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맛을 더하는 도자

이준호 도예가의 정갈한 다기

이준호 도예가의 정갈한 다기

반듯한 표면과 간결한 선의 대비가 조화를 이뤄 더없이 아름답다. 차분하고 충실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이준호 도예가를 첫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도큐먼트에서 만났다.

 

이준호 작가의 첫 개인전 는 챕터원의 갤러리 도큐먼트에서 오는 5월 22일까지 진행된다.

 

그저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다기일 뿐인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평온이 찾아온다. 매끄럽고 반듯한 표면을 자꾸만 매만지게 되는 이 다기는 도예가 이준호의 작품이다. 서울대 미술대학 디자인학부를 졸업한 후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신예 작가 이준호는 아담한 다관부터 찻잔, 차합, 탕관, 다반, 다식 접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다구를 만들고 있다. “기능에 충실한 간결한 형태 안에서 오직 비례와 선만으로 아름다움을 찾고, 장식을 가미하더라도 추상화 과정을 통해 최대한 은유적으로 절묘하게 표현해내고자 노력해요.” 이준호 도예가가 자신의 작업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매 순간 깔끔하면서도 날렵한 선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그는 대부분의 형태를 물레 위에서 칼로 깎아내어 마무리하며 유약을 입히지 않은 작품은 기능성과 부드러운 촉감을 위해 소성 전에 흙 표면에 광택을 내서 마무리하는 기법을 활용한다. “유물이나 자연물을 통해 영감을 얻어요. 자연 그대로의 색감을 지닌 작업은 냇가나 강가에서 마주했던 차돌의 질감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내열토는 조선 후기에 사용된 곱돌 약주전자의 모습을 닮아 있죠”라며 주로 일상의 것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이준호 도예가.

 

각기 다른 형태로 만들어진 수려한 다구 작품 140여 점으로 가득 찬 그의 첫 번째 개인전 <DOQ17 – Unexpected Experience>전은 그가 얼마나 꾸준하고 성실하게 작업에 임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완물적정은 ‘사물을 완상(즐겨 구경하다)하여 감정을 조절한다’라는 내용을 다뤄요. 차를 즐기는 행위에 격식을 부여하는 사물이 다기이지만 이러한 격식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거나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으면 했어요.” 초기 작업이 조금 더 전통적인 찻자리에 걸맞은 다기의 모습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일정한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해본 결과물이다. 가장 먼저 기물의 용량에 변화를 줬다. “격식 있는 찻자리에서는 차의 향에 집중한다는 의미가 강해 다기의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은데, 오늘날에는 차를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거나 간단한 간식을 함께 곁들이는 서양식 차 문화가 가미되어 자리를 잡았죠. 때문에 초기 작업보다는 비교적 다기가 커졌어요.”

 

새하얀 백자 시리즈.

 

두 번째로는 기물의 색감과 흙의 성질이다. 기존 백자를 기반으로 작업해왔지만, 차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한 가지 소재로만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껴 4가지 질감의 태토를 준비했다. “백자는 밝은 색감과 열전도가 잘되는 특성이 있어 찻물의 색도 연하고 온도도 뜨겁지 않은 낮은 숙성도의 차를 위한 색감이었어요. 블랙은 태토 자체가 백자보다 거친 질감으로 열전도가 비교적 낮은 흙을 사용해 숙성도가 높은 차의 짙은 색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차색이 기물에 배더라도 잘 보이지 않게끔 하는 의도였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100여 점이 넘는 작품 유약을 입히지 않아 자연 그대의 흙색을 지닌 티포트에 가장 애정이 간다고. 통통한 형태와 깔끔한 선의 대비가 극명할 뿐 아니라 겉에 유약을 입히지 않은 방식은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것이라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간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10월 초 KCDF 공예주간이 주관하는 <다함께 차차차>전에 참여해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함께 풍요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모습을 내비쳤다. 이준호 도예가가 정성껏 빚은 다기에 따라 마시는 차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조명을 받아 간결한 선과 명암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모습이다.

 

통통한 형태와 깔끔한 선의 대비가 아름다워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차의 색이 기물에 배더라도 잘 보이지 않아 활용도가 높은 블랙 다구 시리즈.

 

티포트와 찻잔, 다식 접시를 활용해 세팅한 정갈한 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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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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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디자인과 수공예의 만남

현대적 디자인과 수공예의 만남, 이케아의 로칼트 Lokalt 리미티드 컬렉션

현대적 디자인과 수공예의 만남, 이케아의 로칼트 Lokalt 리미티드 컬렉션

요르단의 수도 암만, 델리, 방콕의 젊은 현대 디자이너 4명과 현지 장인 그리고 전통 수공예가 만나 모던하고 아방가르드한 제품이 탄생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 델리, 방콕의 젊은 현대 디자이너 4명과 현지 장인 그리고 전통 수공예가 만나 모던하고 아방가르드한 제품이 탄생했다. 이케아의 로칼트 Lokalt 리미티드 컬렉션인데, 숙련된 장인들이 직접 한땀 한땀 손으로 만든 제품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에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의도도 주목해볼 만하다. 로칼트 컬렉션은 쿠션 커버와 러그, 바구니, 그릇 등으로 구성되는데, 특히 암만의 구시가지를 투어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디테일한 손자수가 돋보이는 쿠션과 블랭킷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web www.ikea.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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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영국식 펍

인도의 여름과 영국 스타일이 조화로운 펍, 윈스턴 처칠

인도의 여름과 영국 스타일이 조화로운 펍, 윈스턴 처칠

파리 시내 한복판에는 인도의 여름과 영국식 펍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브라세리 ‘윈스턴 처칠’에서 떠나는 세계 미식 여행.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비옥한 영토와 따뜻하고 차가운 바다, 알프스, 피레네를 모두 접하고 있어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가 넘쳐난다.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신이 존재한다면 프랑스에 모든 축복을 다 주었다는 농담을 할 정도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식의 나라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인들은 보통 아침에는 커피와 크루아상이나 빵에 버터와 잼을 발라 먹는 간단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점심은 전식과 본식 또는 본식과 후식을 먹으며, 늦은 오후 즈음 달콤한 간식으로 당을 보충하는 시간을 르 구테 Le Goûter라 부른다. 마지막으로 저녁 식사는 우리보다 늦은 오후 8시경에 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직장이나 학교가 저녁 6시에 끝나는데, 저녁 6시부터 7시 사이에는 카페나 일반적인 식당 브라세리 Brasserie 테라스에는 언제나 직장인과 대학생들로 붐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아페로를 즐긴다고 하며, 이는 식전주 아페리티프의 속어로 많은 프랑스인이 즐기는 대중적인 문화이다. 이에 발맞춰 직장인이 많은 지역은 해피타임을 운영하는 카페도 많은 편이다. 개선문이 있는 상업지구에 자리 잡고 있는 브라세리 ‘윈스턴 처칠’은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처럼 와인이 강세인 프랑스에서 영국식 펍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맥주와 칵테일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영국식 브라세리라 해도 파리 스타일을 놓쳐서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법. 매장 디자인은 2001년 메종&오브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로라 곤잘레스 Laura Gonzalez의 감각적인 터치로 재탄생해 입과 눈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영국식 펍의 정신을 인도식 영감과 결합시켜 새롭게 디자인된 이곳은 맥주는 물론 향신료의 향이 가득한 인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지난해 이후 포장 서비스를 제외한 영업이 중지되었던 봉쇄조치가 지난 5월 19일부터 완화되어 테라스 영업이 시작되었다. 초여름의 햇살을 즐기며 테라스에 앉아 파리와 인도, 런던을 즐길 수 있는 브라세리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add 5, Rue Presbourg 75016 Paris
tel 01 40 67 17 37

 

여름의 햇빛을 닮은 노란색과 이와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컬러로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신선한 맥주와 향신료를 활용한 요리는 인도적인 미식을 선사하며, 칵테일과 진토닉, 브런치 등을 온 종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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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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