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알맞음을 뜻하는 라곰. 오래된 낡은 집을 리모델링해서 살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 어느 부부의 라곰 하우스를 소개한다.
반듯하게 생긴 흰색 집에 사는 부부는 아주 오래된 집을 구입해서 리모델링했다. 집 안에 들어서니 여기가 집인지 카페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카페 같은 주방이 아니라 카페를 만들자는 생각이었어요. 디자인 시안으로 찾아본 주방도 전부 카페일 정도였어요. 주방은 저희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곳이에요.” 마당에서 수확한 블루베리와 아이스커피를 내주며 건축주인 남편이 말했다. 두 개의 주방 가구로 나눠진 평행 구조의 주방은 실제 카페처럼 보인다. 거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나무와 스테인리스 소재, 흰색 타일을 매치해 깔끔하다.
“아내가 원했던 것은 일을 하면서 소외되지 않는 대면형 주방이었어요. 저는 스테인리스 주방을 원해서 두 가지를 절충했죠. 아일랜드의 높이나 식탁 위치 등 실용적인 부분과 디자인적인 요소 사이에서 결정해야 할 때는 주로 디자인적인 것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주방에서 집 안을 지그시 내려다보니 수직적인 리듬이 느껴졌다. 독특한 바닥 구조 덕분이다. 현관에서 거실까지 가려면 몇 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하고, 주방이나 방으로 가려면 다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공사를 하려고 바닥을 들어냈는데 뻥 뚫린 공간이 나왔어요. 그래서 웅덩이처럼 낮은 거실이 됐고, 대신 주변에는 계단 형태의 단차가 생겨서 걸터앉을 수도 있는 재미있는 구조가 됐죠 .” 이 집의 설계를 맡았던 스튜디오 오브릭의 남혜영 소장이 이야기를 보탰다.
이처럼 의외의 요소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이 집의 매력이다. 낮은 좌식형 매트리스를 두어 이색적인 부부 침실은 문 대신 아치형 입구에 커튼을 달았고, 왠지 한옥처럼 신발을 벗어두고 올라가야 할 것 같은 다다미방은 손님이 왔을 때 게스트룸으로 변신한다. 거실에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성인 남자의 정수리가 닳을 정도로 천장이 낮은 다락방이 나온다. 옥상과 이어지는 다락방은 서재처럼 꾸몄는데, 편안한 의자를 두어 책도 읽고, 쉬기도 하는 공간이다. “가끔 옥상에서 저녁을 먹을 때 단독주택에 사는 즐거움을 느껴요. 저희 집 마당은 오픈형 담장인데, 그래서 나갈 때 옷차림이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동네분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고 단독주택의 단점으로 생각하는 보안 문제에서도 더 나은 것 같아요.” 단독주택에 산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과 단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일이다. 가족의 취향에 맞는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지만 대신 아파트에 비해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할 것들이 더 많다. 하지만 이런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단독주택에 산다는 것은 이 집의 이름인 ‘라곰’처럼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위치 인천시
가족 구성원 40대 부부
직업 사업가
주거 형태 단독주택
면적 89㎡
Details
감각적인 부부의 취향이 묻어나는 라곰 하우스 자세히 들여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