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랜드 조명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고유한 디자인과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국내 조명 브랜드 아고는 ‘옛 친구’를 의미하는 이름처럼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설렌다.
한국에서 20여 년간 조명을 유통해온 이우복 대표가 설립한 아고는 유화성 작가의 주도하에 국내외 실력 있는 디자이너와 함께 이야기를 펼쳐낸다. 스톡홀름에 기반을 둔 디자인 스튜디오 바이 마스를 운영하고 있는 유화성 작가를 중심으로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스튜디오 ‘빅 게임’, 스톡홀름 기반의 디자이너 존 아스트버리&토브 탐베르트 John Astbury&Tove Thambert와 스웨덴 건축가 겸 디자이너 요나스 바겔 Jonas Wagell이 있으며 국내 디자이너로는 디자인과 조각, 설치 예술을 아우르는 김진식 작가와 그래픽, 가구, 공간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튜디오 워드의 조규형, 최정유 작가가 있다. 아고는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한 조명을 자체 개발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고의 공식 국내 론칭이 열린 덴스크의 쇼룸에서 아고의 이우복 대표와 디렉터이자 디자이너 유화성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아고는 20여 년간 조명을 유통해온 회사에서 출발했다. 조명 유통업을 해오며 느낀 국내 조명업계의 한계는 무엇인가?
이우복 대표 (이하 이) 감히 조명 유통업계를 통틀어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무분별한 유통 질서와 값싼 중국산 수입 제품으로 인해 업체 간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 해외 유명 제품의 디자인을 카피해서 유통해왔기에 경쟁력을 잃어간다고 느꼈다.
국내 조명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이었나?
이 제조사의 물건을 받아 유통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위기 의식을 느꼈고 고유한 디자인과 제대로 된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을지로 라이트웨이 2017을 통해 디자이너가 함께 협업하고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이를 통해 유화성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아고의 실질적 디렉팅은 유화성 작가의 주도하에 이루어진다. 많은 국내 작가 중 그와 함께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이 사실 디자이너들의 성향을 잘 모르고 있었다. 많은 디자이너가 상업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작품에 가까운 조명을 만든다고 생각했던 거다. 하지만 유화성 작가는 자신이 디자인한 조명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양산과 판매의 측면에서 개선안을 제안했을 때 흔쾌히 수용했다. 그와 더 많은 일을 해봐도 좋겠다 싶었다. 유화성 디렉터 (이하 유) 스톡홀름에서 11년 정도 스튜디오 일을 하면서 해외 브랜드는 어떻게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는지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는 늘어만 가는데 이렇다 할 국내 브랜드가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던 차 이우복 대표님을 만났다. 진지한 마음으로 브랜드를 론칭에 함께하게 되었다.
아고는 국내가 아닌 프랑스 메종&오브제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해서였다. 2018년 9월 메종&오브제에 by 을지로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조명을 가지고 참여했을 때 브랜드보다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의 관점과 문화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자 올해 9월 메종&오브제를 통해 아고의 첫선을 보였고 신규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퀄리티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은 호응과 관심을 얻었다. 유 해외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면서 애초에 기준점을 해외에 뒀기 때문에 메종&오브제를 통해 먼저 테스트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것이 국내에서 선보일 때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국내외 6팀의 디자이너를 선별한 기준은 무엇이었나?
유 아고가 추구하는 취지와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를 선별했다. 기본적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조명을 만들고 싶었다. 예쁘기만 한 센터피스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그 분위기와 어우러져 공간의 목적을 비로소 완성시킬 수 있는 그런 조명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컬렉션이 하나의 제품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취지나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어야 했고, 그런 면에서 6팀의 디자이너 모두 아고의 지향점과 잘 맞아떨어졌다.
메종&오브제에 이어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고가 이렇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이 아고와 협업한 디자이너들이 현재 조명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을 해주었는데, 이들의 감각이 시장에서 통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좋은 퀄리티의 합리적인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10만원대에서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놀랐다.
유 론칭하면서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가 파리에서도 가격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국내에서는 가격이 좀 높게 책정되지 않았나 하는 의견도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 수입품이 조명 시장을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인데, 모든 디자인 조명이 무조건 고가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아고는 높은 퀄리티는 유지하되 합리적인 가격대로 수입 조명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 12월에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은 쇼룸을 오픈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조 라인을 마무리할 계획이며, 메종&오브제와 스톡홀름 가구 박람회에 참가해 공격적으로 홍보하고자 한다. 유 협업할 디자이너를 확장할 계획이다. 우리의 결을 지키면서 스타일적인 면에서 다양성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