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에서 자유롭게 넘나드는 잉고 마우러의 세계를 살펴보자.
지난해 10월, 놀라운 조명 디자인으로 감동을 안겨주었던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가 세상을 떠났다. ‘빛의 시인’으로 불리던 그는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던 흔치 않은 크리에이터였다. 그는 1932년 독일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물과 빛이 춤추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자랐다. 어린 시절 촘촘히 새겨진 아름다운 기억은 그의 조명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한 잉고 마우러는 미국으로 건너가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다시 뮌헨으로 돌아와 조명 회사인 디자인 M을 설립했다. 디자인 M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잉고 마우러 유한회사의 전신이기도 하다. 그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올려놓은 것은 알전구에 날개를 단 ‘루첼리노 Luchellino(1992)’ 조명이다. 작은 알전구에 날개 하나를 달아 무한한 생명을 부여한 그의 감각에 수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다.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루첼리노 조명은 어찌 보면 조명보다 아트피스에 가깝다. ‘제텔즈 6 Zettel’z 6(1997)’ 조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일상의 물건을 모아 샹들리에로 탈바꿈시킨 그의 재능은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가장 인상적인 조명으로는 깨진 접시 파편으로 만든 ‘포르카 미제리아 Porca Miseria(1994)’를 이야기하고 싶다. 접시와 포크, 나이프 같은 식기가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모습을 묘사한 조명으로, 마치 시간을 붙들어놓은 듯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는 <프레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혼과 가장 가까운 디자인으로 ‘돈키호테 Don Quixote(1989)’를 꼽았다.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가장 대담한 시도를 했던 조명으로 자신의 자유를 나타낸다며 말이다. 80세가 넘어서까지 끊임없이 상상하고 구현했던 빛의 시인. 잉고 마우러는 이제 없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여전히 세상을 찬란하게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