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공예가 양유완은 한강과 산이 보이는 곳에 두 번째 작업실을 얻었다. 두 개의 방과 주방이 있고 많은 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놀러 오기도 하는 공간이다. 거친 작업 기계와 그녀의 경쾌한 유리 작품이 공존하는 이곳은 집처럼 편안하고, 사랑방처럼 친근하다.
애착을 갖고 있는 도토리 시리즈를 비롯해 직접 만든 유리 작품으로 연출한 선반. 양유완 작가는 자신이 팬시한 디자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자연적인 것에 끌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작업에 필요한 원료를 모아둔 코너. 뒤로 유리를 식힐 때 사용하는 기계가 보인다. 벽에는 손수 그린 그림을 걸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유리 작품처럼 추상적인 그림을 즐겨 그린다.
서울로 작업실을 이전한 이유가 있나? 사람들이 오 기에도 편하고 출퇴근도 편한 곳으로 이사하고 싶 었다. 전용면적이 30평 정도 된다. 방도 있고, 세탁 실, 주방도 갖춰져 있다.
특별히 여기가 마음에 든 이유는? 보자마자 바로 계 약했을 정도로 앞뒤로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마음 에 들었다. 1층은 사람들이 불쑥 노크를 하거나 들 어와서 불편한데, 4층인 점도 좋았다.
이사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금 작업실 이 4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유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계들이 들어오지 못했다. 워낙 무겁고 조 심스러운 기계라 병원 장비처럼 중장비를 올리고 내리는 도비업체를 불러서 겨우 옮겼다.
모와니 Mowani라는 브랜드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 나? 외국에서 살 때 다들 나를 ‘와니’라고 부르곤 했 다. 세 글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함께 살았던 강아지 모모 이름이자 다양한 모양의 작업 을 한다는 의미에서 앞에 ‘모’를 붙였다.
날씨가 좋을 때 창문을 열면 남산이 보여 전망이 좋은 방. 때로는 친구들이 자고 가기도 할 만큼 넓은데 기계가 작업실로 들어오지 못할 때 구입한 빈티지 코끼리 오브제도 이 방에 두었다.
두 개의 방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하나는 제품을 보러 오는 이들을 위한 쇼룸 형태의 방이다. 오래된 제품부터 최근 것과 수업을 듣는 분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다른 방은 손님이 여럿 놀러 왔을 때 애용한다. 청결을 위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작업할 때 꼭 필요한 것은? 음악. 밤에도 음악을 크게 틀고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유리 작가로서 고충이 있다면? 사계절 내내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를 감당해야 한다. 작업을 하 다 보면 덥기도 하고, 먼지도 많이 날린다. 한겨울에도 긴소매 옷을 입지 않을 정도다. 지금 작 업실에도 에어컨을 더 설치할 예정이다. 녹인 유리는 뜨겁기도 하지만 시력에 손상을 줄 수 있 기 때문에 안경도 착용해야 한다.
작업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방에 있는 코끼리 오브제는 기계가 계속 들어오지 못했을 때 구입한 것이다. 이 지역이 코끼리가 있으면 기운이 좋아진다는 얘기를 들었다(웃음). 코끼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를 잘 믿어서 빈티지 코끼리 오브제를 구입했는데 신기하게 다음 날 기계가 무사히 들어왔다.
유리 작업 외엔 무엇을 하나? 요즘은 꾸준히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작업실에 걸린 그림은 모두 내가 그린 것들이다. 나의 유리 작업과 마찬가지로 디테일하다기보다는 추상적이다.
관심 있는 유리 아이템은? 린지 아델만, 톰 딕슨처럼 누가 봐도 나를 느낄 수 있는 조명 작품을 해보고 싶다. 산업디자인 전공을 살려 조명처럼 기계 장치를 결합한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작업실 곳곳에 그녀가 만든 유리 제품이 놓여 있다. 일상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작업실을 방문한 이들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지닌 양유완 작가. 작품에서도 그녀의 이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친구들이 여럿 모이면 머무는 방. 벽에 건 그림은 직접 그린 것으로 캔버스에 유리 조각을 붙였다. 지나칠 수 있는 코너에도 재미있는 장식을 곁들여 포인트를 주었다.
얇고 섬세하다기보다는 아방가르드한 작품 스타일이 많다. 원래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다 교양수 업으로 유리를 접하게 됐고, 과를 바꿔서 1년 반 정도 공부를 더 했다. 1mm 차이로 판가름이 나 는 산업디자인과 달리 유리 작업은 자유로움이 느껴져서 좋았다. 비정형의 형태나 다른 요소와 의 조합, 컬러 사용 등에서 재미를 찾는다.
작업실이 가장 예쁠 때는 언제인가? 오후 4~5시가 되면 공간이 햇빛으로 꽉 찬다. 그야말로 포 토 타임이다.
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전시가 있다면? 컵이나 꽃병 손잡이에 유리 대신 돌을 삽입한 시리즈가 있 다. 직접 주운 돌로 만든 것인데 유리하고도 잘 어울린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는 물건 을 유리와 결합해 만들어보고 싶다. 다양한 조합과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그 사람의 추억도 공 유할 수 있고.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나? 2016년 팔레드 서울에서 열렸던 전시에서 선보인 도토리 시리즈. 나 의 이미지와도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주방 공간이 꽤 넓다. 작업실에 사람들이 많이 놀러 오고 나도 좋아한다. 식탁에 앉아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때로는 내가 작업을 하고 있어도 상관하지 않고 놀러 온 이들끼리 어울리기도 한다.
같이 협업하고 싶은 작가가 있나? 서도호 작가의 작품은 처음 봤을 때 충격적이었다. 유리처럼 속 이 보이는 설치 작품이 감동적이었다. 언젠가 서로 다른 소재로 협업할 수 있다면 영광일 것 같다.
요즘은 무엇을 하고 있나? 5월에 현대미술관에서 박서보 작가의 회고전이 열리는데, 그의 작품 을 오마주한 유리 소품을 제작하고 있다.
양유완의 스타일을 정의한다면? 어차피 기계로 만든 제품의 반듯함은 따라갈 수 없다. 수작업이 느껴지는 작품을 하고 싶고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두툼하고 묵직한 유리 제품을 선호한다. 유리 사이에 다른 소재를 섞거나 끼우는 작업 방식에서 나만의 차별성을 가지려고 한다.
나를 채우는 방법은? 유리 작업이 아닌 다른 분야를 체험하는 것을 즐긴다. 얼마 전에는 폴로 경기에 빠져 제주도에 자주 갔다. 유리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를 체험해보 는 것,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는 것이 정말 즐겁다.
매일 뜨거운 열기와 먼지를 견뎌내며 작업하는 양유완 작가. 결과물은 섬세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거칠기도 하다.
팔레드 서울에서 진행한 전시에서 선보인 도토리 시리즈. 그녀는 이 도토리 시리즈에 애착이 간다고 전했다.
필요한 기계를 구할 수 없어서 모두 제작 주문한 기계, 가마에는 항상 녹은 유리가 끓고 있다.
양유완 작가의 유리 작품은 과감한 컬러와 비정형의 형태가 특징이다.
촬영 협찬을 위한 유리 제품을 모아둔 방. 소규모로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만든 작품도 볼 수 있다. 그녀의 작업 스타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