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진행된 전시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 Once upon a Bag>는 그저 전시장을 누비는 것만으로도 눈이 반짝반짝 빛날 정도로 흥미로웠다.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음직한 에르메스의 가방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말이다. 프랑스 도시 루베에 위치한 ‘라 피신 LA Piscine’의 큐레이터 브루노 고디숑 Bruno Gaudichon과 시노그래퍼 로렌스 폰테인 Laurence Fontaine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아우르며 장인정신과 창의성에 입각한 전시를 선보였다. 주제별로 구성된 전시는 20세기 초에 등장한 오뜨 아 크로아 Haut à Courroies 가방의 역사로 문을 열었다. 이어서 에르메스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Conservatoire of Creations 및 에밀 에르메스 Émile Hermès 컬렉션의 희귀하고 가치 있는 50여 개의 소장품을 선보였는데, 클러치부터 켈리 Kelly, 콘스탄스 Constance, 시몬느 에르메스 Simone Hermès 등의 여성용 가방과 삭 아 데페슈 Sac à Dépêches, 시티백 베스킷볼 백팩 Cityback Basketball Backpack 등의 남성용 가방, 플룸 24h Plume 24h, 에르백 Herbag 등의 여행용 가방과 스포츠 가방 등이 스토리텔링에 맞게 전시됐다. 에르메스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활용한 지퍼가 부착된 첫 번째 모델인 삭 푸르 로토 Sac Pour L’ auto와 같이 보다 기능적인 여성 가방을 디자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는데, 이들의 정교한 장신정신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었고 시대적인 흐름과 트렌드를 이끄는 혜안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재미있게 둘러본 공간은 명품 시계 제작 수준의 정밀함으로 제작한 베루 Verrou, 모자이크 24 Mosaïque au 24 등의 걸쇠부를 소개하는 곳이었는데 지금 봐도 감탄이 나올 만큼 정교했다. 많은 이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던 컬렉션은 1978년부터 2006년까지 에르메스의 장 루이 뒤마 회장이 디자인한 ‘유머가 있는 가방 Bags of Mischief’ 컬렉션이다. 요리사, 택시, 티포트 등 가방에 새겨진 유머러스한 패턴이 기분 좋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전시는 버킨 셀리에 포브르 Birkin Sellier Faubourg, 켈리 플룸 Kelly Plumes 등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독특한 작품으로 마무리된다. 에르메스가 아카이브 컬렉션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전하는 에르메스 헤리티지 시리즈 중 네 번째로 진행한 이번 전시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에르메스의 가방을 통해 장인정신과 이들이 추구하는 클래식과 위트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