보여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고, 에르메스와 협업한 이슬기 작가는 누비 작품을 선보였다. 또 현대 장인정신의 예술적 가치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로에베 Loewe 재단의 크래프트 시상식에 배세진, 김상우 작가가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의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네덜란드의 가구 회사 모오이 Moooi와의 협업으로 만든 아이웨어를 웅장한 전시장에 전시해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은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4월의 밀라노는 언제나 많은 인파로 붐비고 발바닥에는 불이 나지만 어디에서도 보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전시와 디자인은 온갖 시름도 치유될 만큼 값진 경험으로 보상해준다.

닐루파에서 선보인 ‘다니엘레이오디체’ 의자.

모오이의 퍼치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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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금속 장인의 후예

어느 금속 장인의 후예

어느 금속 장인의 후예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일 브론제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모네 칼치나이는 금속 장인의 후예다. 최근 그가 론칭한 새로운 조명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는 모벨랩 쇼룸에서 인터뷰를 나눴다.

일 브론제토의 새로운 조명 컬렉션을 선보이는 모벨랩 성북동 쇼룸을 찾은 시모네 칼치나이.

 

조명 브랜드 일 브론제토 il bronzett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모네 칼치나이 Simone Calcinai가 성북동모벨랩 쇼룸을 찾았다. 국내에서 자신들의 새로운 조명 라인을 선보이고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일 브론제토는 시모네의 아버지인 안토니오 칼치나이가 1963년에 시작한 금속 공방의 브랜드였다. 당시 귀족들의 집문고리나 장식품 등을 만드는 직업을 ‘브론지스타’라고 불렀는데 안토니오 칼치나이는 브론지스타로서 청동을 활용한 금속 제품을 만들었다. 일 브론제토의 제품은 지금까지도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만졌을 때 섬세하게 작업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 대부분의 브랜드가 그렇듯 변화의 계기가 필요했을 무렵, 아들인 시모네와 그의 동생 피에르 프란체스코 그리고 사촌 동생인 미켈란젤로가 영입되며 새로운 조명 라인을 론칭했다. 과거 아버지 세대에서 선보였던 조명이 앤티크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이라면 시모네가 최근 소개한 컬렉션은 현대적인 공간에 잘 어울리는 젊은 감각의 조명이다. 금속공예가의 후예이자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모네가 이끌어갈 일 브론제토의 느리지만 단단한 브랜드 파워를 기대해볼 만하다.

탐스러운 호박 같기도 한 전등 갓의 ‘지아’ 조명.

 

일 브론제토의 시작은 어떠했나? 1963년 초대 창업자인 아버지 안토니오 칼치나이가 피렌체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일 브론제토다. 아버지는 오직 브론즈 소재만을 다뤄 귀족들 집의 문고리나 장식품을 만드는 브론지스타였다. 청동에 특화된 직업이었던 브론지스타는 그 당시 유럽에만 있던 직업이었고 우리 가족은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피렌체에 아직까지도 일 브론제토의 공방이 있나? 물론이다. 층고가 높은 500년 된 건물인데 옛날에 병원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아치형 구조가 아름다운 공간으로 입구는 좁지만 내부에 여러 개의 굴처럼 방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모벨랩에 전시된 일 브론제토의 새로운 조명 컬렉션을 보니 어떠한가? 쇼룸의 배경 컬러가 어두운 편이라 가구나 조명이 눈에 잘 띈다. 나무는 브라스처럼 따뜻한 컬러의 소재이기 때문에 북유럽 빈티지 가구와 조명이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또 일 브론제토의 조명 갓 컬러가 공간에 포인트처럼 느껴져서 마음에 든다.

디자인이나 의사 결정은 누가 하는가? 디자인팀이 따로 있나? 내가 최종 결정자이지만 소규모 가족 경영의 장점을살려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도 하고 의견도 공유한다. 큰 브랜드나 회사처럼 팀이 나눠져 있진 않다. 각자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기도 하지만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고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왼쪽 시모네 칼치나이의 아내가 특히 좋아한다는 새틀라이트 조명의 플로어 버전. 오른쪽 베이스부터 보디, 갓을 모두 브라스로 제작한 웜홀 테이블 조명.

 

동생들과 함께 새로운 조명 라인을 론칭했는데 마음이 잘 맞았나? 동생인 피에르 프란체스코는 제품 생산 쪽을 담당하고 있고 사촌 동생인 미켈란젤로는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전공해 기술적인 부분을 개발한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괴짜 같은 친구인데, 삼성 TV를 결합한 핀볼 머신을 직접 만들기도 했을 정도다!

시그니처 조명인 웜홀 조명은 어떻게 탄생했나? 친구 집을 놀러 갔을 때 창고에서 발견한 아주 오래된 앤티크 전등갓을 봤다. 그걸 보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내가 가야 할 길을 본 것 같았다. 앤티크 전등갓의 디자인에서 발전시킨 것이 지금의 웜홀 조명이다. 웜홀은 일 브론제토에서 가장 유명하고 유럽에서도 베스트셀러다. 특히 베이지 그레이 컬러가 인기다.

경영을 하면서 트렌드의 변화를 직접 느끼는가? 당연히 사람들의 취향과 유행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5년 전만 해도 디자이너들이 브라스나 브론즈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금속 제품이나 금속이 포인트인 제품이 유행이다. 그동안 조명을 만들 때 니켈이나 크롬도 적용해봤지만 역시 요즘엔 브라스 제품의 반응이 가장 좋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노하우 같은 게 있나? 아버지는 토요일마다 나를 데리고 공방에 가셨다. 어릴 때부터 원석이나 공방에 널브러진 소재 등을 갖고 놀면서 자랐기 때문에 좋은 소재만큼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질 좋은 소재는 일 브론제토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나 역시 9살 된 딸을 공방에 데리고 가는데, 아이가 청동 금속덩이에 줄칼로 무늬를 내는 등 재미있게 논다.

브론즈나 브라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금속 중에서도 따뜻한 컬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자 매력인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 부분인데 최고급 명품 핸드백의 중요한 부분을 만들 때도 브라스가 단골 소재다. 또 연성이 있어서 원하는 형태로 성형하기에도 매우 수월하다. 포용성이 큰 소재랄까. 브라스 소재를 겉에만 코팅하고 안에는 철을 채워 만드는 이들이 있는데 정말 화가 난다. 브라스 제품은 정말 100% 브라스를 사용해야만 한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색마저도 매력적이다.

다른 소재에 대한 호기심도 있는가? 소재의 세계는 정말 흥미롭다. 물론 브론지스타의 후손으로 기본 소재는 금속이지만 마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떤 소재와 결합할 것인지 등을 생각한다. 조명의 베이스 부분을 대리석이 아닌 나무로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여름휴가 때 화산이 있는 동네에서 화산석을 봤는데 조명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 중이다. 구멍에서 빛이 새어나오면 아름다울 것 같지 않나?

핸드메이드 조명 브랜드는 이미 많다. 일 브론제토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맞는 말이다. 수작업으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는 이탈리아에도 정말 많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가 점점 수작업의 비중을 줄이고 있고 대를 이어온 장인들과의 협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일 브론제토는 소규모 가족 경영으로 브랜드를 이끌고 있지만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소통 방식과 사람 사는 냄새도 존재한다.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어떤 방법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나? 새로운 조명 라인을 론칭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브랜드를 전체적으로 정비하는 중이다. 사촌 동생 미켈란젤로가 들어오면서 조금씩 젊은 활기를 띠어가고 있다. 메종&오브제나 살로네 델 모빌레의 조명 전시인 에우로루체, 상하이 박람회에도 꾸준히 참가한다.

집 안에도 일 브론제토의 조명을 두었나? 인테리어는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아내의 영역이다(웃음). 아내가 컬러를 좋아해서 가구에 칠을 하면 내가 금속으로 손잡이 만들곤 한다. 웜홀 조명의 터쿠아즈 컬러를 거실에 두었고 화장실에는 아내가 좋아하는 새틀라이트 조명을 벽에 달아두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들도 처음에는 공방에서 장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왔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일 브론제토가 디자인에만 치중하는 브랜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 우리 제품을 봤다면 기꺼이 손으로 만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손으로 만든 것에서 느껴지는 금속의 감도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우리 제품에는 대를 이어온 가족들의 열정과 영혼이 담겨 있다.

베스트셀러인 웜홀 조명은 다양한 컬러로 만나볼 수 있다.

 

깊은 애정을 담은 웜홀 조명을 바라보는 시모네 칼치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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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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