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그라스 Grasse 근처에 있는 성 ‘샤토 드 라 콜 누아르 Chateau de la Colle noire’ 성과 정원. 크리스찬 디올이 정말 사랑했던 이곳을 디올 퍼퓸 Dior Parfums이 충실히 복원했다. 그리고 디올의 조향사 프랑수아 드마쉬 Francois Demachy가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향수 ‘라 콜 누아르’를 선보였다. 이 향수는 크리스찬 디올이 열정적으로 가꾼 ‘로즈 드 메’에 바치는 서정시다.
하나의 보석 같은 작은 거실. 크리스찬 디올은 이 집에 네오프로방스 스타일을 담아내길 원했다. 클래식한 안락의자와 웨지우드풍의 도자 화분 등 18세기 스타일부터 주름 장식의 작은 가구로 꾸민 로맨틱한 인테리어까지 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천장에는 유리를 입으로 부는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화려한 무라노 샹들리에가 달려 있다.
팔각형 현관 홀에 만들어진 완벽한 대칭. 바닥을 장식한 자갈 모자이크는 프로방스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크리스찬 디올이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나침반 모티프는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랑빌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1 크리스찬 디올은 나폴레옹 1세 스타일로 꾸민 서재에서 주로 일했다. 2 대리석 욕조가 있는 욕실. 크리스찬 디올은 목욕하면서 디자인하는 것을 좋아했다. 3 18m에 이르는 큰 거실은 크리스찬 디올이 직접 장식했다. 그는 특히 마음에 들어했던 루이 16세 시대의 콘솔 두 개의 위치를 미리 정해놓고 나머지 가구들을 배치했다. 4 큰 거실의 벽난로 위에 놓인 영감을 주는 오브제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는 ‘디오리시모 Diorissimo’ 향수병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다.
크리스찬 디올은 그의 자서전에 이렇게 기록했다. “이곳은 나의 진짜 집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신이 내게 장수를 허락하신다면 은퇴해 머물 수 있는 곳이고, 할 수만 있다면 이곳에서 내 존재의 버클을 걸어 잠글 것이다.” 그의 이런 바람이 전부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가 몽토루 Montauroux에 있는 ‘라 콜 누아르’를 얻은 1951년부터 6년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아름다운 성을 가꿀 시간은 있었다. 그는 두 개의 탑이 우뚝 솟은 19세기 프로방스 성에 자신의 재능과 취향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그는 애초부터 이 성을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랑빌 Granville의 레 륌 Les Rhumbs 하우스에 대한 그리움까지 느껴진다. 그는 이 집을 구입한 뒤 가장 먼저 40㎡에 이르는 멋진 수영장인 ‘물의 거울’을 만들었다. 수영장을 빙 둘러 회양목을 심고 덩굴식물이 자연스럽게 타고 오르도록 만든 정자인 ‘페르골라 Pergola’를 세워 레 륌 하우스를 연상시켰다. 또 메인 현관에 조약돌 모자이크로 웅장한 나침반 모티프를 만들었는데 이 역시 레 륌 하우스에 있던 것과 비슷하다. 대리석 욕조를 놓은 팔각형의 욕실과 그가 행운의 상징이라고 여겼던 별 장식이 달린 침대를 둔 작은 침실 등 모든 공간이 휴식과 아름다움, 고요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성은 50헥타르의 땅이 에워싸고 있다. 크리스찬 디올은 자연스레 주변의 경작지에 마음을 뺏겨 정원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했다. 그의 누이인 카트린 디올 Catherine Dior은 옆 마을 칼리앙 Callian에서 그 유명한 ‘로즈 드 메 Rose de Mai’를 길렀다(오월의 장미를 뜻하는 로즈 드 메는 디올의 새로운 향수 ‘라 콜 누아르’의 시그니처 향이다). 그리고 디올은 향이 좋은 장미나무와 포도나무, 백합, 올리브나무, 제비꽃, 오렌지나무 그리고 재스민을 심어 가꾸었다. 재스민은 그의 첫 번째 향수인 ‘미스 디올 Miss Dior’을 만드는 데 영감을 준 꽃이기도 하다. 미식가였던 크리스찬 디올은 손님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기를 좋아했다. 화가 크리스티앙 베라르 Christian Be´rard, 마크 샤갈 Marc Chagall, 베르나르 뷔페 Bernard Buffet, 시인이자 극작가 장 콕토 Jean Cocteau 등이 이웃 또는 친구로 이 성을 찾아와 분수로 장식된 다이닝룸에서 함께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이 명망 높은 손님들은 대부분 1956년과 1957년에 이곳을 방문해 방명록에 자신의 귀중한 사인을 남겨놓았다. ‘라 콜 누아르’는 크리스찬 디올의 사후에 여러 번 매매되다가 2013년, 크리스찬 디올 퍼퓸에서 구입해 이곳을 복원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기존의 공간을 되살리는 것 외에 샤갈룸, 그뤼오룸, 달리룸 등 새로운 방을 만들었는데, 데커레이터 이브 드 마르세유 Yves de Marseille가 각 예술가들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려해서 디자인했고 원래의 공간과도 잘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 1956년, 크리스찬 디올은 자서전에 이 마지막 문장을 적어 넣었다. “여기 몽토루에서 마지막 문장을 쓰고 있다. 운명이 나도 모르는 새 결정지은 것이다. 나를 프로방스 시골의 매력 속으로 이끌어 이 작품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말이다. 곧 밤이 오고 밤이 오면 끝없는 평화가 이어질 것이다.” 이 집에 남겨놓은 그의 정신과 영혼은 ‘라 콜 누아르’ 향수에 담겨 이제 아름다운 향으로 느낄 수 있다. *
1층에 자리한 이 방은 크리스찬 디올이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고고학에 대한 열정을 표현했다. 가구들은 나폴레옹 1세 스타일이며, 칼립소 섬에 머물던 그리스 신화의 영웅 텔레마코스를 표현한 파노라마 벽지는 쥐베르 Zuber 제품.
크리스찬 디올은 누이인 카트린에게 헌정하기 위해 이 방을 만들었다. 그녀가 살았던 칼리앙의 작은 프로방스 집처럼 꾸민 ‘카트린 디올룸’에는 크리스찬 디올이 소장했던 그림과 자수로 장식했다.
1 크리스찬 디올의 침실. 방 안쪽에 설치한 작은 공간인 알코브 Alcove 안에 루이 15세 시대의 침대가 있다. 벨벳으로 감싼 알코브 위에는 그가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 별 장식을 넣었다. 2 현관에 놓은 소파 위에는 크리스찬 디올이 쓰던 밀짚모자를 놓았다. 벽면에는 마스코트인 백조 그림을 걸었다. 3 붉은색 소파와 커튼, 벽지에 초록색 쿠션으로 포인트를 준 공간. 4 지붕을 담쟁이 덩굴로 만든 정자인 페르골라는 크리스찬 디올이 디자인한 것.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그랑빌의 빌라에 있던 페르골라와 아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