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저 Thomas Barger의 가구에 대한 첫인상은 ‘독특하다’였다. 뉴욕의 유명 코스메틱 브랜드 글로시어의 플래그십 스토어나 가로수길의 감각적인 뷰티숍 탬버린즈에도 그의 가구가 놓였을 만큼 그는 최근 가장 떠오르는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서플라이 서울에서 진행 된 토마스 바저의 개인전.
상업 공간에서 그의 가구는 특히 빛을 발한다. 구석에 두어도 한 번쯤 눈길이 갈 만큼 존재감이 확실하다. 서플라이 서울에서 열린 개인전에서는 벽에 고정하는 행어 시스템부터 의자, 테이블, 데이베드 등 다양한 가구를 선보였다. 가구마다 꼭 뚫려 있는 구멍 때문에 바삭바삭한 비스킷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의 동화에 나올 법한 캐릭터스러운 디자인도 있다. 이번 전시의 이름은 <Sugar Dish>다. 미국 일리노이 주의 시골에서 자란 토마스 바저는 할머니 집에 있는 설탕을 보관하는 설탕 단지함을 보며 진정한 럭셔리라고 느꼈다. 도시로 와 성공했지만 남들이 말하는 럭셔리는 그가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 화려한 트렌드와 럭셔리가 난무하는 요즘이지만, 그에게는 설탕 보관을 위한 딸기 모양의 단지함이 럭셔리하게 느껴졌던 것. 얼마 전 인터뷰한 리에거의 대표 크리스토프 카이요는 럭셔리란 선택권이 나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마다 럭셔리를 논하는 기준은 다르지만 크리스토프 카이요나 토마스 바저의 생각처럼 럭셔리란 꼭 금액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럭셔리일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자개 이불장이나 루이 비통 전시에서 본 여행용 시계 케이스를 단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럭셔리하다고 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누군가 내게 럭셔리의 정의를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