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람들은 여전히 경이로운 페르시아 문명을 마음에 담고 산다. 이슬람교 성직자인 물라 Mullah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젊은이들은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딛고 있다. 그들은 이란의 다른 얼굴이다.
장미수와 태피스트리의 수도 카샨은 사막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이 오아시스에서는 카자르 Qajar 시대의 부유한 상인들이 살던 19세기 집들이 웅장함을 겨룬다. 하늘로 열린 아름다운 둥근 천장을 가진 집 카니 보루예르디 Khan-e Boroujerdi도 그중 하나다.
이스파한의 아르메니아 동네에서 복장과 사회적 자유를 누리는 젊은 여성들. 몸에 딱 맞는 외투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여자들이 패션 아이템처럼 스카프를 두르고 서 있다.
1 카샨을 빠져나가는 길목을 지키는 이슬람교 사원. 샤자데 이브라힘 Shahzadeh Ibrahim의 능이 있는 모스크의 대칭을 이루는 첨탑과 자기 타일로 뒤덮인 원뿔형 지붕은 이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2 풍부한 식견을 가졌다고 알려진 전설적인 왕 샤 압바스 Shah Abbas가 거주했던 이스파한의 알리 카푸 Ali Qapu 궁. 1598년에 완공된 궁에는 멋진 음악 홀이 있다. 음악 홀의 회벽에는 꽃병 모양의 벽감이 뚫려 있다. 보통 조각상을 놓는 공간으로 활용되지만, 이곳에서는 경이로운 음향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3 곳곳에 사진이나 그림이 붙어 있다. 여기 야즈드의 멋진 모스크의 자기 타일 벽에는 이란-이라크 전쟁 때 전사한 젊은 영웅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4 시는 시라즈의 어느 곳에나 있다. 시인 하페즈와 사디가 자주 들렀던 능 안에서 시를 찬양했는데 시장에 있는 이 카페에도 주인이 자신의 시를 벽에 가득 붙여놓았다. 5 이스파한의 칸에 체헬 소툰 Chehel Sotoun 궁의 테라스에 있는 플루트처럼 가는 기둥들.
6 이스파한에 있는 예쁘고 트렌디한 카페, 피루즈 셰르바트 Firouz Sherbat. 아르메니아 교회 앞에 있으며 자유로운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다. 7 샤 압바스의 삶을 이야기하는 그림 옆, 일명 ‘40개의 기둥들’이라 불리는 체헬 소툰 궁의 아치형 천장에 붙어 있는 수천 개의 황홀한 거울들.
페르시아 동화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 마침내 여행자들에게 허락되었다. 사막과 신화적인 도시 사이를 흐르는 인더스 강에서 지중해까지 수세기 동안 이어진 한 제국의 길고도 우여곡절 많은 시간, 웅장한 전설 속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이슬람교 사원은 온통 컬러풀한 도자 타일로 채워져 있고, 아름답게 다듬은 회 반죽 장식이나 상아, 반짝이는 거울로 뒤덮여 있다.
엄격했던 종교적 규제와 규율은 한결 느슨해졌다.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인들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환대의 마음으로 자신들의 위대한 문화와 슬그머니 열린 문틈으로 맛보는 자유를 우리와 공유하고자 한다. 그들은 이슬람 혁명의 수호자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전보다 덜 강경한 새 대통령으로 인해 혁명의 엄중한 분위기는 비교적 완화됐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모순은 양면의 삶으로 뒤섞인 채 공존하게 되었다.
이란의 여학생은 전체 대학생의 60%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과학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과학이나 경영 같은 몇몇 과목은 여전히 여학생들에게 금지돼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녀들은 해방된 집에서는 맘껏 축제를 벌인다. 시를 통해서만 만났고 맛도 보지 못한 채 막연히 찬양해온 시라즈 와인만 해도 그렇다. 그녀들은 이제 시아파 교도에 의해 추방된 그 와인을 마시며 우아하고 때로는 도발적인 파티를 즐긴다. 그렇지만 여성들이 밖에서 입는 복장만큼은 아직도 큰 통제를 받는다. 검은색 차도르를 두르거나 히잡을 써야 한다. 펄럭이는 머플러가 여성들의 머리카락 위를 미끄러지듯 뒤덮고 헐렁한 외투 위로 나풀거린다. 그리고 해가 지면 바시지 순찰대의 난폭한 명령에 따라 소년과 소녀들은 10cm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안 된다.
이란 사람들이 진정으로 숭배하는 이는 오마르 하이얌 Omar Khayyam이나 하페즈 Hafez, 사디 Saadi 같은 신비스런 시인이나 현자들이다. 수세기 동안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사람들은 이 나라의 경이와 은총을 시어로 찬양해왔다. 이란 고원의 아름다운 도시 이스파한 Isfahan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를 베일 아래에서 뽐내는 페르시아 여인들, 참 Cham과 야즈드 Yazd 지역 사이에 있는 조로아스터교 도시들, 금욕주의적인 종교와 대비되는 카샨 Kashan 상인들의 탁월한 상술, 장미와 나이팅게일 그리고 모래에서 건져낸 페르세폴리스 유적의 영광, 세상이 시작되던 무렵부터 풍경을 가로지른 삭막한 사막 속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길들, 진미를 달콤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석류의 맛은 모두 시적인 찬양의 대상들이다. 그리고 나라 곳곳과 영혼과 정신 깊숙한 곳에 각인된 거대한 문명의 흔적은 마침내 찬양의 시를 완성한다.
1 이스파한의 유명한 카페 디졸파 Djolfa에 혼자 앉아 있는 젊은 여성과 그녀를 둘러싼 공작새 모양의 유리창. 2 오렌지나무와 재스민이 자라는 시라즈의 나란제스탄 Naranjestan 정원으로 통하는 카니 지나트 올몰크 Khan-e Zinat ol-Molk의 로코코풍 발코니. 자기 타일처럼 작업한 회벽이 아름답다. 3 시라즈에 있는 동화 같은 모스크 나지르 올몰크 Nasir ol-Molk. ‘장미 모스크’라고도 불리는 이곳 앞을 차도르를 입은 여성이 재빠른 걸음으로 지나간다. 차도르 안으로 컬러풀한 옷이 언뜻 보인다. 4 이스파한에 있는 아르메니아 교회 방크 Vank의 시적인 프레스코화에는 장미와 사이프러스가 만개했다. 5 시라즈 시장. 다른 여느 나라들처럼 검은색 베일을 쓴 여성들이 집에서 입기 위해 형광색 옷이나 반짝이는 리본을 사러 온다.
6 시라즈 시장에서 파는 금 자수를 놓은 비단. 7 야즈드에 밤이 오면 높은 바람의 탑이 신선한 기운을 끌어 모은다. 기압과 돌 온도의 변화로 인한 현상으로 수천 년 전의 기술이 여전히 효과적이다. 8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페르세폴리스의 거대한 유적지 옆에 있는 다리우스 왕과 크세르크세스 왕의 돌 무덤이 그 장엄함으로 방문객들을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