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시간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현대적 미감을 더해 아름다움을 증폭시기는 벨기에 아트 크리에이터 악셀 베르보르트. 그는 자신이 느낀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세상과 공유하고자 한다.
악셀 베르보르트 Axel Vervoordt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미술품 수집가, 큐레이터, 악셀 베르보르트 컴퍼니를 설립한 사업가다. 그는 5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예술품이 지닌 품질과 아름다움, 조화와 타협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만의 고유성을 내세우며 예술에 접근했다. 그의 첫 번째 프로젝트 ‘블라이켄스앙 Vlaeykensgang’은 중세시대의 유서 깊은 역사와 시간의 흐름은 존중하면서도 건축물의 활성화를 도운 것으로,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현재 악셀 베르보르트 컴퍼니의 회사이자 갤러리인 카날 Kanaal의 설립과 그와 가족이 살고 있는 자택 흐라벤베젤 Gravenwezel 성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현재 벨기에식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로 많은 예술인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의 클라이언트 또한 화려하다. 캘빈 클라인, 로버트 드 니로, 카니예 웨스트 등 유명 인사들의 집 인테리어를 도맡기도 했다. 카날은 고대 이집트와 로마 골동품, 동서양의 현대 작품까지 아우르며 예술가들의 성지로 불린다. 자신을 예술 혁명가이기보다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진화론자라고 말하는 그와 서면 인터뷰를 나눴다. 예술에 입문하게 된 계기부터 그가 설립한 카날의 방향성 그리고 그의 취향까지 들을 수 있었다.
INTERVIEW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아트 컬렉터,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0대 초반, 방학 동안 벨기에 앤트워프의 한 작은 골동품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 가게 주인은 나에게 이집트 예술에 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고, 그곳에서 일을 하며 적은 돈으로 내가 원하는 예술 작품을 사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14살에 불과했다. 또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내 직감에 따라 여러 점의 작품을 구입했고, 벨기에로 돌아와 부모님의 친구들에게 그 작품들을 판매했다. 많은 이들이 나에게 더 많은 작품을 요구했고, 이것이 수집가 겸 판매자로서의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영국을 방문했고, 내 여행 가방은 늘 작품으로 가득 찼다.
당신이 수집한 작품을 보면 동서양의 스타일이 혼재돼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이는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인가? 그렇다면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수집한다. 수집에 있어 지역의 제한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친숙하면서도 한 시대에만 국한되지 않는 타임리스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건축학적이거나 명상적인 작품에 큰 매력을 느끼며, 그런 작품들에서 긍정적인 기운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의 거칠고 자연스러운 전통 가옥이 마음에 들었다. 함께 동행한 사진가의 안내로 경주에 갔는데, 현재까지도 보존되어 있는 왕의 묘에 감동했다. 또 전통 가옥으로 가득한 양동에서 양반들의 자손을 만나기도 했다. 제주의 돌 공원을 둘러보고 돌 문화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감명을 받은 곳은 가야산맥 깊숙한 곳에 있는 해인사였다. 해인사가 <고려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곳의 아름다움에 큰 감동을 받았다.
악셀 베르보르트 컴퍼니의 사무실이자 갤러리로 사용되고 있는 카날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달라. 카날은 1860년, 현지에서 생산되는 진의 일종인 ‘제너버 Jenerver’의 증류소로 지어졌다. 1950년대 맥아 양조장으로 바뀌었고, 1980년대까지 하이네켄의 딸이 운영하는 회사에 속해 있었다. 그 당시 서유럽에서 가장 큰 맥아 단지 중 하나였다. 그 후 1990년 주인 없는 폐허가 되었고 1998년 이곳을 구입해 점차 지금 카날의 모습으로 완성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을 보강해서 재건축했으며,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우리는 가능한 한 기존의 구조를 남기고자 노력했으며, 옛 시대의 건축적 레이어를 보존했다. 기존의 건물과 차별화를 두기 위함이었다. 벨기에 건축가 스테파너 베일 Stéphane Beel과 카우세이&호리스 Coussée&Goris, 보흐단&판 브룩 Bogdan&Van Broeck 그리고 나의 일본 친구와 함께 현대적이면서도 18세기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재탄생시켰다. 카날은 우리가 사는 마을이자 사무실이며 예술가의 스튜디오 혹은 아틀리에로 사용되고 있다. 더 많은 전시와 프로젝트를 위한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악셀 베르보르트 컴퍼니는 가족 경영으로 이루어진다. 각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내와 두 아들이 있어 한 가족으로 일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나의 아내 메이는 텍스타일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장남 보리스는 미술 사업을 이끌고 있다. 둘째아들 딕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가족이 모두 긴밀히 협력할 수 있어 매우 기쁘며, 메이와 나는 재능 넘치는 두 아들이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다.
이번에 전시를 열게 된 레나토 Renato와 유코 Yuko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나? 벨기에 아티스트 레나토는 우리의 베니스 전시회에서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다. 이번이 그의 앤트워프에서의 두 번째 전시이며 베르보르트 홍콩 갤러리에서도 전시를 진행했다. 유코는 나와 10년 이상 알고 지낸 친구이며, 카날에서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음악 관련 작업도 한다고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인가? 클래식과 오페라, 바로크 음악과 현대 클래식까지 즐겨 듣는다. 주변에 음악가와 가수, 지휘자 등이 많아서일까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카날에는 매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음악 조직 ‘인스피라텀 Inspiratum’이 있다.
당신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영원한 것과 조화를 찾는 것, 건축 기술과 비율의 순수성을 존중하는 것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발견이다.
지금까지 당신이 해온 업적에 만족하는가? 매우 만족한다. 이미 8가지의 삶을 산 것처럼 느껴진다. 나의 업적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유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