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라, 몬테나폴레오네, 람브라테, 토르토나 등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디자인 축제 ‘푸오리살로네’. 그곳에서 마주한 28개의 인상적인 전시와 제품을 소개한다.
ENERGY & NATURE
로사나 오를란디의 전시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준 맞춤형 패브릭 브랜드 선브렐라 Sunbrella는 에너지와 자연을 주제로 한 설치 전시를 선보였다. 미국 아티스트 리즈 콜린스 Liz Collins와 가구 브랜드 리네로제 Ligneroset가 전시에 참여해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 리즈 콜린스의 아이디어와 선브렐라의 컬러풀한 패브릭 그리고 리네로제의 아이코닉한 가구 디자인이 만난 이번 <Summit Suite> 전시는 산봉우리를 표현한 방, 퍼로 둘러싸인 동굴, 햇살이 들어오는 빛을 표현한 방 등을 화려한 색채와 다양한 감촉의 패브릭들로 공간을 꾸며 에너제틱한 기운을 발산했다.
별을 보는 조명
디자인 갤러리 세컨돔 갤러리 Secondome Gallery에서는 디자이너 지오 티로토 Gio Tirotto가 흥미로운 4가지 조명을 전시했다. <Intimate Phenomena> 전시는 천체물리학을 떠올리게 하는 형태와 빛이 만난 색다른 조명을 선보였다. 디자이너는 언뜻 천체망원경이나 물리학적인 장비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빛이라는 요소를 더하면 ‘상상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별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저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공간에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조명 컬렉션이었다.
THE IMPACT OF COMPACT
알레산드로 멘디니 Alessandro Mendini, 엘리사 오시노 Elisa Ossino 등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진행해온 일본의 주방 브랜드 산와 컴퍼니 Sanwa Company는 올해 일본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 뉴 스탠다드 Karimoku New Standard와 함께 CH 01을 출시했다. 토르토나 지역에서 열린 <The Impact of Compact> 전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은 크리스찬 하스 Christian Haas가 디자인하고 가리모쿠가 제작했다. CH 01은 현대적인 빌딩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것으로 일본산 나무에 기술력을 더해 만들었다. 싱크대와 쿡톱이 포함되어 있으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주방에 무척이나 잘 어울릴 듯하다.
알루미늄이 건넨 편안함
로사나 오를란디의 야외 정원에는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간디아 블라스코 Gandia Blasco와 스페인 디자인 스튜디오인 마이세 스튜디오 Mayice Studio가 협업한 가구 부이트 Buit가 놓여 있었다. 부이트는 온도가 낮고, 가벼우며 단단한 알루미늄 소재로 만든 모듈형 아웃도어 가구로 크바드랏의 원단을 코바늘뜨기처럼 알루미늄과 엮은 버전도 선보였다. 암체어와 푸프로 선보인 부이트는 여러 개를 붙여 큰 소파를 만들 수도 있으며 컬러도 선택할 수 있다. 현대적인 소재와 전통적인 방식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데 관심 있는 두 브랜드의 협업은 로사나 오를란디의 야외 정원에서 펼쳐져 많은 이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했다.
중력을 만난 유리
넨도 Nendo와 원더글라스 Wonderglass가 선보인 <Shape of Gravity>는 원더글라스의 장인들이 일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전시다. 멜트 Melt 시리즈로 선보인 가구와 샹들리에는 모두 유리로 만들었으며 단단하게 굳기 전 액체 상태의 유리를 보듯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형태가 특징이다. 정확한 타이밍과 온도가 중요한 유리 제품의 특성상 숙련된 장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특히 LED와 함께 구성해 구름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커다란 샹들리에가 이번 전시의 백미였다. 지구의 중력 덕분에 아래로 흘러내리는 듯한 유리 가구의 매력이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오래도록 붙잡았다.
모오이가 펼쳐낸 판타지
모오이 Moooi는 매년 놀라운 연출로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찾은 이들을 흥분하게 만든다. 하지만 올해 전시는 지난해와 달리 다소 축소된 모습이었다. 올해는 멸종 동물에서 영감을 얻은 작년 컬렉션에 새로운 구성원인 인디고 원숭이를 추가한 <A Life Extraordinary> 전시를 선보였다. 신제품으로는 마르셀 반더스 Marcel Wanders의 BFF 소파와 각기 다른 5가지 표정의 더 파티 The Party 조명이 공개됐다. 특히 다양한 얼굴을 한 더 파티 조명은 벽과 펜던트 조명 등으로 전시장 곳곳을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 뒤뜰에는 얼마 전 타계한 알레산드로 멘디니 Alesandro Mendini가 디자인한 프루스트 Froust 암체어의 흰색 버전을 전시해 그를 추모했다.
화산재에서 타일까지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듀오 디자이너 포르마판타스마 Formafantasma와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브랜드 드제크 Dzek가 푸오리살로네에서 1970년대 스타일의 타일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타일 컬렉션 엑신세르 ExCincere는 단순히 색감이나 유악을 사용한 마감 방식이 아닌 소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믿기지 않지만 이 타일은 에트나 산에서 화산재를 채취해 만들었다. 드제크는 엑신세르가 실내와 실외 모두 사용 가능하며 화산재를 조사하고 채취해서 단단한 타일로 만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엑신세르 타일은 자연 소재를 사용했고, 앞으로도 계속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제품이다. 저항할 수 없는 자연의 힘과 인간이 개발한 기술이 만나 탄생한 엑신세르 타일은 이번 전시장에서 벽 패널과 선반, 기둥, 벤치 등의 제품으로 선보였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자연적인 소재와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 스타일까지 아울러 트렌드를 명확하게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