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가구 브랜드 바치 포 칠드런과 올해 초 새롭게 론칭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치 BFD가 1970년대 지어진 가정집을 개조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아담한 정원과 삐걱대는 옛날식 나무 계단에서 왠지 모를 정감이 느껴졌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구 브랜드의 쇼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이곳은 아동 가구를 제작하는 바치 포 칠드런과 올해 1월 새롭게 론칭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치 BFD의 쇼룸이다.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기 위한 쇼룸의 개념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집처럼 따스한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2014년에 시작한 바치 포 칠드런은 길 건너에 쇼룸이 있었는데, 바치 BFD와 함께하기 위해 이곳으로 옮겼어요.” 바치의 이하연 대표가 이곳으로 자리를 잡은 계기를 설명했다. 사실 바치 BFD는 유목을 뜻하는 노마딕 쇼룸으로 운영되며 고정된 장소 없이 개성이 뚜렷한 전시를 통해 주기적으로 쇼룸을 운영해왔다. “가구는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어요. 바닥이 나무일 때의 느낌과 타일일 때 주는 분위기가 다르고, 햇빛이 들 때와 안 들 때 보여지는 모습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죠. 재미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전시를 진행했고, 그것을 기록 형태로 남겨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어요. 하지만 기존의 바치 포 칠드런 쇼룸도 굉장히 작았기 때문에 보여지는 것이 한계가 있더라고요. 우연히 흔치 않은 분위기의 이곳을 찾았고, 바치 BFD의 오프라인 쇼룸도 함께할 수 있는 바치 하우스를 오픈할 수 있었어요.” 이미 상가가 밀집한 서울숲에 비해 1970년대 지어진 이 주택은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원했던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ㄷ자의 마을 형태를 이루고 있어 깜끔하게 외관을 고치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어요. 1층과 2층 사이에 1.5층이 있는데, 이런 구조도 굉장히 드물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독특한 구조와 1970년대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계단과 문 등은 최대한 보존했어요. 1층에 있는 주방도 남겨두고 아웃도어 가구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작은 정원도 같이 활용하면 좋겠다 싶었죠.” 이하연 대표가 설명했다. 바치 포 칠드런은 아이용 침대부터 소파, 테이블, 의자, 베딩, 월 데코를 비롯해 다양한 리빙 소품을 판매하며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주문 제작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동 가구의 특성상 컬러풀한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어 바치 BFD는 멀리서 보았을 때 바치 포 칠드런과는 결이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바치 BFD는 ‘밸런스 바치’를 모토로 두 브랜드 간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들 가구와도 무리 없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자재의 색상이나 마감 방식 등의 디테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모서리가 만나는 부분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심플하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는 방향을 추구한다. 또 인센스 홀더와 테이블웨어 등의 소품을 늘려 전체적인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바치는 순한글로 장인을 뜻해요. 쇠를 다루는 사람은 쇠 바치, 이런 식으로 ‘장이’처럼 옛날에는 흔히 사용되었죠. 이름이 지닌 의미처럼 저희는 각 재료의 특성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기술자분들과 협업해 오래도록 향유할 수 있는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단지 바치 하우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숨어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에서의 전시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