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테이블웨어 브랜드 리차드 지노리가 메종&오브제 기간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국내 신세계백화점에서 단독으로 만나볼 수 있는 리차드 지노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볼 수 있었던 파리 전시장을 소개한다.
지난 1월 19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적인 인테리어 박람회 메종&오브제가 열렸다. 메종&오브제는 파리 외곽에 있는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리는데, 같은 기간 파리 시내의 크고 작은 브랜드숍이나 대형 전시 공간에서는 또 다른 이벤트가 열린다. 시내에 있는 브랜드 전시는 이따금 오래된 건축물에서도 열리는데 이번 리차드 지노리 Richard Ginori의 전시는 역사의 흔적이 담긴 건축물에서 열렸다. 구글 맵이 가르켜준 좌표를 따라 리차드 지노리의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 명품 브랜드숍이 즐비한 바빌론 Babylon 가 근처를 조금 걷다 보면 입구부터 남다른 성 앞에 다다른다. 한눈에 봐도 통과의례가 쉽지 않은 국보급 건물로 추정되는 곳으로 들어가자 너른 앞마당이 있는 멋진 건축물이 나타났다. 입구에서 만난 리차드 지노리의 아시아 담당 매니저 파트리치아 바론첼리 Patrizia Baroncelli는 이곳이 과거에는 병원이었지만, 지금은 리차드 지노리가 소속된 케어링 Kering그룹의 본사라고 설명했다. 1만7000㎡나 되는 공간의 중심에는 예배당이 있고 루이 13세의 동시대 작품과 케어링그룹의 설립자인 프랑수아 피노 Fraçois Pinault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한다고 한다. ‘마니파투라 지노리 Manifattura Ginori’라는 문패가 달린 곳으로 들어가자 마치 비밀의 정원에 들어온 듯 풋풋한 초록의 기운이 반겼다.
이번 전시의 컨셉트는 ‘Love the Past Invent the Future’. 리차드 지노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장을 마련했다는 설명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기 전 파트리치아는 283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리차드 지노리의 시작점부터 이야기했다. “173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된 리차드 지노리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도자 브랜드예요. 오랜 연구 끝에 질 좋은 이탈리아 북부의 흙으로 만든 본차이나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고 포슬린 아트로 섬세한 감성을 표현한 예술적인 도자를 만들어왔습니다. 1920년대에는 리차드 지노리를 상징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지오 폰티 Gio Ponti를 만나 세계 최초로 도자에 디자인을 접목시킨 개념을 전파하게 됩니다. 2016년에는 구찌가 소속된 케어링그룹으로 인수되어 글로벌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역사적인 장소에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를 들으니 전시장에서의 망중한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이번 전시는 마치 시공간을 넘나드는 시간 여행자가 될 수 있도록 꾸몄는데 연극 무대처럼 연출한 신제품 전시 공간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그간 선보여온 리차드 지노리의 컬렉션을 전시했고 그 뒤로는 피렌체에 있는 아틀리에를 재현한 공간과 페인트 워크숍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첫선을 보이는 바벨 Babele 컬렉션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디자인한 것으로 제품을 쌓아올려 연출한 아트적인 디스플레이가 돋보였다. 전시를 관람하고 돌아오는 길, 바라만 보는 수집품이 아닌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실용적인 ‘작품’이 이런 거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tel 신세계 본점 7층 피숀 매장 02-310-1490, 신세계 강남점 본관 9층 피숀 매장 02-3479-1471, 신세계 센텀시티점 7층 피숀 매장 051-745-2392
리차드 지노리의 준케디 회장 겸 CEO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는 대부분 가족 사업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리차드 지노리도 그런가? 리차드 지노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대공 고문이었던 마르퀴스 카를로 안드레아 지노리 Marquis Carlo Andrea Ginori가 도키아 Doccia 지역에 최초의 이탈리아 제조소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리차드 지노리는 2016년 위기를 맞았고 같은 해 3월 구찌, 보타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등이 소속되어 있는 글로벌 브랜드 케어링그룹에 인수되었다. 나는 리차드 지노리의 회장 겸 CEO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과거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동시대의 작품으로 재창조하는 독창성이다.
리차드 지노리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280여 년간 리차드 지노리는 이탈리아의 역사와 전통을 각 시대의 동향과 스타일에 비춰 제품을 만들고 있다. 나는 이를 특별한 문화 여행이라 이야기하고 싶은데, 가령 18세기에 유행한 새장 장식과 식물 장식은 디자이너 지오 폰티와 지오반니 가리볼디 Giovanni Gariboldi가 재해석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을 탄생 시켰다. 이러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제작 방식과 기술 그리고 장인정신을 녹여내 세대를 초월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메종&오브제 기간에 열린 <Love the Past Invent the Future>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나? 이 공간은 리차드 지노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예술, 역사 그리고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였다. 이번 전시는 지난 283년의 역사를 간직한 리차드 지노리만의 장인정신, 노하우 그리고 신기술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시의 주제인 ‘과거를 사랑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말처럼 수공예품의 도자인 캡슐 컬렉션부터 흑백의 음영이 인상적인 바벨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리차드 지노리를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컬렉션이 있다면? 1740 년부터 사용된 형태인 마니파투라 리차드 지노리 Manifattura Richard Ginori의 베키노 지노리 Vecchio Ginori 라인이다. 그리고 카테네 Catene 컬렉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패턴으로 두 가지 컬렉션에서 우리의 브랜드 DNA를 엿볼 수 있다.
집에서도 리차드 지노리를 사용하나? 물론이다. 리차드 지노리는 TPO에 맞는 다양한 스타일이 특징으로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적절한 컬렉션을 선택한다. 테이블 세팅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창의력 그리고 아름다운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리차드 지노리는 신세계백화점 피숀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간 한국 고객을 지켜봤을 텐데 어떤 제품을 선호하나? 한국 고객은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특히 패션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대를 거쳐 사용할 수 있는 컬렉션을 좋아한다. 우리는 고객들의 이런 니즈에 보답하기 위해 18세기부터 내려오는 공예 기술을 바탕으로 시대를 초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