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경 대표는 조금 천천히 걷는다. 그래서 아주 먼 곳을 꿈꿀 수 있다.
나만의 카페는 많은 사람의 꿈이다. 하지만 유행이 광속으로 바뀌는 서울에서는 카페를 여는 것보다 지키는 일이 훨씬 귀해 보인다. 서울에서 ‘노포’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는 것은 정녕 국밥집 밖에 없는 것일까. 이렇게 빠른 흐름 속에서 노포를 꿈꾸는 카페가 있다. 바로 서정경 대표의 언더야드다. 이제 3년 차를 맞이한 언더야드는 나무가 드리워진 아름다운 논현동 골목에서 시작해 몇 달 전 한남동에 2호점을 오픈했다. 그리고 유행과는 상관없이 아직도 많은 사람의 발걸음은 꾸준히 언더야드로 향한다. “aA디자인뮤지엄에서 빈티지 가구 관련 일을 하고, 공간 데커레이터로 활동하다 언더야드를 오픈했어요. 공간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는 하는 일이 비슷할 수 있는데, 결국 모두 새로운 일 같아요. 새로이 배워야 할 것이 무척 많더라고요.” 수줍게 미소를 띤 서정경 대표의 시선이 언더야드의 구석구석에 머물렀다. 논현동의 오래된 담배가게를 리모델링해서 꾸민 18평 남짓의 작은 카페는 남편인 <벨보이> 매거진의 박태일 대표와 함께 1년 반의 시간 동안 직접 꾸며 오픈한 공간.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도사렸던 공사 환경보다 그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오픈 당시만 해도 흔치 않던 컨셉트의 카페였거든요. 저희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쭉 오랜 시간 고민해서 만든 공간이었는데, 사람들이 이걸 좋아해줄까, 공감해줄까 그런 확신을 갖는 게 무척 힘들었어요. 어쨌거나 카페는 저희의 만족을 넘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잖아요. 그래야 지속 가능하니까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메탈, 대리석 등의 화려한 소재 대신 관리하기 힘든 벽돌 바닥이나 디테일이 살아 있는 스틸 합판 등을 사용해 하나씩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 직원들이 사용을 만류하는 희귀한 빈티지 컵이나 식기 등 그녀의 취향이 듬뿍 담긴 아이템을 기물로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언더야드를 꾸준히 사랑받게 만드는 커피, 샌드위치 등의 메뉴를 통해 신혼의 라이프스타일도 담았다. “에디터(박태일)라는게 불규칙한 직업이잖아요. 촬영하면 새벽에 끝나고 또 마감이라 늦게 들어오고. 그러니까 아침이 되게 중요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출근 전에 아침을 무척 신경 써서 잘 해먹었어요. 제가 샌드위치를 만들면 신랑은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 그때 아침으로 먹었던 삭슈카, 샌드위치가 다듬어져서 지금의 메뉴가 된 거예요.” 하지만 취미와 판매를 위한 메뉴는 간극이 컸다. 어제와 오늘, 내일의 맛과 모습이 한결같아야 했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도 변함없어야 했다. 또한 아무렇지 않게 메뉴를 카피하는 몹쓸 관행도 문제였다. 음식의 경우 법적인 보호가 쉽지 않아 힘들게 개발한 메뉴가 다른 공간에서 버젓이 판매되는 경우도 잦았다. 그럼에도 서정경 대표는 꾸준하다. 그녀는 이 과정을 ‘버티기’라고 표현했다. “저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언더야드를 운영하고 싶거든요. 카페라는 공간이 너무 좋아서요. 찻잔 부딪히는 소리, 그릇에 포크 부딪히는 소리, 그 공간 안의 사람들…. 혹여 언더야드의 스타일이 달라진다면, 제 취향도 약간 옮겨가는 과정이겠죠. 그게 다 자연스럽게 이 안에서 보여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