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중 가장 풍성한 맛을 움켜쥐고 있는 가을 사과. 그리고 미식가 2인의 남다른 레시피.
제철 맞은 가을 사과는 당도와 산도, 수분, 향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10월 하순, 지금부터 부지런히 베어 물어야 할 때다. 그렇다면 어떤 사과를 고를까? 단순한 시장 논리를 떠올리며 빨갛고 알이 굵은 ‘비싼’ 사과를 떠올려본다. “빨갛고 큰 사과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색을 내기도 해요. 은박 반사 필름을 쓰고, 사과의 잎을 떼는 식으로요.” 경북대학교 사과연구소의 윤태명 교수가 말했다. 특히 사과는 잎을 통해 광합성을 하고 영양소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잎을 뗄 경우 당도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크기 역시 그렇다. 본래는 중간 정도로 자라나야 할 품종을 수요에 따라 억지로 키우는 경우도 왕왕 있다. 즉 인위적이지 않은 색에 적당한 크기를 지닌 ‘중과’ 정도의 자연스러운 사과가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색다른 품종에 도전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커피처럼 사과도 품종마다 맛이 달라요. 진홍이라는 사과가 있는데, 속이 빨갛고 시큼하고 좀 푸석거려요. 그냥 먹기에는 그런데, 정과라든지 디톡스 칩을 만들면 참 좋거든요. 가로로 잘랐을 때 모양이 참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아버지와 함께 알프스 오토메를 키우고 있는 파란농장 김동현 농부가 제보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부사(후지)부터 알프스 오토메, 루비에스, 홍로, 홍옥, 시나노 스위트, 레드 딜리셔스, 아리수, 피크닉 등 시장만 나가도 신기한 사과가 수두룩하다. 하나씩 골라 먹다 보면 입안에 달콤한 가을이 꽉꽉 들어찬다. 맛있는 것을 고르는 방법은 품종마다 각기 다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부사는 표면이 거칠거칠하고, 과점이 도드라지고 줄무늬가 살짝 보이는 것이 맛있다. 부사와 홍옥을 결합한 품종인 알프스 오토메 역시 이와 비슷한 것을 고르면 좋다.
RECIPE by 이영라 르캬바레시떼 셰프
새콤달콤한 가을 사과를 도넛 모양으로 튀겨 사과 콩포트와 치즈, 견과류와 함께 곁들인 와인 안주다. 브리 치즈 대신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올리면 훌륭한 가을 디저트로 즐길 수 있다. 기호에 따라 메이플 시럽이나 꿀을 뿌려 먹어도 좋고, 브리 치즈 대신 블루 도베르뉴 치즈도 잘 어울린다.
브리 치즈를 곁들인 사과튀김
재료(2인분) 사과(부사) 2개, 튀김가루 250g, 물 50ml, 맥주(또는 사이다) 100ml, 식용유 20ml, 튀김기름 1L, 버터 50g, 레몬 1개, 설탕 100g, 통계피 1대, 깐 호두 100g, 브리 치즈 1덩이, 소금 약간
1 부사 1개의 씨를 도려내고 1.5cm 두께의 도넛 모양으로 썬다.
2 시판 튀김가루에 물과 맥주, 식용유, 소금을 넣고 되직한 튀김옷을 만든다.
3 1의 사과에 튀김옷을 두껍게 입히고 170℃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다.
4 달군 팬에 버터를 두르고 잘게 다진 사과 1개 분량을 넣어 볶는다. 레몬 1개 분량의 레몬즙과 제스트, 설탕 100g, 통계피를 넣고 약한 불로 천천히 수분을 날리면서 졸인다.
5 호두는 마른 팬에 굽거나 토스터에 넣어 5분간 로스팅한다.
6 접시에 4의 애플 시나몬 콩포트를 깔고 바삭하게 튀긴 사과튀김과 브리 치즈를 올린다. 고소하게 구운 호두를 거칠게 다져 뿌린다.
RECIPE by 이해림 푸드 칼럼니스트
콩물을 오목한 그릇에 담은 뒤 시고 단단한 사과를 껍질째 얇게 채 썰어 올린다. 비타민이 가득한 사과에 콩물의 영양이 곁들여져 든든한 아침으로 즐기기 좋은 메뉴다. 술안주로 먹고 싶다면 채 썬 사과에 기름을 바짝 뺀 베이컨 칩을 듬뿍 넣고 올리브유, 피시 소스에 버무린다. 사과와 피시 소스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데, 우리나라 액젓과 달리 태국, 베트남의 피시 소스는 특유의 단맛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성 치즈를 곁들여도 좋다. 가장 편하게 먹는 방법은 고기와 곁들이는 것인데, 항정살 통스테이크를 레스팅하는 동안 나온 기름에 사과를 올려 아삭함이 사라지기 전까지 재빨리 구우면 손쉽게 가니시를 완성할 수 있다.
콩국물과 새콤달콤 사과
재료(2인분) 사과(홍옥) 1개, 베이컨 2장, 콩물 2컵, 올리브유 · 핑크 페퍼콘 · 흑후추 적당량씩
1 사과는 깨끗이 씻어 껍질째 얇게 채 썬다.
2 베이컨은 1cm 폭으로 썰어 팬에 바싹 볶은 뒤 키친타월에 올려 기름을 뺀다.
3 볼에 사과를 담고 콩물을 붓는다.
4 3에 베이컨 칩을 듬뿍 올리고 신선한 올리브유를 뿌린다.
5 거칠게 간 흑후추와 핑크 페퍼콘을 갈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