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가 실제로 거주했던 아파트가 2년여의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열었다.
©Olivier Martin Gambier
건축의 아름다움이 인정받은 것은 르네상스 시대부터라고 전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건축가의 이름을 떠올려보자. 피렌체 대성당의 아름다운 돔을 완성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떠오른다. 바르셀로나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안토니 가우디도 생각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1900년 이전의 건축가들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건축가를 떠올린다면, 딱 한 명으로 압축된다. 바로 르 코르뷔지에다. 도미노 구조, 공간 절약형 주거 건축법 등 현대건축의 기본이 되는 많은 이론을 탄생시켰고,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은 유럽에 있는 그의 건축물을 성지순례하듯 방문한다.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샤를-에두아르 잔레라는 본명을 가졌으나 1920년부터 외할아버지의 이름을 변형한 르 코르뷔지에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이후 파리에서 개인주택을 설계하며 유명세를 이어갔고, 1930년 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한 후 도시계획 분야에서 큰 공헌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집은 인간이 살기 위한 기계’라며 단지 멋진 장식품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이 편리해야 한다는 ‘인간을 위한 건축’을 신념으로 삼았다.
©Olivier Martin Gambier
©Olivier Martin Gambier
©Olivier Martin Gambier
그가 1934년부터 1965년 사망하기까지 실제로 거주했던 아파트가 지난 2년간 르 코르뷔지에의 가치와 살아생전 모습을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묵은 때를 걷어내는 작업을 거쳐 완성되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아늑한 거실이 있고, 넓은 다이닝룸과 아틀리에를 마주하게 된다. 침실과 부엌은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만큼 자그마하게 배치되어 완벽한 실용주의 건축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유동적인 공간 구성과 그 안에서의 자유로운 동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식이 없이 생을 마감한 르 코르뷔지에는 작품의 사후 보존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었다. 그의 아파트를 관리하고 공개하는 것도 모두 재단에서 담당한다. 그의 디자인 정신을 존중하는 선에서 가구는 까시나 Cassina, 조명은 네모 라이팅 Nemo Lighting에서 생산하도록 조율했다. 현대건축에 대한 이해를 위한 여정을 시작하고 싶다면, 그 시작점으로 파리 르 코르뷔지에의 아파트를 방문해보길 바란다.
add 24, Rue Nungesser et Coli 75016 Paris
tel 33 1 42 88 75 72
실용주의에 입각한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