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며 꿈꿔온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의 집을 완성한 뮤직비디오 감독과 그의 아내가 사는 독특한 구조의 아파트에는 사랑이 넘친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은 현영성 감독과 그의 아내 박경은 씨가 사는 집은 집이라기보다는 호텔이나 스튜디오 같다. 지금까지 함께 여행했던 곳에서 사온 기념품을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어둘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부부는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것을 집 안에 실현했다.“이 집은 3층 건물을 독채로 사용할 수 있는 재미있는 구조의 타운하우스예요. 일본 건축가가 설계해 유명해졌는데, 문제는 벽이 너무 많아 미로처럼 복잡하고 어둡다는 거죠. 그래도 이 집은 단지의 앞 라인에 위치한 동이라 해가 잘 들고 조망이 좋아요.” 부부는 손댈 수 없는 벽과 기둥을 제외한 모든 구조를 들어내기로 했다. 지인이 감리와 설계를 맡아주었지만 남편은 종이에 모든 구조와 사소한 디테일까지도 직접 스케치했고, 70일간의 공사 기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현장에 들렀다.“아내가 알러지가 심해서 식물을 집에 두지 못해요. 그래서 나무 대신 스틸을 많이 사용한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의 집을 만들자고 했죠. 큰 기둥과 벽을 제외하고 전부 철거할 계획이라 일부러 지금까지 공사를 전혀 하지 않은 집을 찾았어요.”
이 집은 방문 없이 각 층을 별도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계단을 통해 이어진다. 현관이 있는 2층은 거실 겸 이 집에 처음 들어오는 이들을 맞이하는 응접실 같은 공간으로, 정면에 계단이 한눈에 보여 위층과 아래층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애피타이저 같은 공간이다. 한 층 아래 있는 주방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중정에 놓인 빈티지 자동차다. 처음에는 주차장인 줄 알았지만 이 집의 중심이자 부부의 컬렉션이다.“예전부터 여기 있었던 것처럼 크기도 꼭 맞더라고요. 안에는 제가 좋아하는 별 모티프의 조명을 설치했어요. 중정을 둘러싼 섀시는 독일 제품인데 국내에서 제가 처음 시공한 사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업체에서 시공할 때도 애를 먹었어요.” 가로로 길게 둔 주방 가구는 이케아 제품이다. 아내 박경은 씨는 조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어느 고급 브랜드 못지않게 디자인도 훌륭하고 내구성도 좋다고 전했다. 3대의 냉장고는 식탁이 놓인 벽 쪽으로 두었다. “공사하시는 분들이 동선이 불편하다며 냉장고 위치를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며 여러 번 제안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보기에 더 괜찮다면 좀 불편해도 상관없어요. 또 보통 냉장고나 가전은 세트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트 개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씩 구입했고요.” 계단을 올라가니 부부 침실이 나왔다. 해가 정말 잘 드는 방에는 침대와 계단 벽 뒤로 만든 공간에 옷장을 두었다. 사적인 공간이지만 층이 나뉘어 있어서 방문이 없어도 불편함이 없다.
계단 벽부터 레일 조명, 주방 등 스틸 소재가 돋보이는 이 집은 공을 많이 들였다. 한번은 여행을 다녀오기 전에 주방이 있는 층의 벽에 회벽칠을 의뢰했는데 돌아와 보니 예상보다 너무 거칠고 어두운 느낌이라 벽을 뜯어내고 매끈하게 마감한 벽에 다시 페인트를 발랐다.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원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이 집을 관통하는 가장 큰 요소는 사랑이다. 남편인 현영성 감독은 침실 벽에 붙여둔 청첩장과 혼인신고서, 함께 여행한 곳에서 사온 기념품, 부부의 이름에서 딴 이니셜 오브제 등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을 집 안 곳곳에 듬뿍 표현했다. 스타일보다 더 중요한 남편의 사랑이 이 집의 키워드다. 동화처럼 살게 해준다는 말에 흔들렸다는 아내의 말대로 이 집은 둘만의 완벽한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