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L자 형태의 소파가 간단한 조작만으로 오피스 부스로 변신한다. 런던 기반의 건축사무소 작 스튜디오의 L20 소파는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을 연상시킨다.
제이콥 로우 Jacob Low와 케난 클리코 Kenan Klico가 이끌고 있는 런던 기반의 건축 사무소 작 스튜디오 Jak Studio는 개성 있는 아이디어를 진보적인 컨셉트로 풀어내며 제품 디자인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아우르고 있다. 이 트랜스포머블 소파는 작 스튜디오가 최근에 선보인 L20 소파로 아직은 상용화되지 못한 프로토타입 디자인이지만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 가장 적합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클래식한 L자 모양의 소파를 재설계해 두 가지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쉽고 빠르게 형태를 변형시킬 수 있으며, 가족을 위한 편안한 소파에서 때로는 개인 서재와 회의 공간으로 전환하며 재택근무의 새로운 요구를 수용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시각적, 청각적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며 회의와 통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완벽한 방음 환경을 제공한다. L20 소파의 프로젝트 아키텍트이자 작 스튜디오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윌리엄 델리포르트 William Deleporte에게 소파에 대한 이야기와 코로나19가 가져온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기존 L자 형태의 소파를 변형시켜 다기능적인 프로토타입 디자인을 선보였다. 각각의 형태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설명해달라. L20 소파는 기존의 알파벳 L 형태에서 필요에 따라 데이베드와 사무실 부스로도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우리는 기존 디자인을 재해석함으로써 두 가지 기능을 부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업무와 학업 형태에 따라 손쉽게 개인 사무 공간과 회의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말이다. L20소파는 재료의 특성과 디자인을 통해 시각은 물론 청각적으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다시 말해 어느 공간에 두어도 업무의 능률을 올릴 수 있으며, 아늑하고 편안한 사무 공간과 함께 화상 회의를 보다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회의 공간을 동시에 제공한다. 또한 업무가 끝나면 다시 소파나 침대로 사용하거나 접어서 보관할 수 있어 공간의 활용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디자인에 앞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 주거 공간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집은 곧 회사이자 학교이며 헬스장도 되는 다기능적인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더 이상 공용 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집에 집중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집에서 각자의 일상을 영위하다 보면 과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주거 공간과 가구도 이러한 변화에 유동적이고 기능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다양한 목적을 수행하는 장소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는 소파가 있을 것이다.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도 보고 책도 읽으며 가족들과 담소를 나눈다. 우리는 L20 소파를 디자인하면서 사용자들이 변화한 일상 생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두었다. 커다란 부피를 차지하는 소파가 단지 휴식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유동적이고 활용성이 뛰어난 가구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제품을 디자인하면서 방음 효과까지 고려해야 했다. 단지 무겁고 크기만 한 소파가 아니라 접어서 보관하는 등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제안하고자 했다.
L20 소파가 아직은 실생활에 구현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작 스튜디오에서 영국의 해변가에 설치한 오두막 형태의 ‘더 스파이 글라스 The Spy Glass’가 눈에 띄었다. 더 스파이 글라스는 영국 해변을 대표하는 고전적인 오두막을 오마주해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마이크로 건축물이다. 보통 해변의 오두막은 해변을 찾은 사람들이 잠시 쉬거나 옷을 갈아입고 짐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현대판 오두막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180° 회전하는 회전판에 설치되었으며, 한쪽에는 전면 창이 있어 이스트 본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반대쪽에는 망원경처럼 렌즈가 달려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놀이 공간이 되기도 한다.
더 스파이 글라스는 오피스 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있겠지만, L 20 소파의 아이디어와 결합한다면 집과 오피스 환경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설치물이 탄생할 수도 있을것 같다. 그렇다. 더 스파이 글라스의 스케일과 L20 소파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정원이 있는 영국식 가정집에 적합한 ‘홈 오피스 포드 Home Office Pod’를 디자인하고 있다. 신속하게 조립할 수 있는 가벼운 모듈러 제품으로 마당에 가구처럼 두어 업무와 운동,여가 등을 수행하는 등 공간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집이라는 공간이 지니고 있는 제한적인 기능과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개념의 건축물도 계획하고 있다. 아직은 개발 단계로 상용화된다면 보다 유익한 정보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오피스 환경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예전에는 극소수의 직업군에서만 시도되었던 재택근무가 코로나19로 인해 대중화되었다.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의 효율성과 가능성을 경험했을 것이다. 대면 오피스 환경의 장점과 재택근무의 장점을 결합한다면 틀에 박힌 사무 환경이 아니라 유연하게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개인의 업무 공간은 줄어들고 코워킹 스페이스(공유 사무실)처럼 서로 의견을 나누며 협업하고 클라이언트 미팅과 회의도 할 수 있는 다목적의 공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