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라, 몬테나폴레오네, 람브라테, 토르토나 등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디자인 축제 ‘푸오리살로네’. 그곳에서 마주한 28개의 인상적인 전시와 제품을 소개한다.
구글이 제안하는 인테리어
지난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구글 Google은 올해도 최신 기술과 결합된 삶의 공간을 보여주는 <A Space for Being> 전시를 선보였다. 구글과 존스 홉킨스 대학의 신경심리학 연구소가 함께 참여형 전시를 준비했으며 각기 다른 환경으로 이루어진 3개의 멀티룸은 건축가 수치 레디 Suchi Reddy가 디자인했다. 관람객들은 특수 팔찌를 착용했는데, 착용자의 심박수와 호흡, 체온 그리고 감정을 인지해 어느 공간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지 알 수 있는 놀라운 장치였다. 구글은 디자인이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 기업의 혁신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내년에는 또 어떤 기발한 전시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소통하는 매거진
<Life in Vogue>는 <보그> 이탈리아의 실제 사무실을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사전 등록을 한 이들에게만 공개한 전시로 저명한 디자이너들이 <보그> 이탈리아의 사무실을 새롭게 해석했다. 올해는 8명의 디자이너와 협업해 편집장의 방부터 사무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방, 미팅룸, 휴게실 등 사무 공간을 그들만의 심미안으로 새롭게 연출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표지 모델을 촬영하기 전 의상부터 신발, 액세서리 등을 걸치고 미리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보그> 이탈리아의 360도 ‘옷장 Wardrobe’을 구경할 수 있었다. <보그> 이탈리아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동안 사무실을 공개함으로써 패션이 가구나 인테리어와 밀접하게 교류하는 시대임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전시 보며 쇼핑하기
마리메꼬는 <Marimekko Shoppable Home> 전시에서 2019년 봄, 여름 컬렉션과 아르텍 Artek의 가구로 집 안을 꾸몄다. 침실과 거실, 주방 등 집처럼 꾸민 마리메꼬의 공간을 둘러보며 제품도 구입할 수 있는 전시였다. 특히 오이바 Oiva 컬렉션의 10주년을 맞이해 거대한 크기의 오이바 리미티드 에디션과 독특한 핸드 페인팅이 가미된 오이바 시리즈 그리고 밝은 컬러로 대담하게 표현한 엘라쿤 엘라마 Eläköön Elämä 프린트의 오이바 시리즈를 볼 수 있었다. 실내에 바로 적용해볼 만한 연출 아이디어와 구매까지 가능한 마리메꼬의 전시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소소한 쇼핑의 행복까지 선사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테이블웨어
파올라씨 Paola C는 ‘블러드 룸 Blurred Rooms’을 주제로 2가지 컬렉션의 새로운 테이블웨어를 공개했다. 상하이 출신의 디자인 스튜디오 네리&후 Neri&Hu의 더 소사이어티 컬렉션 The Society Collection과 하이메 아욘 Jamie Hayon의 펑-셔널 Fun-Tional 컬렉션이 은은한 색감의 분홍색 패널과 거울 위에 놓였다. 더 소사이어티 컬렉션은 유리와 황동 등의 특성은 유지하되 따뜻한 감성을 더한 물 주전자, 물병, 잔 등으로 구성되며 펑-셔널 컬렉션은 하이메 아욘 특유의 재치 있고 유니크한 감성이 더해진 초현실적인 디자인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코어의 살롱
독일 가구 브랜드 코어 COR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만 공개되는 코어 살롱 COR Salon을 오픈했다. 살로네 가구 박람회에서만 선보였던 이전과는 분명 다른 행보다. 코어의 기존 컬렉션은 물론이고 스위스 디자이너 외르크 보너 Jörg Boner와 독일 가구 스튜디오 예스+라웁 Jehs+Laub 그리고 이탈리아 브랜드 메트리카 Metrica와 함께 새로운 컬렉션을 공개했다. 버건디, 코코아 브라운, 레드와 블루 컬러를 입은 공간에는 외르크 보너의 네노우 Nenou 컬렉션과 예스+라웁이 디자인한 알보 Alvo 체어, 메트리카의 아발란체 Avalanche 암체어 등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독특했던 점은 전시실로 향하는 입구부터 모든 공간에 대형 거울이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해 이번 전시를 디렉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리나 그레베 Irina Graewe는 방문객들이 더욱 다양한 관점에서 가구를 바라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소리와 만난 빛
집의 분위기를 만드는 일등공신으로 음악과 빛을 빼놓을 수 없다. 이케아 Ikea는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스피커 브랜드 소노스 Sonos와의 협업으로 두 가지 기능을 하나로 결합한 스피커 심포니스크 Symfonisk를 선보였다. 토르토나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전시장에서는 심포니스크의 아름다운 소리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접시, 와인잔 등이 놓인 식탁을 두드리거나 심포니스크 조명이 들어 있는 조그만 유리 상자를 열 때마다 색다른 음을 즐길 수 있었다. 심포니스크는 빛과 소리를 결합한 테이블 조명뿐 아니라 실제 책꽂이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도 출시됐다. 두 가지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공간을 절약할 수 있고 아름답기까지 한 심포니스크 스피커는 8월 말에 공식 출시된다.
RAW MATERIAL
패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 Raf Simons의 <No Man’s Land> 전시는 길게 배치한 야생화 정원으로 입구에서부터 기대감을 한껏 자아냈다. 목재와 강철로 이루어진 건축가 장 프루베 Jean Prouve의 대형 구조물 사이로 르 코르뷔지에의 조명과 까시나 체어, 크바드랏의 4가지 패브릭을 사용한 의자를 배치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라프 시몬스가 디자인한 4가지 패브릭 컬렉션인 아톰 Atom, 플록스 Phlox, 노부스 Novus 1, 2는 프랑스 왕실에서 흔히 사용하던 코듀로이와 양털, 면 등의 묵직한 직물을 사용했다. 이번 전시는 목재와 직물 등 산업적인 소재와 부드러운 야생화 꽃밭이 주는 서정적인 감성이 대비되는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디모레가 만든 사막
에밀리아노 살치 Emiliano Salci와 브리트 모란 Britt Moran이 이끌고 있는 디모레 스튜디오 Dimore Studio는 올해 1월 브랜드 ‘디모레 밀라노 Dimore Milano’를 론칭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브레라 지역에 위치한 디모레 갤러리에서 진행된 <Visioni> 전시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크레스피 Gabriella Crespi가 디자인한 7점의 가구를 흰 모래더미 사이에 설치했다. 팝한 핑크 컬러의 카펫과 모래, 1970년대 디자인된 버섯 모양의 조명과 금속 소재의 테이블이 놓인 공간에 음악까지 더해져 중동 지역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구의 질감과 소재, 컬러, 음악, 낮은 조도가 한데 어우러져 바깥 세상과는 대조되는 디모레만의 세계를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