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추억이 담긴 소소한 아이템으로 집 안을 꾸며 부부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집. 홈 드레싱으로 꾸민 첫 번째 보금자리를 소개한다.
이 집에는 분더샵 바이어로 일하는 남편 성명수 씨와 승무원 아내 김현경 씨 그리고 반려견 가을 이가 함께 산다. 해외 출장이 잦은 부부는 공항까지 교통이 편리한 일산의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기에 특별히 집을 뜯어고칠 필요는 없었다. 대신 부부 의 취향을 듬뿍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거실부터 안방, 서재, 주방, 드레스룸까지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데, 특 히 거실은 그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저희 집은 23평인데 다른 방에 비해 거실이 작아서 큰 공간을 차지하는 소파 대신 각자 좋아하는 의 자를 하나씩 놓았어요.” 남편은 카펠리니의 마크 뉴슨 우든 체어를 골랐고, 아내는 비트라의 앙토니 체어를 선택했다. 거실에 편안한 소파를 두면 오로 지 휴식만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한되지만, 의자를 두 개 놓으니 같이 있 을 때는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는 각자 좋아하는 의자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등 다양한 성격의 공간을 연출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소품으로 간소하게 꾸민 거실은 여행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고 직접 손길이 갔던 물건들로 하나하나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한다. “액자는 출장 때 구입한 빈티지 에르메스 스카프를 넣어 만들었고, 커피 테 이블은 남편이 디자인하고 가구 디자인을 하는 친구가 제작해 주었는데 너 무나 마음에 들어요.”
사실 이 집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공간은 서재 겸 침실로 사용하는 안방이다. 커다란 책장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침실을, 오른 쪽은 서재 공간을 만들었다. “서재가 너무 욕심이 났는데 집이 좁아서 따로 만들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독서실처럼 작게나마 만들다 보니 이렇게 침실 겸 서재로 사용하는 안방이 되었어요.”
주방은 다른 공간에 비해 깔끔하고 단출하다. 원래 있던 주방 조명을 떼어내고 이케아에서 구입한 조명을 달았 다. 스테인리스 조명과 싱크대 후드, 냉장고, 커피 머신 그리고 밥솥까지 주 방의 분위기를 담당하는 전자제품이나 각종 기구의 소재를 통일해 어수선 해질 수 있는 주방 인테리어의 중심을 잡았다. “주방은 사실 저보다는 한식, 중식, 일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남편이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싱크대 수 납장에는 남편이 결혼하기 전부터 해외를 다니며 모은 빈티지 그릇으로 가 득해요”라며 아내가 덧붙였다. 와인을 좋아하는 부부는 와인 냉장고를 넣을 수 있는 미니 바를 원했다. 나무로 된 수납공간에는 와인 냉장고와 와인잔, 커피 머신, 위스키를 좋아하는 남편의 위스키 섹션까지 부부가 술 한잔을 즐길 수 있는 미니 버전의 바를 만들었다.
이 집의 숨은 공간인 드레스룸은 아내의 로망이었던 ‘새하얀 옷방’을 실현시켰다. “원래는 방이 두 개였는데, 좀 더 넓은 드레스룸을 만들고 싶어서 벽을 텄어요. 붙박이장부터 서랍장, 흰색 의자 스툴까지 모두 이케아에서 구입했고, 창가 앞쪽으로 낮고 큰 서 랍장 세 개를 붙여 수납공간을 만들었어요.” 또한 수납공간 위에 방석을 올 려 요즘 유행하는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 때는 뷔페식으로 세팅해 식사를 하거나 반대쪽 벽에 빔 프로젝터를 쏴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 집은 거 실에는 소파와 TV를,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를 놓는 획일화된 구조에서 탈피한 것만으로도 부부의 개성과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부부의 집 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밀 예정인 신혼부부들에게 또 다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