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재차 들른 해방촌 ‘소식’에서 사찰 음식에 술 먹는 재미를 알았다. 알딸딸하니 기분은 좋은데 건강해지는 기분이랄까. 덕택에 매일 밤 홈 바에 앉아 채소 안주를 씹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깊게 빠져서는 아침도 점심도 되도록 채소를 먹었다.
하지만 역시 채식은 편식이다. 가끔은 사무치게 고기가 그리웠고, 그 대안을 모색하다 비욘드 미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욘드 미트는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회사로 콩과 버섯, 호박 같은 채소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100% 식물성 고기를 만든다. 그냥 콩고기 아냐? 누군가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글루텐에 콩을 섞어 만든 콩고기와는 느낌이 다르다. 식물성 단백질을 추출한 뒤, 섬유질과 효모 같은 다양한 식물성 재료를 듬뿍 넣어 고기 같은 맛과 식감을 내기 때문. 햄버거를 만들려고 비욘드 미트 패티를 팬에 굽는데 마치 고기처럼 시뻘건 핏물과 육즙이 줄줄 새어나왔다. 코코넛 오일과 비트를 넣어 고기의 육즙과 핏기까지 재현했다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비욘드 미트가 일반 고기에 비해 철분과 단백질 함량은 높고,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는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이나 항생제처럼 고기를 먹을 때마다 찜찜했던 유해 성분도 없다. 채식 트렌드가 나날이 높아져가는 미국에서는 식물성 고기 시장이 나름 탄탄히 자리를 잡았다. 임파서블 푸드나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비욘드 미트 같은 회사에서 출시한 식물성 고기가 가장 대표적이다. 비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투자할 정도니 말 다했다. 맥주 한 캔을 따서 비욘드 미트를 넣어 만든 버거를 베어 물었다. 식감은 전날 먹다 남긴 치킨을 전자레인지에 다시 데웠을 때의 그것. 끝에는 두유의 맛이 고소하게 남았다. 그러고 다시 시원하게 맥주 한잔. 딱히 대의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 채소만 먹고 살 수 있을까? 건강에도 좋고 동물과 환경에도 좋은 일이니 말이다. 비욘드 미트를 씹으면서 잠시 베지테리언으로서의 미래를 꿈꾸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