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엔 식재료 쇼핑을 한다. 새롭고 신기한 것을 먹으며 느긋하게 주말을 맞이한다. 오늘은 프랑스 식전주인 리카 파스티스를 샀다.
밤의 거리를 걷다 슬쩍 주류샵에 들렀다. 먼지 쌓인 진열장 사이를 서성이는데 한 병 남은 리카 파스티스에 눈길이 닿았다. 리카는 프랑스의 대표 식전주로, 주류회사 리카에서 출시한 스테디셀러다. 장시간 식사를 하는 프랑스에선 독한 식전주로 열을 내고 식욕을 돋운다. 고이 집으로 모셔와 식사 때마다 틈틈이 따라 마셨다. 가끔 소화가 안될 땐 식전주가 아닌 식후주로도 마셨다. 향긋한 맛과 향이 이 계절과 자연스레 녹아 들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집에 온 지인에게 한 잔 건넸더니, 그녀는 눈을 엑스자로 만들며 외쳤다. “으, 이거. 치약 맛이 나는데?”
리카는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술은 아니다. 이유야 간단하다. 익숙한 맛이 아니라 그렇다. 압생트처럼 아니스, 감초 등의 약초를 넣고 만들어 특유의 향이 강하다. “주류회사에서 (주문했더니) 저희한테 요리에 쓰려고 그러냐고 묻더군요.” 프랑스식 걀레트 레스토랑 ‘야마뜨’의 아노 셰프가 말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진짜 많이 마셔요. 정말로요.” 그의 레스토랑을 찾는 많은 프랑스인들은 여전히 식사 전 향긋한 리카를 여유롭게 홀짝인다.
리카는 1932년 폴 리카드가 만들었다. 특유의 상쾌한 맛은 입 안을 정리해주고 식욕을 돋군다. “영국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프랑스 친구들과 일을 많이 했어요. 홈 파티에 초대받아서 가면 메인 요리를 내기 전 한 잔씩 마시고 그랬어요. 도수가 높아서 얼음에 희석해서 먹거나, 얼음을 넣은 찬물에 넣어 마셔요. 희석하면 원래 색과 달리 뿌옇게 변하죠.” 프랑스식 샤퀴테리를 만드는 ‘랑빠스81’ 지오 셰프가 말을 보탰다. 날씨 좋은 낮 시간, 식전에 마시는 리카 한 잔은 꽤나 근사하다. 딱히 레시피라고 할 것도 없다. 근사한 잔에 리카를 약간 붓고, 5배 정도의 찬물에 희석해 마시면 된다. 이렇게 멋진 식전주와 함께라면, 평소의 두 배쯤 먹는 것은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