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었던 두 명의 엄마를 만났다. 서로 분야는 다르지만 디자이너라는 공통분모와 아이 엄마라는 점이 시너지가 되어 만든 부모와 아이 모두 지내기 편안한 집을 소개한다.
‘준 플러스 영’이란 브랜드로 국내와 파리에서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박준영 씨는 아이를 낳고 잠시 일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아이를 둔 그녀는 단독주택을 짓고 싶었으나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 아파트 1층을 선택하게 됐다. 가장 욕심을 낸 주방을 디자인해줄 사람을 찾던 중 우연히 콜라사이다 디자인의 조연희 실장을 만났다. “제가 원하는 주방과 작업실의 이미지를 실현시켜줄 사람을 찾던 중 조연희 실장님을 만났어요. 저희한테는 통하는 것이 있었는데 조연희 실장님도 한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콜라사이다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일을 시작했던 거예요. 제가 첫 고객이었죠.” 조연희 실장은 따뜻한 느낌의 나무 소재로 주방을 꾸미고 싶었던 박준영 씨의 요청대로 내추럴한 분위기의 주방을 만들었고, 대신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짙은 회색 컬러로 도장한 가구와 화려한 타일 등을 매치했다.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지저분하게 다가오는 주방이 바로 보이지 않도록 복도 쪽에 벽을 세워 구조적인 멋도 느낄 수 있다. 부부 침실로 사용하는 넓은 방은 작업실로 탈바꿈했다. 재봉틀과 재단을 할 수 있는 높은 책상, 그동안 만든 샘플 옷들이 걸려 있는 이곳은 오직 그녀만을 위한 꿈의 작업실이다. “빛도 잘들고, 언제든 아이들을 보면서 작업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에요. 특별히 좋아하는 오렌지색으로 슬라이딩 문을 달아 다른 공간과 달리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엄마의 바람이 담긴 공간이 많지만 사실 이 집의 첫인상은 아이들을 배려한 집이라는 것이다. 거실 벽면을 온전히 책장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쉽게 책을 볼 수 있도록 했고, 큰 소파를 두는 대신 작은 소파 두 개를 ‘ㄱ’자로 배치해 아이들이 각각 앉을 수 있는 재미있는 구조다. 작업실 문과 복도 끝에 놓인 선반에는 아이들이 만든 작품과 그림을 빼곡히 진열했으며, 거실 창가 쪽에 낮은 턱을 만들어 아이들이 걸터앉아서 놀 수 있다. 값비싼 디자인 가구나 아이들이 만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오브제 없이도 이 집은 충분히 풍성하고 따뜻하다. “1층이어서 나무도 보이고 나무 프레임으로 현관 문과 틀도 만들어 일반 아파트 입구와 달라 보이죠. 저도 그렇고 조연희 실장님도 잠시 경력이 단절됐었지만, 이제 자신들이 꿈꾸는 일을 다시 도전해볼 수 있는 시기를 맞이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지금 집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엄마이자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두 사람이 만들어낸 시너지는 더없이 긍정적이고 활기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