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산업디자이너 에로 아르니오는 플라스틱을 이용한 파격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몸에 딱 맞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선보이며 산업디자인의 지평을 바꾼 혁신가로 평가된다.
핀란드 출신의 산업디자이너 에로 아르니오 Eero Aarnio의 가구는 유쾌한 발상과 귀여운 형태로 자칫 어린이를 위한 가구로 비쳐질 수 있지만, 엄연히 성인 사이즈에 맞춘 어른을 위한 가구다. 1932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태어난 그는 인스티튜트 오브 인더스트리얼 아츠 Institiute of Industrial Arts에서 공부한 후 1962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무실을 열었다. 이듬해 대중문화를 반영한 ‘볼 Ball’ 체어와 ‘파스틸레 Pastille’ 체어, ‘버블 Bubble’ 체어를 출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들 제품은 플라스틱 유리섬유를 주재료로 부드럽고 유연한 곡선을 만들어내 ‘심플한 형태이지만 기본을 지키는 디자인’이라는 그의 디자인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가 디자인한 제품은 매우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띠고 있어 종종 공상 과학을 주제로 한 영화의 세트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한 조랑말을 형상화한 ‘포니 Pony’ 체어는 그 당시 어른을 위한 재미있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플라스틱의 한계 없는 변화와 유쾌한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그의 디자인을 설명하기에 앞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인체공학적 디자인’이다. 그는 주변의 자연환경과 건물, 물건, 대중문화, 과학기술 등 많은 것에서부터 영감을 얻으며 인체공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가구와 조명, 인테리어 소품을 디자인한다. 이처럼 핀란드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인체에 대한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작동이 원활한 가구일 것이다.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 – 핀란드 디자인 10000년>이라는 특별전이 열렸는데, 지난 1만 년 동안 핀란드에서 변화무쌍하게 발전하는 물질과 문화, 기술을 새로운 관점에서 소개하는 전시로 핀란드 디자인의 역사와 무한한 창의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재 9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에 관한 끊임없는 상상과 연구를 이어오며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에로 아르니오의 끝없는 도전과 열정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