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초비는 찬장에 두고 1년 내내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상비약 같은 식재료다. 압구정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있을재의 이재훈 셰프와 연희동의 요리 교실인 구르메 레브쿠헨을 운영하는 히데코 선생이 안초비의 감칠맛을 살린 비법 레시피를 공개했다.
쉽게 말해 서양식 멸치젓갈이라 할 수 있는 안초비는 이제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되었다. 흔히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만들 때 넣지만, 염분을 빼고 빵에 올려 브루스게타로 먹거나, 샐러드나 튀김 등에 두루 활용할 수도 있다. 특유의 감칠맛이 풍부해 요리에 소량 사용하면 맛에 깊이를 더하는 데 좋다. “이탈리아에서는 일반적으로 염장된 안초비의 소금을 제거한 뒤, 해바라기씨유나 올리브유에 담근 병 포장 형태가 대중적이에요. 파슬리나 매운 고추 혹은 트러플 조각을 넣은 제품도 간간이 찾아볼 수 있지만, 첨가물 없이 심플하게 만들어 판매해요. 안초비는 다른 식재료에 섞어서 요리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본연의 맛이 중요하거든요.” 이탈리아인과 결혼해 현지에서 오래 거주하고 있는 모파스타 이탈리아 Mo Pasta Italia의 조신혜 대표가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직접 안초비를 만들어 먹는 이들이 꽤 있다. 초봄이면 제철 맞은 통영이나 기장의 멸치를 구해 1년 내내 먹을 안초비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안초비가 멸치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생각보다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다. 일단, 제철 맞은 안초비의 비늘을 벗기고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뒤 깨끗이 소독한 병에 소금과 번갈아 켜켜이 담는다. 마치 라자냐를 쌓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병에 담은 안초비는 무거운 것을 올려놓거나 밀봉해 한 달가량 숙성하면 끝.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연희동에서 요리 교실인 구르메 레브쿠헨을 운영하는 히데코 선생은 “입에 비릿한 맛이 남을 수 있으니 강한 바디감의 화이트 와인이나 무게감 있는 사케, 싱글 몰트위스키, 에일 계열의 맥주 등에 곁들이면 좋다”고 덧붙였다.
RECIPE by 히데코 나카가와 요리연구가
“안초비는 파티 요리를 만들 때 간단히 활용하거나,
채소에 단백질을 더하고 싶을 때 쓴다.
바냐 카우다는 안초비, 올리브유, 마늘을 넣은 소스를
포트에서 뭉근히 끓여가며 제철 채소와 빵을
찍어 먹는 요리로 간단하면서도 근사한 식탁을 완성할 수 있다.”
채소찜과 바냐 카우다
재료(2~3인분) 알타리무 · 방울양배추 · 감자 · 우엉 · 래디시 · 브로콜리 · 단호박 1컵씩, 생크림 1/2컵, 안초비 5마리, 마늘 3쪽, 올리브유 3큰술, 미소된장 1/2큰술,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안초비와 마늘, 올리브유를 작은 냄비에 넣고 약한 불로 10분간 조린다.
2 1에 생크림과 미소된장,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고 믹서에 간 뒤 다시 불에 올려 걸쭉해질 때까지 조린다.
3 찜통을 불에 올려 김이 나기 시작하면 손질한 채소를 넣고 채소별로 시간차를 두어 찐다.
4 그릇에 3의 채소와 2의 소스를 담아 식탁에 낸다.
RECIPE by 이재훈 셰프
“이탈리아 토스카나 스타일의 페스토에
짭쪼름한 안초비를 곁들여 먹는 레시피다.
안초비는 허브와 함께 곱게 간 뒤 돼지고기에 곁들이거나,
올리브나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와 먹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채소를 볶을 때 조금 넣곤 하는데,
이렇게 하면 감칠맛이 훨씬 좋아진다.”
안초비 부르스게타
재료(2인분) 캄파뉴 1/2개, 염장 안초비 40g, 이탤리언 파슬리 10g, 페퍼론치노 3개, 마늘 1쪽, 올리브유 적당량
1 염장 안초비는 물에 씻어 염도를 낮추고 키친타월에 올려 물기를 제거한다.
2 마늘과 이탤리언 파슬리, 페퍼론치노는 칼로 다진다.
3 그릇에 2와 안초비를 담고 내용물이 잠길 만큼 올리브유를 부어 안초비 맛이 배게 한다.
4 슬라이스한 캄파뉴에 올려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