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인테리어보다는 자유롭고 과감한 시도가 돋보이는 집. 전문가 못지않은 인테리어 감각이 개성을 불러들인 연기자이자 SNS 스타인 기은세의 집을 소개한다.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는 주방은 이 집의 얼굴이다. 요리는 물론이거니와 모임의 분위기에 따라 테이블을 꽃과 식물로 데커레이션하는 것도 그녀의 취미다.
1 정형화된 스타일 대신 믹스매치를 즐기는 집주인의 취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실. 2,3 햐얗고 결이 고운 피부, 또렷한 이목구비. 한눈에 보아도 아름다운 기은세. 4 거실의 코지 코너에 만든 또 하나의 휴식 공간. 5 미국식 스타일로 꾸민 부부 침실 옆으로 동화적인 느낌의 그림을 걸었다.
획일화된 주거 환경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현실에서 새로운 시각을 공간에 투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때문에 공간에 새로운 스타일과 시각을 접목시킨 집을 만나면 보물 찾기에 성공한 느낌처럼 눈이 번쩍 뜨인다. 방배동에서 만난 연기자 기은세의 집이 바로 그런 집이었다. 집 안에 앉아 있다 보면 이곳이 서울 한복판인지, 미국 어느 도시의 주택인지 구분이 묘할 정도로 예사롭지 않은 세련된 꾸밈새는 과히 파격적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사로잡은 점은 소위 ‘럭셔리한’ 집, 예컨대 빈틈없이 들어찬 값비싼 가구, 휘황찬란한 조명, 집 한 채값에 필적하는 오디오에서 종종 감지되는 과시욕 가득한 기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집이라는 것이다.
기은세는 SNS에서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다. #기여사라는 태그를 걸어 인테리어 팁부터 요리 레시피, 데일리 룩을 공개하며 사생활을 적극 노출한다. 팔로어 숫자만 해도 175만 명. 전혀 살림을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 아침 요리를 하고 저녁이 되면 밥을 하기 위해 귀가하며 친구들을 위한 파티 테이블도 손수 만들고 미술을 전공한 재능을 살려 그림도 그리는 반전이 있는 아줌마라는 것이 인기 비결.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4년 전 남편을 만나 결혼했어요. 연기자로 자리 잡고 결혼한 게 아니어서 근 1년간 제 정체성에 관해 되묻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 기간에 평소 좋아하는 집을 꾸미고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만들고 나누면서 행복감을 느꼈고, 그것을 SNS에 올리니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더군요.”
이 집의 백미는 무엇보다 정형화된 인테리어가 아닌 자유롭고 과감한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가구의 레이어링과 다양한 컬러의 사용, 현대적인 것과 앤티크한 것이 조화를 이뤄 이 집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완성됐다. “처음 이 집을 만났을 때 온통 하얗게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남편은 병원처럼 보이는 하얀 공간을 반대했죠. 남편은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한국 사람들이 흔히 하는 전형적인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고, 이를 절충하다 보니 가득 차 있지만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 집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어요.” 집은 대대적인 공사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창틀과 벽지, 중문을 바꾸는 등의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 모든 과정을 전문가의 도움 없이 인부들을 진두지휘해 그녀가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방마다 다른 색을 가지고 있는 집은 페인트칠을 한 것처럼 보이는 벽지로 마감했고, 거실을 사이에 두고 서재와 주방 사이에는 중문을 달아 공간을 소통 혹은 차단할 수 있다. 가구의 선택 역시 그녀의 몫이었다. 북유럽 스타일이 유행이라 한두 개 정도는 있을 법하지만, 이 집에서는 흔히 봐왔던 가구가 단 하나도 없다. “벽에 컬러가 들어가니 심심한 북유럽 가구가 어울리지 않을뿐더라 무엇보다 가격이 비쌌어요. 우리 집에 어울리는 가구를 찾기 위해 지방에 있는 가구 단지도 돌아봤고 웹서핑을 하며 하나 둘씩 찾기 시작했어요. 거실의 중심이 되는 소파는 미라지 가구에서 구입했는데 빈티지한 가죽 느낌에 스터드 장식이 포인트인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게 거실 가구의 중심을 잡고, 주변으로 현대적인 것에 앤티크한 느낌을 조합해 뭔가 극렬한 대조를 이루도록 꾸몄어요.” 그녀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빈티지한 가죽 소파 주변으로 카르텔에서 구입한 오렌지색 팝 트레이라 암체어와 바로크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부지 램프가 유니크한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모은 가구와 조명, 소품이 새로 단장한 집에서 제각각 빛을 발하고 있으니, 그동안 그녀의 노력은 충분히 성공한 셈이다.
주방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근사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사이즈가 큰 원목 식탁은 아주버님이 결혼 선물로 사준 것이다. 중문 앞으로는 주방이 자리하는데 요리하는 여자의 주방답게 다양한 조리 도구와 그릇이 수납되어 있다. 커다란 식탁 앞으로는 발리에서 구입한 이름 모를 작가의 작품이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느낀 건데, 배운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창의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맛을 상상하고 저만의 레시피로 요리를 해요. 남편이 워낙 양식을 좋아해서 양식 요리가 취미인 제 스타일과 딱 맞아요. 남편은 저만 보면 배고프다는 말을 해요. 하하. 음식이란 게 취미가 아니면 자주 하기 힘든데, 브런치는 간단하지만 폼 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에요. 언젠가 브런치를 주제로 책도 내고 싶어요.”
기은세는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방송에 대한 욕심도 있다. “이제껏 제가 잘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을 꾸미고 요리할 때 가장 행복해하고, 그것을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이 좋아요. 마사 스튜어트처럼 살림에 대한 지혜를 이야기하고,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아줌마들이 보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그녀는 종종 SNS에서 요리하는 과정과 셀프 인테리어 팁을 공개한다. 이를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따라 해보고 싶을 만큼 재미있고 실용적이다. 라이프스타일러로 제2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기 여사,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거실 뒤로 보이는 서재. 전문가 못지않은 센스 있는 감각으로 꾸민 서재는 가구의 레이어링이 특히 돋보인다. 앤티크한 것과 현대적인 것의 만남이라는 이 집의 키워드가 이곳에도 적용되어 있다.
etc.
현대적인 것과 앤티크한 것이 조화를 이룬 기은세의 집처럼 꾸밀 수 있는 아이템.
코넬리아 암체어 풍성한 불륨감이 특징인 편안한 의자는 프라텔리 보피 제품.
더치스 샹들리에 품격 있는 화려한 장식으로 멋을 낸 샹들리에는 프라텔리 보피 제품.
스로우 웨이 소파 화사한 오렌지 색상의 미니멀한 소파는 자노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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