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와 로즈는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는 이 집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들은 19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집에 복고적이고 세련된 관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컬렉터로서의 환상을 채워 넣었다.
부엌에는 두 개의 테이블을 붙여서 여덟 명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생일이 똑같이 2월 4일인 피에르와 로즈에게 8은 행운의 숫자다. 검은색 레진과 시멘트로 마감한 바닥에 깐 가죽과 짚으로 만든 러그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있는 작은 나라인 모리타니에서 구입했다. 원형 테이블에는 아르네 야콥센, 찰스&레이 임스, 케이스 브라크만,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빈티지 의자를 두었다.
녹음을 배경으로 서 있는 피에르 트라베르시에와 로제마레인 더 비터.
전직 농구선수로 지금은 호텔리어인 피에르 트라베르시에 Pierre Traversier는 매물로 나온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창 너머에 시선을 빼앗겼다. “페인트가 갈라져 있었지만 녹음이 우거진 아름다운 정원에서 빛이 들어와 각각의 방을 물들였어요. 녹색이 오래된 벽돌과 대조를 이루었어요. 그 광경에 반해 당장 구입하러 언덕을 내려갔죠. 이 집은 실내가 매우 밝은데 파리에서는 매우 드문 경우예요”라며 이 집과의 첫 만남을 설명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아내 로제마레인 더 비터 Rozemarijn de Witte는 라이프스타일 분야와 매거진에서 에디토리얼 컨설턴트로 일한다. “파리 6구에 작은 아파트를 갖고 있었는데, 피에르의 농구화 컬렉션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져서 이사를 해야 했죠.” 그녀가 피에르를 놀리듯 말하지만 곧 고백하기를 자신 역시 많은 물건을 수집한다고 했다. 벼룩시장을 수시로 다니는 이 부부에게 집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놀이터다. 파리 벼룩시장과 갤러리, 부티크는 물론 브라질의 작은 골목까지 두 사람이 여기저기에서 발견한 모든 것이 집 안에 자리하고 있다.
벽에 고정한 나뭇가지에는 로제가 아끼는 책 두 권을 올려놓았다. 줄리아 차일드의
“문손잡이나 벽장처럼 쓸 수 있는 물건이면 무엇이든 집으로 가져옵니다. 언젠가 소목장에게 오래된 우산 손잡이를 우리 집 문고리로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때 그가 지었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게 틀림없었거든요.” 하지만 부부는 이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찾아낸 보물들이 이 집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고 있으니까. 부부는 옛 모습이 잘 남아 있는 동네에 자리한 이 집의 외관을 그대로 살렸다. 또 창고를 개조하고 연장해 부엌 겸 다이닝룸으로 만들었다. “작은 방들이 많았지만 부엌으로 연결된 공간이 없어서 수리를 해야 했죠. 그렇지만 기본 구조는 그대로 두었어요. 그건 이 집의 역사니까요! 이 집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죠.” 피에르가 말했다. 그는 로제와 함께 갈라진 천장을 보수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된 컬러 톤을 되살리기 위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모두들 낡은 페인트가 머리에 떨어질 거라고 하면서 새로 칠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기존 색상을 보존하는 것을 고집했죠. 지금은 오히려 그 색 덕분에 집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여요.” 부부는 이 집을 레노베이션할 때 쏟아냈던 힘을 발휘해 얼마 전, 이비자 섬 북쪽에 있는 야생적인 땅에 작은 호텔을 오픈했다. “이 섬에 대한 우리의 애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그리고 일을 중간에 그만두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호텔을 지을 때도 집을 고칠 때와 마찬가지로 못을 박는 일부터 마지막 페인트칠까지 정말 열중했어요.”
이 집의 맨 위층에 있는 침실과 드레스룸. 포르투갈의 한 궁에서 가져온 침대는 키가 큰 피에르에 맞게 길이를 2.1m로 늘렸다. 리넨 침대 시트는 소사이어티 Society 제품이며 침대 옆 서랍장에 올려놓은 테이블 조명은 모로코의 도시 마라케시에서 찾아낸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동화와 시크한 로큰롤이 뒤섞인 듯한 복고적이고 관능적인 분위기의 거실. 복슬복슬한 러그는 주문 제작한 것으로 벽 색깔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소파 맞은편에는 아르네 야콥센의 ‘에그 체어’를 놓았다. 벽에 걸어놓은 식물 모양의 조명은 뉴욕의 인테리어숍 ABC 카펫 앤 홈 ABC Carpet and Home에서 구입한 것.
이 방은 서재 겸 게스트룸으로 사용된다. 피에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농구공이 너무 많아서 로제가 공을 전시할 수 있는 철제 지지대를 벽면에 제작했다. 그녀는 이 방의 침대도 디자인했는데 네덜란드의 매트리스 제작자에게 의뢰해서 완성했다. 침대 앞에 놓은 러그는 모로코에 있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