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sch Kitsch Room

Kitsch Kitsch Room

Kitsch Kitsch Room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저급한 취향을 일컫는 ‘키치’한 감성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인테리어에 유머처럼 녹여낼 수 있는 정제된 키치 스타일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Unreal Kitchen
여러 개의 조명으로 연출한 다이닝 공간. 재미있는 프린트가 그려진 식탁보를 깔고 앤디 워홀의 작업실에서 봄 직한 작품을 형상화한 아이템을 곁들여 독특한 컨셉트의 공간처럼 꾸몄다.

1 염색, 직조 등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베어풋 원단으로 제작한 조명 갓은 모두오리고. 2 앤디 워홀을 상징하는 작품 중 하나인 ‘브릴로 박스’ 장난감은 키드로봇 제품으로 킨키로봇. 3 수납함, 스툴, 사이드 테이블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캠벨 수프 모양의 ‘플레이 텁’은 엘엠엔오피. 4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모양을 본뜬 장난감은 키드로봇 제품으로 킨키로봇. 5 <벨벳 언더그라운드&니코>의 앨범 커버 디자인으로 유명한 바나나 모양의 오브제는 키드로봇 제품으로 킨키로봇. 6 주물 성형으로 제작한 무쇠 재질의 파란색 테이블은 송봉규 디자이너가 이끄는 비케이아이디. 7,11 루이 까또즈의 가죽 패드와 협업한 주물 의자는 비케이아이디. 8 스페인 공방에서 핸드 몰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파인애플 조명은 굿나잇라이트 제품으로 엘엠엔오피. 9 테이블 위의 식기들은 모두 디자이너 슈홀텐&바이잉스와 일본 도예 브랜드 아리타 재팬이 협업한 제품으로 오묘한 파스텔 컬러가 특징이다. 밀리미터밀리그람. 10 셀레티와 매거진 <토일렛 페이퍼>가 콜라보레이션한 테이블보는 어썸하우스. 140×210cm

벽에 바른 파란색 페인트는 친환경 무독성 페인트 제품으로 ‘DE5782(by the Bayou)’ 컬러. 던에드워드 페인트.

 

 

Hot Pink Wall
집 안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형광이 감도는 강렬한 핑크 컬러로 벽을 칠했다. 키치한 형태와 색감의 아이템과도 두루 잘 어울려 쇼룸 같은 방을 연출할 수 있다.

1 종이 공예 기법을 사용해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동물 가면은 헤이 제품으로 모두 이노메싸. 2 클래식한 고전 시대의 여인으로 분장할 수 있는 가면은 런빠뉴. 3 ‘블루밍 인 더 블루 씨’라는 패브릭을 활용해 만든 플로어 조명은 드롭드롭드롭. 4 단순한 형태의 스탠드 조명은 한쪽이 뚫려 있어 빛을 반사한다. 논픽션홈 제품으로 루밍. 5 프린트가 화려한 종이 재질의 파티용 갈런드는 라나. 6 한쪽에 바퀴가 달려 있어 끌고 다니며 놀 수 있는 어린이용 의자 ‘트로터’는 마지스 제품으로 짐블랑 7,8 친환경 PVC 소재로 만든 LED 조명 ‘구름 네온 라이트’와 ‘번개 네온 라이트’는 어 리틀 러블리 컴퍼니 제품으로 엘엠엔오피. 9 이발소 표식처럼 계속해서 돌아가는 유머러스한 작품은 김지은 작가의 작품으로 김리아갤러리. 10 나무 블록을 쌓아 올리는 균형 잡기 게임 ‘아크로밧 브라더스’는 론지. 11 북극 해안에서 사용되던 선베드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으며 실내와 실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섀도이 1인용 암체어’는 모로소. 12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입술 모양의 쿠션은 우프 제품으로 짐블랑. 13 ‘튤립 퍼레이드’라는 패브릭으로 만든 쿠션은 드롭드롭드롭. 14 스툴에 페인팅을 한 ‘abc 아크릴 온 스툴’은 김지은 작가 작품으로 김리아갤러리.

벽에 바른 페인트는 친환경 무독성인 페인트로 ‘DE5062(로지 칙스)’ 컬러. 던에드워드 페인트.

 

 

Around the animals
카펫을 넓게 깔고 빈백 소파를 두어 완성한 좌식형 공간. 앉았을 때의 눈높이와 편리함을 위해 사이드 테이블도 낮은 것으로 준비했다. 주위를 동물 형태의 조명과 오브제로 장식해 아늑함을 더했다.

1 벨벳 느낌을 살린 통나무 패턴의 쿠션은 모두 포레스트 콜렉션. 메로윙즈 제품으로 어네이티브. 2 뒷면은 벨벳, 앞면의 꽃과 새를 자수로 표현한 쿠션은 마렘. 3 형광 컬러의 빈백 소파는 레이지 라이프 파리 제품으로 장이가구. 4,9 조명을 껐을 땐 오브제로 활용 가능한 토끼와 다람쥐 모양의 조명은 모두 하이코 제품으로 루밍. 5 울과 황마 소재로 만든 카펫은 끝 부분의 꽃무늬가 포인트다. 간 제품으로 유앤어스. 200×300cm. 6 물푸레나무와 느티나무로 제작한 소반의 일종인 화형 마족반은 모두 양병용 작가의 작품.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7,8 빨간 합의 금색 손잡이로 이루어진 ‘사과합’과 초롭 합의 빨간 손잡이로 이뤄진 ‘사과합’은 모두 이정미 작가의 작품으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10 빈티지한 스타일의 꽃무늬가 그려진 레진 상판이 특징인 사이드 테이블 ‘우키요에’는 모로소. 11 수작업으로 제작한 다양한 새 모양의 인형은 모두 위티앤티.

 

 

Decent vs. Kitsch
정갈한 나무 가구와 캐주얼하고 키치한 제품이 만났다. 공간 전체를 같은 디자인으로 선택하면 산만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중심을 잡아줄 가구는 단정한 것으로 고르고 대신 벽과 소품 등에 포인트를 주었다.

1 노란색과 파란색의 대조가 경쾌한 그래픽 패턴의 ‘C-383’ 패브릭 청색 컬러는 경진텍스. 2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인상적인 ‘노 컨트리 포 올드 맨’ 작품은 옥근남 작가의 작품으로 피프티피프티. 3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가진 펠트 버섯 오브제는 모두 무스크하네 제품으로 짐블랑. 4 3단 서랍과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나오는 선반으로 이뤄진 ‘올리브 슬라이드보드’ 장은 몸체는 화이트 오크, 다리는 스틸로 제작했다. 비아인키노. 5 호박을 반으로 잘라놓은 듯한 빈티지 향초는 런빠뉴. 6 사람 얼굴이 그려진 세라믹 소재의 유쾌하고 장난기 넘치는 꽃병은 이노메싸. 7,9 선인장과 부처 얼굴을 형상화한 분홍색 빈티지 향초는 모두 런빠뉴. 8 원하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관절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율리시스’는 론지. 10 복고풍 꽃무늬 패턴으로 마감한 3가지 사이즈의 종이 재질 케이스 세트는 키치키친 제품으로 짐블랑. 11 중국에서 칠복신으로 여기는 포대화상을 형상화한 빈티지 향초는 런빠뉴.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stylist

고은선(고고작업실)

assistant

권하나 · 도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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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or Less

More or Less

More or Less

실용성과 미학적인 것 사이에서 영민한 선택을 한 집이 있다. 생활을 위한 본연의 목적에도 충실하고 트렌디한 요소도 놓치지 않은 일석이조의 집이다.

베란다 확장형 아파트였던 이전 집이 겨울에는 많이 추웠기에 베란다를 살리고 폴딩 도어로 자유롭게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집의 포토 스폿이자 집을 색다르게 보이게 하는 침실 쪽 중문. 몰딩을 살린 클래식한 디자인이다.

 

패션, 뷰티를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의 PR 마케팅을 맡고 있는 원스컴 김지원 대표의 집을 찾았다. 이사한 지 몇 개월 안 된 새집이다. 김지원 대표는 업계에도 소문이 났을 만큼 패션과 뷰티뿐만 아니 라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다. “이전 집은 정말 전형적인 북유럽 스타일이 었어요. 그때만 해도 북유럽 디자인 제품에 눈이 가고 앞서나가는 디자인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조금씩 지루해지더라고요. 우리 집에 있는 아이템이 다른 집에 똑같이 있기도 하고요.” 김지원 대표가 휴대폰에 저장해둔 이 전 집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좀 더 새로운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지금 집은 195m² 아파트다. 구조는 크게 손대지 않았지만 벽을 막거나 움직여서 넓게 사용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침실에 딸린 욕실이 좁아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방과 이어지는 문과 통로를 막아 넓혔고 방 두 개를 터서 아들 용비의 방을 만들었다. 이 집이 둘러보는 재미가 있는 이유는 공간마다 다르게 사용한 소재의 역할 때문이다. 원목 바닥재를 사용 한 다른 공간과 달리 주방 바닥은 타일로 시공했고, 싱크대 벽면은 올록볼록한 입체 타일을 붙였다. 소파가 놓인 거실 벽에서 현관과 마주 보는 벽은 모두 무늬가 아름다운 대리석 타일로 시공했고 거실 베란다에는 이국적인 문양의 타일을 깔았다.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의 IC 조명을 단 다이닝 공간. 식탁과 의자가 무채색이어서 정갈한 디자인의 조명이 더욱 돋보인다.

호텔 침실처럼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연출한 부부 침실.

부부 침실에 딸린 욕실. 공간이 좁아서 현재 드레스룸으로 활용하고 있는 방을 조금 확장해 욕실을 넓혔다.

향을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컬렉션. 현관 전실에 둔 장식장 위에 옹기종기 장식했다. 외출 전 향수를 뿌릴 때도 편리하다.

 

“페인트칠을 하거나 벽지를 바르면 넓은 공간이 자칫 단순해 보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패턴이 있는 대리석이나 입체감이 있는 타일 등을 시공했죠. 때문에 공간마다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집의 포토 스팟은 침실 중문이다. 클래식한 몰딩과 손잡이를 단 중문은 블랙에 가까운 어두운 컬러를 칠한 것으로 별것 아닌 이 작은 요소가 뻔한 아파트를 색다르게 만들었다. 중문 너머의 부부 침실은 이전 집에서 사용하던 USM 시스템 가구를 두었고 침대 양쪽에는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의 IC조명 시리즈를 달아 고급스러운 호텔 침실 같다. 같은 디자이너의 조명을 다이닝 공간에도 달았는데 황동 라인의 몸체와 동그란 볼이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는 포인트다. 방 두 개를 터서 넓게 꾸민 아들 용비의 방은 슬라이딩 도어가 달린 책장과 책상, 침대를 둔 장난감을 갖고 마음껏 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벽에는 블랙 컬러 행잇올을 두 개 달아 옷이나 장난감 등을 걸어둘 수 있고 좋아하는 장난감을 수납할 수 있는 컬렉션 선반장도 두었다 . 방에 둔 긴 테이블은 이사하기 전에 사용하던 나무 식탁을 방 분위기에 맞게 칠해서 리폼한 것. 김지원 실장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시원하게 넓은 전실 공간이다. 김지원 실장은 이 공간을 집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기분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장식장과 거울, 촛대, 꽃 등을 활용해 꾸몄다. 때문에 전실에서부터 집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거니와 손수 꾸민 집을 제대로 보여주기 전에 예고편 같은 느낌을 준다. 집을 꾸미는 것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이들은 많지만 유행을 좇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은 드물다. 실용과 미학적인 요소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했지만 김지원 대표의 집은 집이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넓은 거실이 자칫 휑해보일 까봐 AV장 옆에 선반을 짜넣었다. 가족사진부터 좋아하는 소품을 올려두어 장식했다.

그동안 모아온 그릇 컬렉션. 최근에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에 푹 빠져 모으기 시작했다고.

다른 아파트에 비해 현관 전실이 넓은 아파트의 특성을 살려 웰컴 공간으로 꾸몄다.

아들 용비의 방.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을 색깔별로 정리해 하나의 컬렉션 같다.

블랙 컬러의 행잇올을 나란히 달아 장난감도 수납하고 가방 등을 걸 수 있다.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 액자와 어우러져 더욱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슬라이딩 도어를 단 책장과 이전 집에서 사용하던 식탁을 리폼한 용비의 책상. 타공 표면의 슬라이딩 도어는 자석으로 제작해 실용성을 높였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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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과 아파트 사이

주택과 아파트 사이

주택과 아파트 사이

오크 소재의 원목 마루와 가구, 박공지붕으로 전원주택처럼 아늑하게 연출한 반포의 복층 아파트. 강정태 소장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사선을 적극 활용해서 아주 독특하게 설계했다.

 

흔치 않은 복층 구조의 아파트. 양쪽의 큰 창 너머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더욱 아늑해 보인다.

 

아이들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계단. 그 옆에는 쉽게 내려올 수 있는 미끄럼틀이 있다.

 

2층 거실에 둔 피아노. 여기에 앉아 연주를 하면 집 안 곳곳으로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진다.

 

운치 있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전원주택은 한적해서 좋지만 불편하고, 편리하며 안전한 아파트는 획일화되어 지루하다. 전원주택과 아파트의 장점만 취한 집이 있다면 누구나 살고 싶은 최고의 집이지 않을까.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반포의 한 아파트에서 모두가 꿈꾸는 집을 발견했다. 고급 주택을 설계한 경험이 많은 JtK Lab의 강정태 소장이 최근 완성한 이 아파트는 신축이라 아주 깨끗했지만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구조를 변경하기 위해 완전히 뜯어고쳤다. 아파트 구조로는 흔치 않은 복층이었는데, 벽 쪽에 있던 계단 위치를 창 쪽으로 바꿔 위층과 아래층의 창이 이어지도록 수리했다. 거의 재건축 수준의 공사가 들어간 셈이다. “원래는 우물 천장으로 마감한 거실이 있는 흔한 아파트였어요. 벽이나 배선, 환기나 에어컨 시스템까지 어느 하나 기존 것을 쓰지 않고 전부 다 새로 했죠.” 강 소장이 말했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네 달이 소요된 힘든 프로젝트였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제일 만족스러운 부분은 오크 무늬목으로 마감한 천장이다. “해보고 싶었던 천장이 바로 이런 거였어요. 조명 배치 외에도 에어컨이나 설비까지 고려해서 만들었는데 마감이 정말 깨끗하죠.” 강 소장은 마감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판재를 붙인 다음 샌딩하고 도장을했다. 또 박공지붕처럼 약간의 기울기를 줬는데 이 때문에 아파트지만 전원 주택 같은 느낌이 든다. 집주인 내외도 이 천장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 . “사람들이 높이를 인식할 때 낮은 부분보다는 가장 높은 부분을 보고 판단 하거든요. 시선이 바깥에서 안쪽으로 흐르면서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죠. 만일 일자이거나 다른 방향으로 기울었다면 갑갑해 보였을 거예요 .” 천장에 준 착시 효과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완벽을 기하는 강소장의 태도는 달랐다. 주방 가구와 식탁, 옷장, 침실 화장대, 옷장 등 이 집의 모든 가구를 사선으로 제작하는 어마어마한 일을 벌인 것이다. 하나하나 각기 다른 각도를 적용해서 공간에 딱 맞도록 설계해야 했으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주방 가구는 냉장고, 식기세척기, 와인셀러 등 빌트인되는 가전이 많아서 약간만 달라져도 모든 설계를 다시 해야 했다. 국내, 해외 업체를 막론하고 못한다고 딱 잘라 말하는 탓에 주방 가구 제작 업체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을 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보람을 느껴요.” 정말이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시도였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일품인 아이들의 공부방.

 

데칼코마니처럼 양쪽을 똑같이 배치한 두 딸아이의 방.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삼각형 모양의 책상을 두었다.

 

이 집은 10살 아들과 9살, 6살인 두 딸 그리고 부부까지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264㎡ 규모의 넓은 집에 살다가 면적이 199㎡인 이 집으로 이사하면서 살림살이를 많이 줄였지만 아이들의 책과 장난감은 아직도 많았다. “클라이언트가 특별히 의뢰한 부분도 아이들의 책 수납을 해결하는 거였어요. 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해야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면서 공부할 수 있을까 고민 했죠.” 위층은 아이들만의 공간이다. 강 소장은 구조상 제거할 수 없는 기둥을 중심으로 타원이 길게 뻗어나가도록 설치물을 제작했고 긴 책상도 마련했다. 설치물은 안쪽에 잡다한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만들었다. 놀이터 부럽지 않은 이 거대한 설치물에서 아이들은 눕거나 앉아 함께 놀고 책을 보며 공부한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방은 집중해서 독서나 숙제를 하는 곳이다. 원래는 도서관으로 계획했다는 위층 거실에는 아이들이 점차 자라면서 장난감 대신 책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미끄럼틀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길게 이어지는 거대한 책장과 사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세 아이의 놀이터이자 도서관으로 사용하는 거실.

 

계단 아래쪽에는 부부 침실로 들어가는 문을 가려주는 파티션을 겸하는 벽을 세웠다. 벽에 붙은 선반은 반대쪽에서는 수납장으로 쓸 수 있다.

 

주방 가구와 수납장, 기다란 식탁까지 모든 가구를 비틀어 만든 것이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이다.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충분한 채광도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아래층은 공간 활용이 극대화되어 있다. 기존 좁았던 주방을 넓히느라 거실 공간이 여유롭지 않아서 계단 아래쪽을 벽으로 막았고 TV와 5.1채널의 스피커까지 깔끔하게 내장했다. TV가 들어 있는 이 벽은 부부 침실과 거실을 나누는 파티션이기도 하다. 벽에 붙어 있는 선반은 다른 한쪽에서는 수납장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집에는 이런 디테일이 널려 있다. 벽 하나, 선반 하나까지도 다각도로 유용하게 쓰이도록 고려 되었다. 가구의 레이아웃과 천장의 선도 모두 제각각 이유 있게 비틀어져 있다. 아주 적당히, 아주 계산적으로 말이다. 천장과 바닥의 원목 마루, 가구의 소재는 오크로 통일해서 다른 각도로 향하는 선들이 거슬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흥미롭다. 이제껏 만난 공간 또는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게 지었다는 집 중 단연 으뜸이 아닐까 싶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공간이 여유롭지 않아 TV와 5.1채널 스피커는 모두 벽과 천장으로 숨겨놓았다. 식탁과 식탁 의자, 소파는 모두 강정태 소장이 제작한 것. 플로어 조명 ‘타락사쿰 88’은 1988년에 아킬레 카스틸리오니가 디자인한 것. 플로스 제품으로 직구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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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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