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창으로 따스한 햇살이 들이치는 세라믹 스튜디오 선과선분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유난히 지나가는 가을이 아쉬운 요즘, 은행나무의 노랑 물결로 가득한 창밖 풍광이 아름다운 세라믹숍을 방문했다. 이곳은 김민선 세라미스트가 운영하는 선과선분의 두 번째 작업실이자 쇼룸으로 최근 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는 성수동으로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에 이곳으로 왔는데, 정식 오픈이 많이 늦어졌어요. 정든 해방촌 작업실을 정리하고 성수동으로 오면서 첫 번째 작업실에서 다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한껏 쏟아부었어요.” 지난 3년간 무엇보다 부족한 채광이 못내 아쉬웠던 그녀는 이번에는 꼭 넓은 창이 있는 곳을 찾으리라 다짐했고, 6개월간 공들여 수소문한 끝에 성수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더욱이 그녀는 성수동 토박이이자 그녀의 할아버지가 1980년대부터 이곳에서 제조업을 해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장소였다. “어느 순간부터 사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행위와 시간 자체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곳에서 수업을 받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이 시간에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환경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죠. 사소한 디테일은 배제하되,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과 깔끔하게 마감한 가구로 작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 신경 썼어요.” 그녀의 바람은 대충만 둘러보아도 성공한 듯 보였다.
세라믹에도 물레와 핸드 빌딩 등 다양한 기법이 있지만 김민선 세라미스트는 슬립 캐스팅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이는 석고틀 안에 액체로 된 흙을 부어 석고가 수분을 흡수하면서 벽을 따라 그대로 고체가 되어 형태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사실 선과선분은 보통의 세라믹 제품에서는 볼 수 없는 높은 채도의 색감을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시각적인 영향이 큰 영상 공부를 했기 때문인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색을 구현하고 싶었어요. 평소 세라믹에서는 강한 컬러를 사용하지 않는데, 실제 사물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색감의 파란색이 마음에 들었죠. 하지만 올해 진행한 작업은 조금 더 자연스러운 색감도 있어요.” 김민선 세라미스트는 개인 작업뿐 아니라 다양한 협업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기획전에서는 혼례를 주제로 전통주 중 하나인 연엽주를 마실 수 있는 적절한 크기의 전통 주기를 제작했으며, 서울 카페쇼와 협업해 만든 커피컵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담기에 충분한 350ml의 넉넉한 크기와 입이 닿는 부분을 벌려주어 커피의 향이 자연스럽게 입안에서 퍼질 수 있게 제작했다. 보여지는 조형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사용자의 편의성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것이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조용히 나만의 시간에 집중하며 잊지 못할 추억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