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익숙한 식탁의 모습이 잘 빚어낸 테이블웨어 하나로 예술이 되는 마법. 오랜 역사와 시간을 거쳐 섬세한 아름다움을 빚어낸 지노리 1735 이야기.
때로는 수많은 수식어보다 시간이 지닌 우직한 무게가 더 많은 것을 내포한다. 상흔이 다시금 굳은살이 되어 견고한 피부를 만드는 것처럼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과 그로 인해 다져지는 기술이 더욱 명확하고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1735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작은 도자 공장 도치아 Doccia에서부터 어느덧 3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니게 된 리차드 지노리 Richard Ginori는 이러한 가치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브랜드다. 1896년 밀라노 도자 회사 소이에타 세라미카 리차드 Soieta Ceramica Richard와의 합병을 계기로 브랜드명을 변경한 리차드 지노리는 테이블웨어와 장식 등으로 제품 라인을 넓히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1923년에 이르러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건축가 겸 디자이너 지오 폰티 Gio Ponti가 브랜드 총괄 디렉터를 맡게 된다.
세계 최초로 도자 와 디자인을 접목한 그는 특유의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통해 하나의 아트 오브제를 보는 듯한 테이블웨어와 장식을 선보이며 지노리의 제품을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닌 오브제 같은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매력적인 프린트로 사랑받는 리처드 지노리 컬렉션의 초석을 다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13년 구찌와의 인수 합병을 거친 후 브랜드명을 지노리 1735로 바꾸고, 새로운 아트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브랜드를 이끄는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이는 다양한 색과 플라워 프린트로 우아함과 동양적인 면모를 극대화한 오리엔테 이탈리아노 Oriente Italiano, 영국 출신의 아티스트 루크 에드워드 홀 Luke Edward Hall과 함께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일 비아지오 디 네투노 Il Viaggio di Nettuno 컬렉션 등 현재 대표적인 시그니처 컬렉션 라인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다채로운 디자인 프린트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시간 최고의 도자를 만들기 위해 쌓아온 노력이 기저에 있었기에 가능하다. 모든 공정이 이루어지는 세스토 피오렌티노 공장에서 하나의 도자가 탄생하기까지는 까다로운 절차가 요구되는데, 석영과 장석, 고령토로 만들어지는 리차드 지노리의 모든 도자는 처음 소성 단계부터 장식 마감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공정과 생산 품질 검사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 을 거친 후에도 제품의 순도와 결함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를 재차 실시한다고. 특히 이렇게 탄생한 도자에 장인들을 통해 세세히 구현되는 색감과 장식 마감에서 드러나는 화려한 기교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도자 브랜드다운 관록마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식탁을 빛내는 테이블웨어 부터 공간의 힘을 싣는 화려한 센터피스 오브제까지 멋스럽게 변모하는 리차드 지노리의 행보를 더욱 주목하면 좋겠다. 현재 국내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랩을 통해 지노리 1735의 다양한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