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특유의 매력적인 색채를 담은 리빙 브랜드 르렌스와 디자이너 로렌스 리나에르의 이야기. 벨기에 출신의 그녀는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도시인 마라케시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업을 펼쳐낸다.
아프리카 북서단에 위치한 모로코는 푸른 하늘과 사막, 정열적인 색채가 어우러져 많은 이들의 드림 여행지로 손꼽힌다. 그곳에서 모로코가 주는 영감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해 작업 활동을 이어가는 브랜드 르렌스 LRNCE를 발견했다. 모로코의 몽환적인 매력을 아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이 브랜드를 접했을지도 모르겠다. 세라믹 꽃병과 테이블웨어, 조명 그리고 러그, 블랭킷, 쿠션 등의 텍스타일 제품은 물론 의류와 신발까지 다채로운 품목으로 구성된 르렌스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로렌스 리나에르 Laurence Leenaert와 서면 인터뷰를 나눴다. 누군가는 우리가 마지막 자유 여행 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언제쯤 비행기를 타고 저 멀리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작업을 보고 있자니 여행을 떠난 듯 설렘이 느껴진다.
INTERVIEW
르렌스는 모로코 마라케시에 기반을 둔 벨기에 브랜드다. 왜 마라케시를 선택했나?
2014년 동생 미셸 Michelle과 함께 모로코로 여행을 떠났다. 모로코의 주요 도시인 마라케시와 서부 항구도시 에사우리아 Essaouria 그리고 작은 오아시스가 있는 므하미트 엘 히즐라너 M’hamid el Ghizlane에 머물렀는데, 사막을 품고 있는 이곳이 너무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마라케시에서 느꼈던 만족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항상 사용하는 재봉틀을 가지고 무작정 마라케시로 향했다. 언제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편도행 티켓을 끊은거다. 이곳이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무한한 영감을 안겨주는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자 결심했다.
브랜드의 설명에 앞서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배경이 궁금하다.
벨기에에서 태어났으며 로열 아카데미 오브 파인 아츠 겐트에서 패션을 공부했다. 학업 도중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고 굳이 학업을 마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브랜드에 더욱 집중할 것을 다짐했다. 르렌스의 첫 시작은 가방이었다. 마라케시로 넘어가 가방 컬렉션에 몰두했지만 이곳에서 만난 수많은 예술가와 장인들로부터 자극을 받았고, 샘플 작업과 새로운 소재에 대한 실험을 하기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작업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동시에 나 자신한테 자유를 주고 압박감을 덜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자유로운 삶을 위해 이곳 마라케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아윱 부알람 Ayoub Boualam과 결혼했다.
마치 낙서를 하는 듯한 자유로운 형태와 그림, 색채가 독특하다. 르렌스의 컨셉트는 무엇인가?
르렌스는 나의 모습 혹은 개인적인 삶과 많이 닮아 있다. 르렌스는 나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으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구현됐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컴퓨터에 취약한 나로서는 직접 손으로 그리는 작업이 나만의 그래픽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디자인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모로코에서의 일상적인 삶과 여행 그리고 예술을 통해 모든 디테일이 표현된다.
세라믹과 텍스타일은 물론 의류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다. 시도해보고 싶은 또 다른 아이템이 있나?
물론 있다. 패션을 전공했기 때문에 텍스타일 작업에 익숙하고 매번 새로운 재료를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 최근 들어 연철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이 재료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할뿐더러 넓은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조각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기 전 배움의 단계와 재료를 탐구하는 시간 그리고 장인들로부터 기술을 접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이 모든 것이 내게 강한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이 모로코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들었다.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르렌스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마라케시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제작된다. 지난 5년간 함께 한 장인들과 깊은 신뢰 관계를 맺고 있으며, 내게 그들은 정말 중요한 분들이다. 르렌스의 디자인과 샘플은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며 완성도가 높은 독특한 제품만 실제 생산된다.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다소 어려운 모로코에서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 대표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전혀 없다. 이곳 사람들은 매우 열려있는 사고를 하고 내게 도움을 주며, 나를 지지해주기 때문에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소셜 미디어를 들여다보면, 한국 소비자들도 르렌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최근 들어 마라케시 쇼룸에도 한국 고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한국인들은 늘 상기된 표정과 흥분된 모습으로 우리의 쇼룸을 찾아왔고, 그들의 열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5월 즈음 서울에 있는 분더샵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 계획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다. 언젠가 상황이 좋아지면 한국을 찾아 우리의 제품을 선보이고 싶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디자인 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모로코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 역시 두 달간 문을 닫아야 했다. 평소 마라케시는 매우 활동적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여파로 변화가 찾아왔다. 스튜디오와 세라믹 아틀리에는 문은 닫을 수밖에 없었고, 세라믹 제품은 생산이 중단되었다. 모로코는 사실 관광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인데,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다. 나 역시 정말 걱정되긴 하지만 한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꼽자면, 온라인 비즈니스의 발전 가능성이다.
쇼룸을 확장하는 계획이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물론 있다. 언제나 세상에 르렌스의 제품을 공유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 상황이 하루빨리 진정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