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아라드의 손에서 탄생한 곡선은 늘 예기치 못한 형태를 만들어낸다. 지루함을 견디지 않고 일상을 비트는 것. 그의 곡선이 언제나 과감하게 변주하는 이유다.
론 아라드 Ron Arad는 현대 산업디자인을 논할 때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디자이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그는 1973년 예루살렘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영국으로 이주해 런던의 아키텍추럴 어소시에이션 스쿨 건축과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그는 이라크 출신의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 등의 걸출한 건축가와 함께 공부했으며, 졸업과 함께 바로 건축의 길로 들어선다. 이탈리아 모데나의 마세라티 쇼룸이나 텔아비브 오페라 하우스, 한국의 직지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파빌리온 등 건축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이런 행적과도 깊은 연관이있다. 하지만 몇년 후 그는 방향을 돌려 피터킨, 톰딕슨과 함께 가구 공방 겸 쇼룸인 원오프 OneOff를 차리며 가구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선다.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론 아라드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것은 이즈음부터다. 반원 모양의 곡선 비계와 키클램프를 조립해 만든 로버 체어를 장 폴 고티에가 우연히 보고 구입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이후 론 아라드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한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디자인을 펼쳐가기 시작한다. 론 아라드의 작품 세계는 크게 ‘곡선’이라는 요소로 점철된다. 특히 그는 곡선 특유의 자유분방한 표현력을 사랑했다. 언제든 변주할 수 있는 선이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 이상의 것을 구현해 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 또한 대부분의 작품이 모두 조형과 가구의 경계에 놓여있다고 할 만큼 론 아라드는 미학적인 부분과 함께 기능성도 염두에 두었다. 일상에 도사린 것에 집중하면서도 만약에라는 질문을 늘 달고 산다는 그는 당연한 것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이 디자인적 원동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스테인리스 철판을 휜 다음 철판이 지닌 탄성으로 등받이와 쿠션의 편안함을 구현한 웰템퍼드 체어 Well-temperd Chair부터 마치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 구불구불한 외관을 지닌 선반 북웜 Bookwarm 그리고 시그니처 작품이자 그의 디자인 중 최초로 대량생산된 톰백 체어만 보더라도 자연스레 그의 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일흔에 접어든 그의 작품 세계는 현재까지도 팽창하고 있다. 2020년 4월 코로나19가 영국을 뒤덮었을 당시 론 아라드는 살바도르 달리, 피카소 등의 예술가를 드로잉한 마스크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여전히 기민하게 일상을 관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그의 감각은 안일하게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색다른 귀감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