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물을 만들지 않아요. 집에 갈 이유를 만들어주고 그 공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을 선물할 뿐이죠.”
미국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라미스트 버지니아 신 Virginia Sin은 내추럴한 색감과 면이나 울, 세라믹과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한 홈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2007년, 그녀가 디자인한 제품은 미국 디자이너이자 기업가 롭 포브스 Rob Forbes가 설립한 가구 회사 ‘디자인 위딘 리치 Design Within Reach’에서 처음 주목받기 시작해 9년 후인 2016년에는 뉴욕의 역사 학회 박물관 New York Historical Society Museum의 21세기 오브제 컬렉션의 일부로 전시되기도 했다. 그녀가 디자인한 제품 중 베스트셀러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프루트 볼’은 여덟 갈래로 이루어진 바스켓 형태로 디자인되어 과일을 보관할 때 공기가 잘 통한다. 또 고운 질감의 세라믹 소재를 사용해 심플하지만 유니크한 디자인이 돋보여 아트 오브제로도 손색없다. 이와 더불어 버지니아 신이 선보인 올 가을/겨울 컬렉션은 묵직하고 딱딱해 쉽게 깨질 것 같다는 편견이 있는 세라믹 소재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얼핏 보면 코럴 색상의 가죽 소재로 느껴질 만큼 돌기 없이 매끈한 곡선 형태의 이케바나 꽃병, 동그랗게 말린 모습이 어딘가 지렁이를 떠올리게 하는 촛대, 단순한 원형 모양의 벽걸이 코트 훅, 깊은 바닷속 파도에 의해 둥글게 변형된 암석의 형태 혹은 다육식물을 떠올리게 하는 조명 등 익숙한 듯 낯선 매력을 지닌 리빙 오브제를 출시했다. 버지니아 신의 오브제는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해 공간 속에서 과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그녀가 제작한 제품과 함께 스타일링한 감각적인 사진만 봐도 그렇다. 비움의 미학과 심미적 안정감을 주는 내추럴한 스타일을 반영한 그녀의 디자인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