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편집숍 카시나 Kasina와 헷갈리지 말자. 디자인 개척자 까시나 형제들이 만든 까시나 브랜드 이야기.
디자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르 코르뷔지에의 ‘LC 체어’ 시리즈를 눈여겨봤을 것이다. 일명 ‘스티브 잡스 의자’로 알려져 있는 LC3 체어는 누군가에게는 로망인 의자이기도 하다. 그런 LC 체어 시리즈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르 코르뷔지에의 디자인으로만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LC1, LC2, LC4 체어에는 숨은 공신이 있었다. 바로 여성 디자이너인 샤를로트 페리앙이다. 그녀의 예술적 진가는 르 코르뷔지에에 가려진 측면이 있는데, 최근 그녀의 작업물이 재조명되고 있다. 2020년 현재, 20세기 최고의 걸작인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과 몰랐으면 너무 아쉬웠을 샤를로트 페리앙의 작품을 보고, 일상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까시나라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까시나는 이 두 거장 외에도 게리트 리트벨트 등 당대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을 독점으로 선보이고 있다. 단순 복제가 아니라 디자인 역사에서 가치를 가지는 오브제 혹은 예술 작품으로 복원함으로써 오늘날 이들 제품의 진가를 고스란히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까시나는 거장의 작품을 재현하는 것 외에도 동시대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독창적인 제품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도무스> 잡지를 창간하고 이끈 지오 폰티와의 협업이 첫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한 꼬마가 한 손으로 나무 의자를 들고 있는 사진 속 의자가 그 협업의 탄생작이다. 이는 아이가 한 손으로 들 수 있을만큼 의자가 가볍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의자가 바로 까시나를 대표하는 초경량 의자 ‘슈퍼레제라’인데, 1957년에 이런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까시나는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목제 가구로 특화된 회사로 목재를 다루는 뛰어난 기술이 강점이었다. 전통적인 수공예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기술과 재료를 연구한 끝에 혁신적인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었다. 전통과 현대를 이어가며 디자인 문화를 개척한 까시나 형제가 산업디자인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이후 재료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바탕으로 기존 가구의 틀에서 벗어난 독창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가구를 선보여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필립 스탁 등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혁신적이고 예술 작품 같은 가구를 제안하고 있다. 2016년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총괄 아트 디렉터를 맡으면서 보다 현대적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지만, 전통과 혁신 그리고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성에 대한 까시나의 개척 정신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도와주고 가구 이상의 미학과 영감을 선사한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아가는 까시나의 미래가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