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해넘과 그의 아내 알리가 살고 있는 영국 남부의 저택 딘 코트는 500년 전에 세워진 수도원이다. 혹자는 유령이 살 거라고 믿을 정도의 세월이다. 고풍스런 앤티크 가구로 채워진 옛 수도원은 세월이 만든 편안함과 모더니티를 두루 갖추고 있다.
회갈색 톤의 침실에 있는 긴 의자는 이 영지의 실제 소유주인 윌리엄의 어머니 것이다. 앉아서 책을 읽거나 사색하기 좋은 자리다.
입구 홀에 19세기 의자와 조각품이 마치 박물관에서처럼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공간은 1725년 조지안 시대 무렵 원래의 수도원에 추가되었다. 벽에 칠한 페인트는 패로&볼 Farrow&Ball의 ‘하드위치 화이트 Hardwich White’.
8세기에 수도승들이 낚시를 하기 위해 저수지로 파놓은 호수는 이 영지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 중 하나다. 100년 된 나무들이 이곳을 지배하는 고요함, 세상의 소란과는 거리가 먼 정적을 상상하게 만든다.
나무 장식 패널로 마감된 이 방은 8세기에 만들어졌다. “중세부터 내려온 이 방은 1930년대 분위기로 꾸민 드로잉룸과 대비를 이룹니다”라고 알리가 설명한다.
알리 해넘 Ali Hanham은 470년 전부터 딘 코트 Deans Court를 소유해온 남편 윌리엄 William의 해넘 가문 족보를 설명할 때마다 유서 깊은 전통이 어깨를 누르는 무게를 되레 즐긴다. “수십 개나 되는 근엄한 조상들의 초상화에 둘러싸여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으스스할 수도 있는데, 저처럼 앤티크 딜러 가문에서 자라면 오래된 것이 익숙하답니다. 사실 최악은 제가 이런 걸 정말 좋아한다는 거죠(웃음).” 잉글랜드 남서부 도싯 Dorset의 작은 도시 윔본 Wimborne에서 가장 오래된 이 저택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확장되었다. 이곳에 사는 가족의 삶은 현대화의 흐름에 적응해 나갔지만 인테리어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응접실의 유리창부터 에이미 숙모의 ‘드로잉룸 Drawing Room’이라 불리는 방에 걸린 곰 박제와 그 위에 매달린 베네치아 샹들리에 그리고 1930년대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한 침실까지. 예전에는 50개 정도 되는 침실이 이어졌던 이 집을 한 바퀴 돌면 오래된 테디베어 인형이나 해묵은 벽지 한 필쯤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그걸 바라는 사람도 없다. 알리와 ‘열세 번째 준남작’인 남편 윌리엄이 살기 전에는 해넘 가문의 12세대가 이 영지에서 전통을 이어갔고 그들 모두 이곳을 사랑해서 잘 보살펴왔다. 1648년 미국에서 가져온 두 그루의 나무와 채소밭이 있는 정원은 건물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알리 부부가 저택 입구에 오픈한 100% 유기농 카페에서는 이 채소밭에서 나는 농작물을 사용한다.“시부모님이 1970년에 유기농 채소밭을 만들자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이 채소밭은 ‘소일 어소시에이션 Soil Associaiton’에서 100% 유기농 인증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집에 채소밭을 만들어 가꾸는 것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유기농법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이었어요.” 다른 곳에서의 삶을 생각해본 적 없는 알리는 영지 안에 있는 몇 개의 오두막집을 세놓으려고 여름 내내 수리했다. “언젠가 제 초상화도 다이닝룸 벽에 걸리겠지요. 좋은 화가를 찾아야겠어요. 미래에 그 방에서 식사할 손님들을 오싹하게 만들지 않으려면요.”
최근 패로&볼의 ‘블레이저 Blazer’ 페인트를 칠한 다이닝룸의 벽에 수십 개나 되는 조상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조상들이 포슬린 식기에 담긴 세련된 차와 스콘을 대접 받은 손님들을 내려다보는 듯하다. “마주 보이는 벽에 걸린 초상화는 네 번째 준남작의 첫 번째 부인이에요”라고 알리가 설명한다.
1868년 이 가족의 문장을 새긴 유리창. 나무 장식널로 마감된 이 방에는 거대한 벽난로가 있는데 집안일을 하는 여자들이 벽난로 위로 올라가 나무판의 먼지를 떨 수 있도록 벽난로의 테두리를 아주 넓게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