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디자인하는 조명

빛을 디자인하는 조명

빛을 디자인하는 조명

몇 달 전부터 ‘신혼집 꾸미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예전부터 생각해온 집의 컨셉트와 가구 리스트를 하나씩 꺼냈다.

 

 

얼추 머릿속으로 정리가 될 즈음 가장 중요한 조명이 빠졌다. <메종>의 맏언니 진수 선배가 “조명은 다른 가구와 달리 오래 사용할 수 있으니 좋은 거 사!” 하고 조언했던 것이 기억났다. 이것저것 다양한 조명을 살펴보다 역시나 조명은 루이스 폴센인가! 루이스 폴센은 148년 동안 조명만 만들어온 덴마크 브랜드다. 대표적으로 폴 헤닝센이 디자인한 PH 라인은 다른 크기의 갓이 한데 어우러져 예쁜 디자인을 자랑하지만, 사실 빛을 디자인하기 위해 그 갓 모양이 탄생된 것이다. 루이스 폴센의 조명은 어디에서 바라봐도 눈부심이 전혀 없고, 고운 빛을 공간에 비추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디자인에 반영되었다. 사실 나 역시 검증된 유명세와 디자인에 이끌렸지만 빛에 대한 그들의 철학과 진정성 그리고 헤리티지를 알고 나니 그전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던 부드러운 빛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집 안의 분위기 메이커는 조명이라 하지 않던가. 1940년대 생산이 중단되었다 다시 국내에서 10월에 출시 예정인 루이스 폴센의 PH 셉티마 Septima가 지금 1순위 ‘위시’ 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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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가면 꽃 한다발을

파리에 가면 꽃 한다발을

파리에 가면 꽃 한다발을

파리 9구에 위치한 드보리유는 지극히 파리지앵스러운 플라워 숍이다.

 

 

인류가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먼저 선물했던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꽃이 아닐까 싶다. 지구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보다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니 벅찬 감정을 표현하기에 꽃보다 좋은 선물은 없었을 듯하다.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의 기록 중 가장 재미난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장미 가시 이야기가 아닐까. 사랑의 전령 큐피드가 아름다운 장미에 반해 자신도 모르게 입을 맞추려 하자 꽃 속에 있던 벌이 깜짝 놀라 침으로 큐피드의 입술을 쏘아버렸다고 한다. 이를 본 여신 비너스는 큐피드가 안쓰러워 벌의 침을 빼낸 뒤 장미 줄기에 꽂아두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장미에 가시가 생겼다고 한다. 신 또한 반했던 꽃이니 인간에게는 어떠했을까? 지금까지도 사랑하는 이에게 꽃을 선물하니 말이다.

 

드보리유를 운영하는 플로리스트 피에르 방슈로의 작품들. 자연스러우면서도 빈티지한 스타일이 특징이다

 

최근 한국에서 꽃 선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고서는 꽃을 선물하고 받는 것이 줄어들었다니 아쉽기만 하다. 파리에서 꽃가게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동네 어디를 가도 꽃을 파는 가게가 있고 재래시장에서도 꽃을 파는 매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파리지앵들에게는 밸런타인데이처럼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꽃을 자주 주고 받는 문화가 정착된지 오래다. 꽃은 일상을 넘어 예술 표현의 장르까지 넘어선지 오래다. 이번에 소개하는 드보리유 Debeaulieu는 파리 9구에 위치한 플라워숍이다. 매장을 이끄는 플로리스트는 피에르 방슈로 Pierre Banchereau다. 그는 독특하게도 회계,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32살에 직업을 바꿔 지금까지 7년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스럽고 빈티지한 스타일이 돋보여 파리에서는 드보리유 스타일로 불리기도 한다. 파리의 루이비통 매장이 매주 그의 꽃을 주문하는 주요 고객이며, 올해 초 유럽의 많은 루이비통 매장  쇼윈도가 그의 작품으로 꾸며지기도 했다. 파리는 언제나 낭만과 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갱신한다. 당신이 다시 파리에 오게 된다면, 작은 에코백에 막 구워져 나온 바게트와 사랑하는 이를 위한 드보리유 스타일의 꽃 한다발이 들려 있기를 바란다.

add 30 Rue Henry Monnier 75009 Paris
tel 33 1 45 26 78 68
web www.debeaulieu-par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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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eauli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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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관(파리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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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산물

상상의 산물

상상의 산물

빅게임은 일상에 도사린 모든 사물을 세심하게 바라보고 상상한다. 단순하지만 실용적인 그들의 작품은 이에 대한 바람직한 산물이다.

 

왼쪽부터 엘릭 프티, 그레구아르 장모노, 오귀스트 스코 드 마르탱비유.

 

2005년 4월 밀라노 가구 박람회의 살로네 사텔리테 전시장 한 켠에서 젊은 영감으로 무장한 신진 작가들의 태동이 들려왔다. 올해로 16주년을 맞은 빅게임 Big-game의 시작점도 바로 그곳이었다. 빅게임은 스위스 로젠예술대학 출신의 세 명의 디자이너 오귀스트 스코 드 마르탱비유, 그레구아르 장모노, 엘릭 프티가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당시 그들은 박제된 동물을 모티프로 한 조립식 트로피를 선보였고, 이로부터 영감을 받아 커다란 사냥감을 뜻하는 빅게임 Big Game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함께 공부하면서 다져진 팀워크와 사물을 바라보는 신념마저 같았던 그들은 어렵지 않게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다질 수 있었다. 반드시 실용적일 것. 그들은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구와 제품만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거라 믿었다. 동시에 개성 없이 단조롭기만 한 제품을 경계했다. 이런 정체성 덕분에 생활 밀착형 다자인을 지향하면서도 특징적인 색채와 그래픽 요소를 가미해 개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빅게임은 스위스 디자인상, iF 디자인상, 굿 디자인상 등 다수의 상을 거머쥐며 그들의 선택과 집중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특히 바우하우스 시대의 클래식 가구에서 영향을 받아 만든 볼드 체어는 빅게임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구부러진 금속 관을 폴리우레탄 폼으로 감싼 특이한 외관은 프랑스의 가구 회사 무스타슈 Moustache의 목록 1호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상승 곡선을 달리게 해주는 기폭제가 되었다.

 

살로네 사텔리테에서 선보인 조립식 트로피.

 

폴리우레탄 폼으로 감싼 볼드 체어

 

빅게임은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교류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헤이와 함께 선보인 가정용 커틀러리 ‘에브리데이 앤 선데이’와 ‘런드리 바스켓’, 필기구 회사 까렌다쉬의 색연필에서 영감을 받아 책상이나 필통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고안한 펜 형태의 USB 메모리,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의자인 마지스의 ‘리틀 빅’, 일본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와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캐스터 컬렉션 등 종류와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본래의 목적에 맞는 실용성과 디자인을 겸비한 제품을 발표했다. 또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조명 브랜드 아고와의 협업으로 프로보 컬렉션을 제작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올해 7월에는 빅게임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2019년 스위스 로젠의 현대미술박물관에서 열린 회고전 도록을 우리말로 번역한 <빅게임 : 매일의 사물들>이 출간됐다. 국내에서도 빅게임의 작품 세계를 쉽게 감상할 수 있으니 참고해도 좋겠다. 매일의 삶을 기민한 감각으로 살피는 태도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시도가 이뤄낸 그들의 제품은 좋은 디자인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 되어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가정용 커틀러리로 제작된 에브리데이 앤 선데이.

 

마지스의 리틀 빅 체어.

 

국내조명 브랜드 아고와 협업한 프로보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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