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밀라노의 한적한 어느 주택가, 16세기의 수도원을 개조해 디자인 명소로 거듭난 식스갤러리는 세계 각지에서 온 디자인 탐방가들로 시끌벅적했다.
밀라노 다르세나 Darsena 지역 근처의 버려진 16세기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디자인 갤러리, 비스트로, 플라워 부티크가 한데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공간이다. 대체로 고가의 디자인 제품과 가구를 판매하는 숍이나 갤러리는 시내 중심가에 있지만, 이곳은 그런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식스갤러리 오픈 스토리의 중심에는 디자이너와 건축가를 위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한 마우로 오를란델리 Mauro Orlandelli가 있다. 그는 이 멋진 수도원을 발견하고 아트 디렉터 사무엘레 사비오 Samuele Savio와 커플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로페즈 퀸코세스 David Lopez Quincoces와 패니 바우어 그렁 Fanny Bauer Grung에게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공간에 대한 갈망이 있는 미술감독, 건축가, 디자이너, 음악가, 플로리스트를 모았으며 각자의 경험과 스타일을 토대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그들은 가장 작지만 완벽한 숫자로 불리는 ‘6 Six’를 이름에 붙여 ‘식스갤러리’ 간판을 내걸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열대로 들어온 듯 거대한 초록 식물이 분위기를 압도하는 이곳은 어두운 회색 벽과 고전적인 디자인 가구, 다채로운 식물 그리고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빛이 어우러져 웅장하면서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테리어를 맡은 데이비드 로페즈 퀸코세스와 패니 바우어 그렁은 “우리는 가구부터 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를 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시간의 흔적을 입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아치형 골조 등은 최대한 살리고, 석고 층을 제거하자 드러난 벽돌에 회색 페인트를 칠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보헤미안적인 스타일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디자인 갤러리는 듀오 커플이 큐레이팅한 가구로 세팅되었는데, 30대의 젊은 디자이너 감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 조합이 감각적이고 신선했다. 예를 들면, 지오 폰티 Gio Ponti,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피에르 잔느레 Pierre Jeanneret의 가구가 베트남 화병, 현대 스칸디나비아 가구, 알타이의 유목민 깔개 등과 어우러져 있다.
이사무 노구치 Isamu Noguchi의 조명으로 밝힌 비스트로는 제철 재료를 사용한 캐주얼한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바에서는 언제든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갤러리나 비스트로와 달리 조경 건축가 이레네 쿠차니티 Irene Cuzzaniti의 플라워 부티크는 붉은색 벽돌 벽이 인상적인데, 역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동안 디자인 갤러리와 플라워 부티크에서는 아프리카와 미국 사막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3만8000개의 밀을 천장에 매달아 시선을 압도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디자인 애호가들은 식스갤러리의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고, 항공료가 아깝지 않은 전시 퍼포먼스로 먼 길을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보답했다.
add Via Scaldasole7, 20123 Milano Italy
web www.six-gall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