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상인들이 쇳가루를 날리며 열심히 일하는 공업 지대로, 밤이 되면 반짝이는 불빛 사이 젊은이들로 붐비는 이곳이 바로 변화무쌍한 매력을 지닌 을지로의 현재 모습이다.
낮과 밤이 다른 그 분위기에 매료된 가구 디자이너 겸 아트 디렉터 소동호는 이곳에 자리 잡은 지 벌써 5년이 되었다. “연희동 작업실을 정리하고 을지로 주변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던 중 마침 서울 중구청에서 작가 유입을 위한 예술가 지원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 시기가 상당히 잘 맞아떨어져 을지로에 입주하게 되었죠.” 소동호 디자이너가 을지로에 둥지를 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전에는 전통 공예 기법과 재료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보냈다면, 이곳에 오면서부터는 조금 더 산업적인 재료와 기술을 사용한 작업 혹은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원형 금속판을 고속 회전시켜 만든 시보리 조명과 그가 서울 곳곳을 누비며 발견한 무명의 길거리 의자를 기록한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 프로젝트가 있다. “워낙 의자라는 사물을 좋아하다 보니 길거리에 버려진 의자까지도 유심히 보게 된 것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하나씩 기록하다 보니 200개가 넘는 자료가 쌓였고, 어떻게 하면 작업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비트라의 체어 컬렉션을 오마주했죠. 마스터의 의자와 길거리 의자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유쾌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또 소동호는 을지로 골목 투어 프로그램인 ‘을지유랑’과 디자이너와 조명상가의 상생을 위한 ‘by을지로’ 등 을지로 지역을 위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by을지로의 연속인 ‘을지로 라이트웨이’와 더불어 ‘2019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의 아트 디렉터로 활약할 예정이다. 을지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한 소동호 디자이너는 을지로가 많은 주목을 끄는 시기를 지나 이제 안정기로 접어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낮과 밤이 다른 개념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모습이야말로 진짜 서울의 모습이 아닐까라며 앞으로도 이 흐름을 유지하면서 을지로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동네로 인식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