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와 편집숍 사이의 그 어딘가를 표방하는 피노크는 매일 마주하는 일상처럼 공예가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예술이 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숍을 발견하게 되면 괜스레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들뜨곤 한다. 예상치 못한 작품이나 물건을 마주할때면 운수가 좋은 날인 양 사소한 것에도 즐거운 마음을 좀처럼 감출 수가 없다. 다양한 편집숍이 즐비한 성수 연무장길에서 조금 떨어진 뚝섬과 서울숲 사이에 위치한 세라믹 공예숍 피노크의 문을 처음 두드릴 때도 이러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취해 있다 둘러보면 작은 갤러리 같기도 하고, 잘 진열된 공예 작품은 마치 편집숍에 방문한 듯한 인상마저 자아냈다. “갤러리와 편집숍의 중간 같은 곳이 되길 바랐어요. 두 공간의 장점을 차용해 새로운 정체성을 담아내고 싶었죠.” 피노크를 운영하는 김고은 대표의 설명이다.
도자를 전공하고 전업 작가로서의 꿈을 펼쳤던 그는 이내 방향을 틀어 아트 딜링과 큐레이팅에 몸담으며 착실히 내공을 쌓아왔다. “비록 작가로서의 길은 가지 않았지만, 제 곁에 늘 도자가 있었으면 했어요. 그런 마음이 지금 이곳을 꾸리게 된 가장 큰 계기일 거예요. 요즘에야 예전보다 세라믹이나 공예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만, 더 많은 분들이 공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요. 두 생각이 합쳐지니 더욱 다양한 도자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과감히 해외로 눈을 돌렸다. “국내 도자 작가들을 소개하는 공간은 그런 대로 갖춰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탄탄하고 흥미로운 세계관을 지닌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로 들여오면 어떨까 싶었어요.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전혀 결이 다른 작품을 마주한다면 도자라는 영역을 더욱 폭넓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김고은 대표는 평소 눈여겨보던 작가들에게 과감히 손을 내밀었다. 그 결과 실타래와 매듭을 액세서리처럼 둘러멘 도자를 선보이는 미국의 세라미스트 카렌 티니 Karen Tinney를 시작으로 모로칸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패턴의 작품을 만드는 리디아 하드윅 Lydia Hardwick, 생생한 텍스처를 입은 보틀을 제작하는 카이트 리아스 Cait Reas 등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의 숨은 작가들의 작품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윤종진, 정지숙 등 뚜렷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과 독일에서 활동 중인 이아련 작가의 ‘상상 속의 맛’ 시리즈의 일부 작품도 소개하고 있어 더욱 다채로운 도자의 향연을 완성했다.
“가끔 지나가다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찬찬히 저와 이야기를 하고 둘러보면서 모든 작품이 하나같이 제 색이 뚜렷하게 다가온다고 하더라고요. 해외든 국내든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지니고 있는 작가라면 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전시된 도자를 하나하나 짚어주던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계속 머무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취향도 조금씩 변해가듯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도록요. 앞으로도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작가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조명해보는 전시도 계획하고 있어요. 피노크의 모습은 계속해서 변하겠지만 목표는 같아요. 도자가 많은 사람들한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예술이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