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모카포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 높은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에 비해 맛이 떨어질 거라는 비루한 편견 말이다.
참고로 에스프레소 머신의 압력은 9bar 이상, 모카포트는 1~4bar다(가장 높은 압력을 갖고 있는 것은 4bar의 뉴브리카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난 모 바리스타가 이런 생각에 일침을 놓았다. “맛이 없다기보다는 맛이 다른 거죠. 모카포트끼리 비교해도 그래요. 익스프레스로 추출한 것은 좀 더 차에 가깝고, 브리카로 추출하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것과 흡사한 맛이 나거든요. 뭐가 맛있고 맛없다라고 할 수는 없고, 그냥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되는 거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 그것은 커피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는 명언 같았다. 1933년, 알폰소 비알레티가 개발한 모카포트는 이탈리아 국민의 90%가 하나쯤 갖고 있을 만큼 대표적인 홈 카페 도구로 꼽힌다. 하단에 있는 보일러층에 물을 넣고 불에 올리면, 물이 끓을 때 생기는 수증기의 압력으로 커피를 뽑는 간단한 원리다. 대표적인 소재는 알루미늄인데, 물이 빨리 끓는다는 장점과 쉽게 녹이 슨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커피를 추출한 뒤 세제 없이 물에 씻어 선선하게 말려두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근래에 본 것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모카포트는 알레시의 ‘뉴 모카’다. 아모레퍼시픽의 건축가로도 유명한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디자인한 것으로, 11면의 각진 디자인이 하나의 건축을 연상시킨다(참고로 알레시 대표의 외할아버지가 알폰소 비알레티다). 예쁜 모카포트를 준비했다면 이제 맛있게 먹을 차례다. 맛있게 추출하는 법은 정확한 레시피를 지키는 것. 최근 모카포트 전문 바리스타에게 배운 레시피를 공유하겠다. 일단, 모카포트 2컵 기준으로 물 80ml를 붓는다. 원두는 에스프레소 머신용보다 조금 굵게 간다. 원두의 굵기 정도에 따라 맛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하니 주의하자. 추출 시간은 3분 정도. ‘포시시식’ 소리가 나면 추출이 끝난 것으로 바로 불에서 내린다. 아메리카노로 마시고 싶다면 물을 4:1 정도로 추가하면 된다. 참고로 압력이 센 브리카는 라테도 만들 수 있다. 우유는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프렌치프레스로 펌핑해서 사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