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처럼 벽에 많은 작품이 걸려 있는 이 집은 아직 집 안을 콩콩거리며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이 있는 네 가족의 보금자리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모두를 배려한 집은 엄마의 현명한 선택으로 완성됐다.
1 줄리언 오피의 작품이 걸려 있는 다이닝 공간과 침실 사이. 날개처럼 양쪽으로 유리 파티션을 설치해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분했다. 다이닝 공간에 건 작품은 박서보 작가의 작품.
감각적인 집에는 공통점이 있다. 방금 전 대청소라도 한 듯 말끔하고 완벽하게 정리된 모습이다. 대부분의 집은 촬영 전 정리를 하기 마련이지만 디자인투톤 design2tone의 소개로 만난 이 집은 달랐다. 정갈한 안주인의 성향을 반영하듯 집도 차분하고 단정했다. 하얗게 칠한 벽에는 크고 작은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때문에 흰 벽이 주는 차가움과 긴장감을 덜 수 있었다. 미대 출신의 안주인은 그림을 좋아하는 아버지로부터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물려받거나 직접 구입해왔다. 이전에 살던 집에서 가장 소중하게 옮긴 아이템 또한 그림이었다. 디자인투톤의 최현경 실장을 만나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도 그림을 위한 벽을 가장 고민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림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벽은 갤러리 같은 흰색 벽이겠죠. 그렇다고 집 전체를 흰색으로 칠하기엔 아이들도 있어서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거실과 다이닝 공간은 흰색으로 도장했고 아이들 방과 침실은 벽지를 발랐죠.” 이우환 작가의 큰 작품을 걸기 위해 거실 한쪽 벽을 비웠기에 TV도 안방에 둘 수밖에 없었다. 안주인은 “모던한 타일을 바닥재로 깔고 싶었어요. 흰 벽과 잘 어울리게요. 그런데 아이들이 뛰어다니기에도 그렇고 보행감도 타일보다는 나무가 부드럽고 발에도 무리가 없겠다 싶더군요. 모던한 느낌은 줄었지만 대신 나무 바닥재 덕분에 따뜻한 분위기가 나요.”라며 나무 바닥재를 시공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2 컬러가 아름다운 최욱경 작가의 작품을 건 거실. 3 현관에서 다이닝 공간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위치한 게스트 화장실. 문을 닫아두면 벽처럼 보이는 구조다.
4 거실 벽에 걸린 이우환 작가의 그림. TV를 두지 않고 대신 작품에 벽을 할애했다. 5 다이닝 공간과 맞닿아 있는 아들의 방. 6 스트링 시스템을 벽 전체에 시공해 장난감과 책을 수납하기에 편리한 딸아이의 방.
다이닝 공간은 양쪽에 날개처럼 약간의 파티션 같은 유리 벽을 세웠다. 따로 문을 설치하지 않았지만, 거실과 어느 정도 분리될 수 있게 한 요소다. 자세히 보면 원래 베란다였던 거실 앞쪽도 그렇고 딸아이의 방도 벽의 일부에 유리를 끼워 파티션처럼 활용했다. 최현경 실장은 “확장한 공간의 경계선 부분들이에요. 벽을 다 부술 수 없었던 이유도 있고, 그렇다고 중문을 달기에는 답답해 보였죠. 대신 벽의 일부분을 살려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리하고 개방감도 줄 수 있었어요”라며 소소한 요소가 주는 자연스러운 힘에 대해 설명했다. 다이닝 공간 안쪽은 진한 그레이 컬러를 사용해 다른 공간에 비해 어둡다. “집안이 대체로 밝고 환한 분위기라 주방은 어두운 색 타일로 시공했어요. 그레이 컬러는 오래 봐도 질리지 않거든요. 주방 가구는 맞춤으로 제작했는데 상판 두께가 얇으면서도 내구성이 강해 둔탁해 보이지 않아요.” 주방 안쪽에는 원래 방이 하나 더 있었지만 주방과 이어지게 터서 냉장고와 가전을 넣었다. 덕분에 넓어진 주방 공간을 어두운 그레이 컬러로 시공해 다른 공간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그레이 컬러는 부부 침실에도 적용했는데, 도장을 한 것 같은 질감의 회색 벽지를 발랐다. 거실에 TV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TV를 올려둘 수 있는 AV장 겸 수납장을 짜서 넣었고 시리즈 세븐 체어를 둔 간이 책상도 만들었다. 넉넉한 서랍 덕분에 대부분의 물건을 수납해 침실 또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갖고 있기보다는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집이 깔끔해 보이는 것 같아요. 곳곳에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서 쉽게 정리할 수 있고요. 아직 어린 아이들 방은 예외지만요.” 깔끔한 성격의 안주인이지만 아들과 딸 아이의 방은 마음껏 놀 수 있도록 꾸몄다.입구에는 특히 핑크를 좋아하는 딸아이의 방 한쪽 벽에는 스트링 시스템을 설치했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과 장난감을 올려두기만 해도 아기자기하게 귀여운 아이 방을 연출할 수 있다.
7 침실에는 수납장을 짜서 TV를 올려두는 AV장과 간이 책상 용도로 활용했다. 8 주방 안쪽의 방 하나를 터서 부엌 가전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9 대리석 테이블과 시리즈 세븐 체어로 꾸민 다이닝 공간. 10 거실에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타일 대신 나무 바닥재를 시공했다.
네 가족이 사는 70평대의 집은 지은 지 20년이 넘은 오래된 빌라다. 기본 설비도 낡아서 바닥의 난방 배관도 다시 설치하는 등 큰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간의 고생과 고민이 헛되지 않은 듯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딸아이와 초등학생인 아들을 둔 엄마는 자신의 취향과 아이들을 위한 편안한 인테리어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다.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작품이 벽마다 걸려있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이라는 점도 신선했다. 할아버지로부터 내려온 것은 단순히 작가의 작품만은 아닐 것이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집 안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예술적인 감성을 키우며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