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년간 수입 가구 사업을 해온 스페이스 로직 윤정하 대표의 집.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운의 네 잎 클로버가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매달 집 촬영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한 곳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건축가, 예술가 그리고 가구숍 대표의 집이다. 세상에 나오는 온갖 디자인 제품을 사용해본 이들의 공간에는 그들의 경험치가 남긴 흔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스페이스 로직 윤정하 대표의 집도 그랬다. 국내에 수입 가구가 주목받기 시작한 16년 전 독일 어린이 가구 몰 Moll을 론칭해 ‘몰 사장님’으로 불렸던 윤정하 대표는 몇 년 전부터는 USM 사장님으로 불린다. 스위스 모듈 가구 브랜드 USM을 비롯해 허먼밀러, 토넷, 몬타나 등 15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멀티숍 스페이스 로직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소위 잘나가는 브랜드만을 소개하고 있다. “운이 좋았어요.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용했던 몰 가구가 좋아 국내에 소개했는데 세월을 잘 탔던 거 같아요. USM은 과거부터 마니아층이 있는 가구 브랜드로, 최근 들어 배우나 패션 디자이너들이 구매하는 가구로 알려지면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요.”
그녀가 단순히 운 좋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느낀 것은 운이란 항상 준비하는 사람한테만 주어진다는 것이다. “스페이스 로직에서는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만 고집하는데, 제 성격이 반영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받는 역사가 있는 가구들이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낭비 없는 디자인이라 생각해요.”
부엌 쪽의 창문으로 한강변이 보이는 청담동의 어느 빌라. 7년간 살아온 이 집은 얼마 전 에스엘 디자인의 이준현 소장이 레노베이션을 맡으면서 변신했다. “제약이 많았어요. 클라이언트는 낡은 곳을 보수하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불편했던 공간의 구조를 바꾸고 싶어했지만, 재활용을 강조한 디자인을 원했거든요.” 레노베이션을 통해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온 공간은 부엌으로, 식탁 앞을 가로막고 있던 문을 트고 답답했던 벽을 허물어 확장감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특히 식탁 앞에 작은 창문을 만들면서 맞바람이 치고 아늑하면서도 독특한 구조의 부엌이 되었다. 부부 침실과 연결되는 벽 쪽에는 붉은색 타일로 포인트를 주었고, 침실과 거실 사이에는 중문을 달아 소음을 차단했다. 이번 공사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들인 곳은 창호로, 집 전체의 창호를 모두 새것으로 교체했다. “아이들은 외국에서 잠깐씩 들어오기 때문에 남편과 저만을 위한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공간 전체를 뜯어 고쳐서 자원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이 부분을 강조했어요. 디자이너로서 제약이 많았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러워서 감사해요.” 거실에 있는 가구는 남편과 아내의 취향이 섞여 있는데, 기존의 가구를 배치만 바꿔 사용하고 있다. 까시나에서 오래전에 구입한 소파와 송치가죽 Lc 1 팜파스, 프리츠 한센의 스완 체어, 빈티지 가구, USM의 수납장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네 잎 클로버 액자다. “디자이너 알렉산더 지라드의 그래픽인데 공간에 놓였을 때 존재감이 커서 인기가 많아요. 제가 응원하는 보스턴의 농구팀 셀틱스의 심벌이기도 해서 집 안에서 가장 잘 보이는 벽에 걸었어요.” 부부 침실 안쪽에 있는 욕실은 공간을 확장하고 구조를 변경했으며 윤정하 대표가 직접 고른 패턴 타일을 시공해 집주인의 애정이 담긴 공간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