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라는 키워드와 함께 경험을 중시하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다양한 방식과 플랫폼의 예술 시장이 올해는 더 깊숙이 자리 잡을 것이다.
당혹스러웠던 2020년이 가고, 2021년이 왔다. 진정한 21세기는 2020년에 시작되었다는 세간의 평을 따르자면, 새로운 세기의 첫날이 밝은 셈이다. 뉴노멀이라 불리는 새로운 세기에는 어떤 예술이 펼쳐질까? 지난해 소개했던 자연의 소중함을 담은 그린 열풍, AR 기술을 비롯한 가상현실 및 미디어아트, 위로와 힐링의 메시지는 여전히 그 맥락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속화된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은 예술품 컬렉션을 대중화시킬 호재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터, 작은 조각, 공예품, 아트 퍼니처 등 장식적인 효과와 함께 정서적인 만족감을 더해줄 예술적인 오브제가 그 주인공이다. 영 컬렉터에게는 캐릭터 중심의 작품이나 캐릭터가 프린트된 물건이, 중장년층에게는 삶의 품격을 높여줄 공예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런 작품을 감상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이제 갤러리나 미술관 아트숍에 머무르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는 백화점은 집객 효과와 특별한 경험을 위해 갤러리로 재단장하는 중이다. 한편 포털 사이트와 SNS는 전자상거래 기능을 탑재하며 평범했던 개인을 온라인 상점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한때 특별했던 편집숍이 이젠 센스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시대의 큐레이션 쇼핑몰로 확장되는 느낌이다. 아직까지는 예술품을 온라인에서 사는 것을 어색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아트페어가 문을 닫은 시기 온라인 경매가 성황을 이룬 것을 보면 아트 마켓 유통에도 변화가 일어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다. 유명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전시하며 전문가의 인정을 얻음으로써 생겨났던 권위가 약해지고 아무 곳에서나 작품을 보고 살 수 있는 시대가 된다면, 이제 무엇을 보고 평가하고 선택해야 할까? 제품의 브랜드가 점차 중요해지는 것처럼 예술계도 이제는 작가 브랜드가 강화되고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비단 오늘의 일 만은 아니다. 옷 잘 입고 센스 있는 언변으로 인기를 끄는 데이비드 호크니, 중절모를 자신의 로고처럼 만들어버린 요셉 보이스, 모든 것을 감싸버리며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는 공공미술로 유명한 크리스토가 바로 그 선배들이다. 유난히 미디어아트가 호황을 이룬 것도 특별한 경험이 예술이 된 시대의 요청이 아닐까?
루브르 미술관이 크리스티 경매사와 함께 판매한 경험 콘텐츠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나리자’ 작품 검수에 참관할 수 있는 티켓은 무려 4만유로, 약 9천만원에 판매됐고, 루브르 미술관의 상징 유리 피라미드를 지워버리는 공공 프로젝트를 펼쳤던 작가 JR과 함께 미술관의 옥상을 걸으며 파리를 감상하는 티켓은 약 4천만원에 낙찰됐다. 파리의 역사를 다시 한번 바꿀 프로젝트로 기대되고 있는 크리스토의 파리 개선문 포장은 작가의 뜻을 받들어 2021년 가을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마이애미 아트바젤이 재개된다면, 이제 관객들은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바닷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 차려진 수중 생태계의 예술조각을 관람하게 될 것이다. 2021년의 예술가들은 이제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세상에 없던 경험과 시선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 혼돈이 어둠이라면 새로운 경험은 그 빛이다. 2021년 어둠이 걷히고 빛으로 밝아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