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조명 디자인에도 능했던 베르너 팬톤은 실내 공간을 소우주로 바라본 것일까.
그의 조명은 이름 모를 행성을 닮았다.
가구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조명 디자인에도 능했던 베르너 팬톤은 실내 공간을 소우주로 바라본 것일까.
그의 조명은 이름 모를 행성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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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을 강조한 베르너 팬톤이 보여주는 빨간색의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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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조명, 가구 브랜드 베르판은 베르너 팬톤의 철학을 이어받아 그가 다 펼쳐내지 못한 디자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베르너 팬톤 Verner Panton은 대단한 혁신가다. 덴마크 디자이너들이 전통을 이야기 할 때 그는 앞을 내다본 사람이다. 팬톤의 시야는 북유럽을 벗어나 멀리 우주까지 향했다. 그가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한 1955년 무렵은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하며 우주 시대가 열렸던 때로, 신소재가 개발되었고 팝 아트가 유행했다. 팬톤은 그런 시대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디자이너였다. 색상과 모양을 연구했고 새로운 소재, 특히 플라스틱에 대한 실험을 즐겼다. 지금 보아도 혁신적인 디자인의 가구들을 다수 완성해낸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에 이름을 올리고 1998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5년 뒤, 팬톤의 정신은 베르판 Verpan이라는 브랜드로 부활했다. 베르판은 본래 1968년부터 조명을 제조해온 ‘프란센 라이팅 Frandsen Lighting’이었다. 생전 팬톤이 조명을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함께했던 회사로, 2003년에 팬톤의 아내인 마리안 팬톤 Marianne Panton의 도움을 받아 베르너 팬톤의 디자인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브랜드를 설립하게 되었다. 팬톤의 조명을 기술적으로 완벽히 구현할 수 있었던 베르판은 창립하던 그 해에 ‘VP 글러브 VP Glove’를 재생산했다. 베르판의 이름으로 선보인 첫 번 째 조명이었다. 이후로 계속해서 팬톤의 조명들을 출시했던 베르판은 2010년, 벨기에의 코르트리크 Kortrijk에서 열리는 인테리어 디자인 비엔날레를 통해 팬톤의 가구 디자인을 공개한다. 곡선형 다리가 특징인 ‘팬톤 테이블 Panton Table’과 수납함 겸 사이드 테이블인 ‘바보이 Barboy’ 등 독창적이고 기능적인 가구들로 라인을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프란센 그룹 Frandsen Group의 소속인 베르판은 CEO인 페테르 프란센 Peter Frandsen과 베르너 팬톤의 가족들이 함께 디자인을 연구하면서 팬톤의 DNA를 유지하고 디자인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고 있다. 2013년에는 양쪽에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모듈형 소파 ‘클로버리프 Cloverleaf’ 소파를 다시 만들었고 1965년 디자인된 벽 장식 ‘미러 스컬프처 Mirror Sculptures’의 패턴을 적용한 담요와 러그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 2014년에는 조명 시리즈 ‘펀 uFn’을 조개껍데기와 금속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다. 팬톤은 형태와 색채감을 강조한 디자이너로 실험정신으로 가득했던 인물이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을 이어받은 베르판 역시 새로운 색상을 선보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베르판이 제조한 모든 물건에 진품임을 알리는 인장을 찍는 등 그가 고집한 품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래지향적이고 전위적인 베르너 팬톤의 디자인은 이제 베르판을 통해 덴마크 디자인의 새로운 전통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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