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매년 4월에 개최되던 밀라노 가구 박람회가 취소됐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상반기에는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디자인 뉴스를 접할 수 있었고, 9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는 밀란 디자인 시티 Milan Design City라는 이름으로 이전의 장외 전시인 푸오리살로네의 맥을 이었다. 과거 전시의 규모나 수준에는 못 미쳤지만 브랜드의 쇼룸과 크고 작은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디자인 페스티벌을 기다렸던 이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반려견을 위한 가구
임프린트 벤처 랩 Imprint Venture LAB과 켄야 하라 Kenya Hara가 설립한 아키텍처 포 도그 Architecture for Dogs는 인류와 공존해온 개를 위한 건축물을 선보였다. 개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돌아보며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에게 편안함과 기쁨을 선사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반 시게루 Ban Shigeru, 일본의 디자인 스튜디오 MVRDV, 쿠마 켄고 Kuma Kengo 등 실제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영리하고 장난스러운 퍼그를 위해 메시를 활용한 쿠마 켄고의 마운트 퍼그, 와이어와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반 시게루의 미로, 사람과 개의 눈높이를 고려해 제작한 케냐 하라의 계단 가구 등을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며 느꼈던 편의 사항을 고려한 사항을 소재로 다양한 가구를 만나볼 수 있다.
web www.architecturefordogs.com
현재를 되돌아보는 전시
외곽에 있는 넓은 전시장 닐루파 데포 Nilufar Depot에서 이곳의 수장 니나 야사르 Nina Yashar는 세 가지 전시를 선보였다. 그중에서 플라비 아우디 Flavie Audi의 전시 와 작년에 FAR 전시를 큐레이팅한 스튜디오 베데트의 는 우리에게 조금은 심오한 화두를 던진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 지구를 자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맞는가, 디자이너라면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소재를 연구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다. 플라비 아우디는 새로운 행성의 파편처럼 독특한 형태의 조각 같은 가구를 선보였고 전시에서는 디스트로이어스/빌더스 Destroyers/Builders, OCI(Objects of Common Interest) 등 젊은 디자이너의 고민과 아이디어가 빛나는 황동 소재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는 황동처럼 인기 있는 소재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획일적인 디자인에 반대하고 디자이너의 진취적인 면모를 기대하는 니나 야사르의 일침과도 같은 전시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web www.nilufar.com
컬러에 대한 모든 것
닐루파 갤러리 Nilufar Gallery를 이끄는 니나 야사르 Nina Yashar는 갤러리에서 메인 전시로 스튜디오 누클레오 Studio Nucleo의 <It’s All About Colour>를 진행했다. 갤러리와 스튜디오의 협업 10주년을 기념한 전시는 삶과 죽음, 사랑, 열정, 종교 등 인간의 삶이 모두 색상에 관여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스튜디오 누클레오의 시초가 된 프리머티브 Primitive 테이블은 기존의 흰색을 버리고 새로운 컬러를 입었고 분홍, 연두, 보라 등 부드러운 컬러를 입힌 플로어 조명과 벤치 등을 포함한 컬러 렌즈스 Color Lenses 컬렉션부터 레진 큐브로 만든 프레센제 Presenze 꽃병, 벽에서 존재감을 발한 케이지 책장 The Cages Bookcase 등 닐루파 갤러리 내부를 컬러로 물들였다. 스튜디오 누클레오의 전시 외에도 니나 야사르가 애정하는 예술가 페데리카 페라촐리 Federica Perazzoli의 그림을 벽지와 패브릭에 적용해 공간을 몽환적으로 만들었다.
web www.nilufar.com
쇼룸의 빛
조각 작품 같은 샹들리에로 유명한 바로비에르&토소 Barovier&Toso도 이번 밀라노 디자인 시티 기간 동안 쇼룸을 확장하고 새롭게 단장했다. 우선 파사드 쇼윈도에는 새로 선보인 파드마 Padma 샹들리에를 배치했고, 내부의 쇼룸과 회의실, 마케팅룸, 심지어 화장실까지도 모두 바로비에르&토소의 조명을 설치했다. 이런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미팅을 하면 없던 영감도 솟아오를 만큼 감각적이다. 최근 밀라노에 오픈하거나 리모델링한 브랜드 쇼룸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 소비자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간 느낌이다. 조명을 켜지 않아도 장식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조명을 아파트를 둘러보듯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특히 석영 같은 형태의 조명 트림 Trim을 천장에 물결치듯 연출한 복도 코너가 쇼룸의 백미다.
web www.barovi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