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아래 같은 사람이 없듯 식물도 제각기 다르다. 남산 소월길에 자리한 폭스더그린의 식물은 그 옆에 함께 살고 있는 동물 피규어로 허성하 대표가 표현하고 싶은 동화 속 이야기를 구현해냈다.
폭스더그린은 어떤 종류의 식물을 다루는가? 공간의 특색에 맞는 식물, 서로가 서로를 살려줄 수 있는 식물이 우리의 목표다. 식물 하나만으로 공간이 완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식물로 보완해 완성하는 인테리어를 추구한다.
이곳의 식물은 돌, 새, 강아지, 그림 등 귀여운 오브제가 함께한다. 식물 옆 오브제와 배경의 색감 이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다. 그 자체로 동화를 쓸 수도 있을 만큼 충분한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 있기 바란다. 화분이라는 제한된 곳에 심어진 식물일지라도 생동감이 느껴지는 작은 정원을 만들고 싶다.
3~4년간 지낸 신사동에서 벗어나 소월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창 넘어 보이는 저쪽이 내가 살고 있는 집이다. 이 동네를 늘상 출퇴근하다 보니 폭스더그린을 찾은 손님들도 소월길과 남산 둘레길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했다. 유동인구도 없고 상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지만, 여름이 되면 초록으로 가득하고 겨울에는 눈이 내려 아름답고, 봄이면 또 봄이라 아름답다. 이처럼 사계절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좋다. 남산을 마치 내 마당처럼 즐길 수 있다.
이곳을 꾸릴 때 특별히 신경 쓴 점은? 신사동에서는 마당과 유리 온실이 있었다. 그런 장점을 버리고 4층으로 올라온다는 것이 큰 모험이기도 했다. 신사동이 시즌 1이었다면, 소월길에서의 시즌 2는 조금 더 실내 식물에 집중할 예정이다. 하지만 또 슬슬 봄이 다가오니 건물 앞마당으로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웃음).
왼쪽부터 폭스더그린의 김성우 팀장, 허성하 대표 그리고 직원 이경 씨.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무성하게 자란 식물로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강아지, 고양이, 새, 토끼, 플라밍고 등 식물 옆을 지키는 다양한 피규어가 앙증맞다.
창문 앞 선반에 화분을 쌓아 올리고 그 곁에 잔잔한 식물을 뒀다. 작은 틈새 공간마저 식물로 가득하다.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가? 주말에도 자주 나오는 편이다.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7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딱 반반이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요즘 미세먼지로 공기가 최악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식물은 잘 자라는가? 미세먼지가 많으면 잎이 큰 식물은 잎에 먼지가 흡착되기 십상이다. 잎을 자주 닦아주어야 하며 분무도 해주고 영양제도 자주 뿌려줘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공기 정화 역할을 하는 식물을 추천해달라. 사실 대부분의 식물은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식물마다 특화된 기능이 있다. 예를 들면, 뱅갈 고무나무는 미세먼지를 없애는 데 탁월하며, 아레카야자는 다른 식물보다 산소를 더 많이 뿜어낸다. 셀렘은 비염과 축농증에 좋다. 극락조는 벤젠, 포름알데이드 등 유해 성분을 희석해주기도 한다. 각자의 특장점이 다를 뿐이지, 거의 모든 식물이 공기를 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가올 여름철에 기르기 쉬운 식물은? 헬레부르스 같은 호주 식물과 많은 물이 필요한 수국처럼 여름에 유난히 약한 식물은 피하는 게 좋다. 여름에는 수경 재배가 가능한 몬스테라를 추천한다. 공기 중에 나와 있는 가지를 뿌리를 포함해 잘라 물에 담가두면 뿌리가 나오고 새 잎도 돋아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머뭇거리지 말고 한번에 싹둑 잘라야 한다.
본인의 성향을 나타내는 식물이 있다면? 관엽식물인 아스파라거스 나누스를 좋아한다. 예측할 수 없는 모양으로 자라나는 선이 특징으로 추위나 더위에도 잘 버티며, 며칠간은 물 없이도 잘 자란다. 섬세해 보이지만 의외로 섬세하지 않고 잘 버텨내는 식물이다. 내 성향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식물을 고를 때의 성향과는 맞는 것 같다. 춤을 추는 듯 멋스러운 선이 마음에 든다.
반대로 싫어하는 식물도 있나? 스투키. 뾰족뾰족하게 생겨서 식물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정형화된 모양으로 자연스럽지 않고 인위적인 생김새로 마음이 가지 않는 식물이다.
항상 꿈꿔왔지만 실행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나? 언젠가 우리 집 옥상을 ‘리디아의 정원’처럼 꾸미고 싶다. <리디아의 정원>이라는 책은 한 꼬마가 자기 집 옥상정원을 숲으로 가꿔가는 이야기다. 가끔씩 새도 찾아오고 공원으로 착각할 만한 옥상정원을 만들고 싶다. 매번 계획하지만 매년 실행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다(웃음).
무성하게 자란 커다란 식물 사이로 곳곳에 숨어 있는 앵무새, 플라밍고, 원숭이 조명 그리고 동물 포스터와 그림 등을 찾는 재미가 있다.
반듯하게 빚어놓은 듯한 큼지막한 돌들은 식물 옆 좋은 소재가 되어준다.
기존의 벽을 철거하고 나서 생긴 구멍에 이끼를 심어 여우가 지낼 자리를 만들었다.
빈티지숍에서 구입한 멋스러운 사다리 위에 턱턱 올려 있는 식물들. 이 사다리에는 허성하 대표가 특별히 애정하는 식물을 올려뒀다. 고양이 피규어 아래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아스파라거스 나노스, 그 아래로 최근에 데려온 가장 독특한 모습의 코비아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