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주거와 공간을 디자인해온 김백선. 그가 이탈리아의 하이엔드 브랜드 프로메모리아, 뽀로, 판티니와 손잡고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선보인다. 나무, 돌, 물 등 자연 소재 자체가 디자인 언어인 그가 만든 생활 가구와 소품은 가구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다.
1 김백선의 디자인은 모두 붓끝에서 그려지는 드로잉에서 시작된다. 2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손수 그린 스케치와 다양한 크기의 붓들이 놓여 있다. 3 백선디자인 사무실. 책상 뒤로 사진 촬영을 위한 삼각대가 놓여 있다. 4 드로잉한 스케치를 모아둔 책장. 5 프로젝트를 위해 드로잉과 그래픽을 프린트한 종이가 사무실 곳곳에 있는 책장에 붙어 있다. 목토풍수 木土風水가 적혀 있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건축가 김백선은 재능이 많은 남자다. 건축가이지만 그를 따르는 수식어는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사진작가, 동양 화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멀티아티스트. 한국의 전통적 미감을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재해석해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를 통섭해왔다. 그가 만들어온 대표적인 공간 프로젝트로는 롯데 초고층 월드타워의 레지던스와 커뮤니티 공간 설계, 덴마크 주재 한국대사관, 대안공간 갤러리 루프, 이용백 갤러리 등이 있으며 아트 디렉터로서는 세계도자비엔날레 여주관 세라믹하우스II, 천년전주명품 ‘온’, 설화문화전, 201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전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그의 작업에는 시종일관 자연이 중심에 있다. “자연, 예술, 문화, 여행, 시간성, 계절, 장인, 땀, 삶, 일상, 사람, 교감… 그 모든 요소로부터 영감을 주고받은 감성이 어우러져 디자인의 모티프와 컨셉트가 됩니다.” 겉으로만 화려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감수성과 오묘한 손맛이 전해지는 그만의 디자인에는 정감 어린 코드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20여 년 전 시작했던 가구 디자인은 당시 변화된 한국의 주거 시장과 공간을 반영하기 위한 방향의 모색이었다. 그 시작이 전주시와의 인연으로 이어져 무형문화재 장인들과 콜라보레이션하여 디자인했던 ‘전주 온’ 프로젝트에서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 “우리 문화의 전통과 철학을 담아내는 과정이었습니다. 무형문화재 장인들과 함께 작업했던 그 속에서 사람과 삶의 철학과 가치가 피어납니다.” 2015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리빙, 가구계의 명품 브랜드 회사인 프로메모리아, 뽀로, 판티니와의 만남이 시작됐다. 꾸준히 진행해온 공간 디자인 작업과 더불어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리빙 업계와의 인연, 그 관계선상에서 사람과 일이 이어지고 일은 관계를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또다시 사람과의 관계와 디자인이 피어났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며 예술의 뿌리, 자연의 원초성에 대한 감성을 담고 싶었습니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현상이 발현되고, 풍부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듯 동서양 또는 전통과 현대, 회화와 디자인의 구분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만나고 어우러지고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는 디자인에 있어 어떤 철학과 감성을 담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가구 이상의 가치를 지닌 문화와 생활 전반에 걸친 라이프스타일이 녹아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 과정을 통해 드러난 개체들이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됐고 결과물에 ‘디자인 생명체’라는 이름을 부여해 25점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BRAND STORY
전통적인 장인 기술과 최첨단의 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세계 최고의 이탈리아 브랜드들과 협업한 김백선. 그들과 작업하면서 느꼈던 감회를 전한다.
1,2,3,4,5 프로메모리아와 협업해 만든 조명 작품들. 총 6종으로 테이블, 스탠딩, 천장 조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6,7,8 질서정연한 선의 미학으로 표현한 가구에 최고급 가죽을 입혔다. 가구는 캐비닛, 3인 소파, 3인 벤치, 암체어의 4종으로 선보인다.
프로메모리아 PROMEMORIA
“첫 미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로메오 소치 Romeo Sozzi의 열정이었다. 이탈리아 최고의 명품 브랜드 수장이자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로메오 소치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디자인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그 자리에서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아이디어를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며 발전시켜 나가는 그의 방식에서 나는 디자이너로서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프로메모리아의 뿌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4대에 걸쳐 내려온 노하우는 수장이자 디자이너인 로메오 소치에 의해 1980년대 말 재탄생했다. 뛰어난 이탈리아와 유럽 장인들이 세계적 수준의 프로메모리아 고유의 품질을 지키는 데 열정을 쏟고 있으며, 그들이 창조해내는 가구의 디테일한 부분(재료의 선택과 마감의 완결성.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이 조화롭게 만들어내는 색감, 촉감, 복합적으로 다가오는 놀라운 아름다움)에서 독보적인 아름이다움이 느껴진다.
9 뽀로와 함께 작업한 미니멀한 디자인의 테이블. 다양한 가구 작품 17종을 만날 수 있다. 10 판티니와의 협업으로 만든 수전 렌더링. 11,12 2013년 광주디자인 비엔날레에 만들었던 ‘Old&NEW’ 전시장 모습.
판티니 FANTINI
“판티니에서 추진하고 있는 ‘100 Fontane : Fantini for Africa’ 프로젝트에 무척 감명받았던 나는 판티니의 순수한 열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김백선이라는 디자이너의 드로잉과 작업을 책을 통해 보고, 수십억이 넘는 돈을 디자인에 투자한다는 것은 근원적인 것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판티니는 1947년 조반니 Giovanni와 에르실리오 판티니 Ersilio Fantini 형제가 설립한 가족 중심의 회사다. 물은 회사의 역사를 관통하는 테마로, 지난 50여 년간 물을 모티프로 한 수도꼭지 및 샤워 시스템 등의 제품을 생산해왔다. 1970년대 후반에 출시된 ‘이 발로키 i Balocchi’ 시리즈는 수전에 처음으로 컬러를 가미한 혁신적인 컬렉션이다. 그 이후 현재까지 액세서리에서 텍스타일까지 욕실 퍼니싱의 요소를 잘 조화시킨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부룬디공화국 지역에 식수를 공급해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어 착한 선행을 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뽀로 PORRO
“뽀로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인 만큼 프로젝트 담당자들도 친근하고 밀착력 있게 일을 꾸려 나간다. 디자인 미팅에서도 각 파트의 담당자들은 열정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데, 작은 변화나 세세한 사항도 놓치지 않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디자이너로서 일하는 데 큰 힘을 실어주었던 것 같다.”
뽀로는 1925년 고품질 가구 제작의 산실인 이탈리아 브리안자 Brianza 지역에서 설립된 국제적인 브랜드다. 2015년 90주년을 맞았으며 전통적인 장인의 손길과 정교한 생산 기술이 결합되어,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세계 가구 시장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다. 1960년대부터 이탈리아 및 유럽의 디자인 선구자들과 협업해왔으며 1989년부터 피에로 리소니 Piero Lissoni가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EXHIBITION
10월 5일부터 10월 23일까지 학고재에서 열리는 <김백선 전 _ About the Living&Furniture> 전시에서는 프로메모리아, 뽀로, 판티니와 함께 작업한 총 25점의 가구와 조명, 수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사진작가, 동양화가,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작업한 김백선의 아카이빙을 모두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