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벽지, 나무 몰딩 장식, 사진 작품과 사이키델릭한 패턴까지. 연출가 조한 렌크는 맨해튼에 있는 로프트에 1920년대 스웨덴 모더니즘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스타일을 과감하게 섞어놓았다.
거실에는 요세프 프랑크가 1934년에 디자인하고 스벤스크트 텐 Swenskt Tenn에서 제작한 아이코닉한 소파 릴리에발크가 놓여 있다. 벽은 현대미술 작품과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음악, 사진, 광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조한 렌크는 영국 가수이자 배우인 데이비드 보위의 뮤직비디오와 <더 라스트 팬더스 The Last Panthers>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 같은 TV 시리즈, 영화 <다운로딩 낸시 Downloading Nancy> 등을 연출했다. 그는 패션 분야에도 자신의 스타일을 주입했는데, 특히 칼 라거펠트와 브랜드의 뮤즈인 라나 델 레이와 함께 H&M의 여러 광고 캠페인을 만들었다. ‘스타카 보 Stakka Bo’라는 가명으로 1993년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면서 유명해진 그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그런 그가 관심을 쏟는 것은 절충주의적 삶의 방식이다. 그는 뉴욕 트라이베카 Tribeca 중심지에 자리한 로프트 하우스에서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이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한다. 자신이 태어난 스웨덴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그는 스웨덴 모더니즘의 창시자인 디자이너 요세프 프랑크 Josef Franck의 컬러풀한 텍스타일을 사랑한다. 기둥만 없으면 텅 빈 넓은 공간, 떡갈나무 바닥, 20세기 초에 흔히 볼 수 있었던 황동 판으로 덮은 높은 천장 등이 이 부부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가구를 들여놓기에 완벽한 공간이었다. 부부의 가구는 모두 빈티지인데 벼룩시장이나 여행을 다니면서 구입한 것들이다. 부부는 로프트에 넓은 거실, 옛날 느낌이 나는 나무로 꾸민 오픈 키친 그리고 두 개의 침실과 그 안에 딸린 욕실을 만들었다. 나무 몰딩 장식과 보태니컬 패턴의 벽지가 매력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요세프 프랑크도 높이 평가할 만한 멋진 인테리어다. 조한은 “장식은 놀이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고 보는 사람도 그것에서 어떤 평화도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바우하우스와 르 코르뷔지에가 수립한 철저한 직선과 반대로 그가 디자인한 가구는 풍성하다. 또 텍스타일은 꽃 패턴과 농도 짙은 컬러 대비를 보여주는데, 이는 풍요로운 자연을 표현한 것이다. 요세프 프랑크가 1934년 디자인한 소파 ‘릴리에발크 Liljevalch’가 그 이미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그가 디자인한 곡선 형태를 좋아해요. 미라켈 Mirakel 패브릭으로 커버링한 이 소파는 정말 편안해요. 같은 소파를 또 다른 집에도 갖고 있지요”라고 조한이 말했다. 여기에 앉아서 영화를 감상하며 밤을 보내거나 자신이 수집한 그림과 사진 컬렉션을 바라봐도 좋을 것이다. 그는 안톤 코빈, 래리 클락, 잭 스미스, 이라 코헨, 프레드릭 쇠데르베르그, 오스틴 오스만 스페어 등의 현대 예술 작품과 고전 작품을 두루 소장하고 있다. 흑백 누드 사진과 헤비메탈 스타들의 컬러풀한 초상화가 섞인 그의 컬렉션은 로큰롤 스타일의 한 남자가 추구하는 절충주의에 대한 은유라고 볼 수 있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부엌. 두툼한 목재로 만든 무거운 조리대와 나무 선반과 식기장,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스툴과 철제 기둥 등이 어우러져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을 준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높은 책장이 있는 서재. 보헤미안 스타일의 판타지가 느껴진다.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책상 위에는 독특한 인형이 놓여 있다. 에스닉한 패브릭으로 커버링한 빈티지 암체어도 있다.
벽은 요세프 프랑크가 디자인한 벽지를 발랐다. 나무로 만든 침대 위에 걸린 큰 초상화 두 점은 영국 아티스트 시몬 헨우드 작품이다. 이 아티스트는 뮤직비디오 연출가이자 사진가, 청소년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