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전체를 레노베이션해 신혼집을 마련한 부부가 있다. 평범하고 쉬운 길 대신 원하는 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 부부의 색다른 신혼집을 공개한다.
성수열, 신수정 부부는 독특한 신혼집을 개조한 사례의 주인공이다. 결혼을 앞두고 집을 알아봤지만 교통이 편리하면서 예산에 맞는 아파트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집을 구하던 중 우연히 매물로 나온 지상 5층 규모의 다가구주택을 보게 됐고 계약했다. “건물을 샀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다들 놀라더라고요. 하지만 서울에 있는 아파트 가격의 절반 정도의 금액으로 이 건물을 샀어요. 낡은 건물이라 전체 보수와 리모델링하는 데 비용이 들긴 했지만, 다 합해도 저희가 찾는 아파트 가격보다 낮더군요. 그렇게 주변에서도 신기해하는 집을 갖게 됐어요.” 새로운 모험에 도전한 부부는 건물 외부와 내부를 모두 리모델링했다. 한 층은 9평 정도의 크기인데 3층은 침실, 4층은 거실로 만들었고 5층은 주방과 다이닝 공간 그리고 작은 테라스를 겸한다. 1층과 2층은 세를 놓을 계획이라 비워두었다.
이 집은 3층 현관을 지나면 위의 층들은 실내에서 계단을 통해 오르내리는 구조다. 다가구주택의 외부 계단이 내부 계단이 되었으며, 이에 맞게 벽과 바닥도 새로 마감했다. “우리 부부 둘 다 집 안을 가구나 소품으로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꼭 필요한 가구만을 두었고 주방 가구는 필요에 맞게 제작했어요. 대신 각 층의 바닥재는 타일, 헤링본 패턴의 바닥재 등으로 전부 다르게 시공해 변화를 주었고 침실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드레스룸을 별도로 구분했죠.”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확 트인 전망을 갖고 있는 주방은 맞춤 가구로 제작했다. 아파트처럼 한 층에 모든 공간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집만의 수납공간이 만들어졌다. 주방 가구 한 켠에는 세탁기와 세탁건조기를 수납했고 계단과 맞닿아 있는 벽에는 계단의 단에 맞게 수납장을 짜서 신발을 보관한다. 3층과 4층 사이의 창가에 둔 벤치는 이불이나 베개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함이기도 하다. 공간 곳곳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수납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셨던 양가 부모님께서도 집에 와보시더니 좋아하시더라고요. 저희로서도 꽤 모험이었지만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었어요. 남편이 워낙 꼼꼼한 성격이라 부동산과 관련한 공부를 열심히 했고 건물 전체의 설계와 리모델링을 건축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가 맡아줘 수월하게 진행됐죠.” 이미 지인들의 아지트가 됐다고 말하는 이 집은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특별해진 신혼집이다. 결혼을 앞두고 집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이자 롤모델이 될 수 있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